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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이시도로, 원더풀 라이프
엔리코 이안니엘로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나 자신보다도 더 사랑하는 조카들을 보면서 조금은 안타깝다고 할까. 기쁘면서도 슬픈 생각이 드는건 그 아이들이 점점 자란다는 것이다. 세상은 힘든곳이고 클수록 알아가는 것이지만 알필요도, 알아선 안되는 것들도 많다. 상처도 받고 좌절도 하면서 세상을 배우고 성장하는 거라고 하지만 그런걸 모르는게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아프지 않고 청춘을 디날수만 있다면 가장 좋은게 아닐까. 그런 면에서 아이들은 아직 많은 것을 모르고 그래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누구보다 순수하고 정직하다. 한꺼풀 더 올려 생각하는 어른들과는 다르게 순수한 민낯을 보는 눈이 있다. 성장 소설은 그런 순수한 아이들의 이야기이며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단순하지만 큰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장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어른들이 읽어야할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2015년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캄파엘로상과 반카렐라상을 동시에 수상한 엔리코 이안니엘로의 이 소설은 그동안 읽었던 성장소설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성장소설의 장점은 감동이나 배움의 크기가 큼에도 아주 쉽게 읽힌다는 것인데 이 소설은 쉽게 읽히는 편은 아니었다. 문체나 내용이 어려운게 아니라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나 국가의 문화적 차이 때문에 모르는 부분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1980년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그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배경이라던지 이탈리아 특유의 언어적 특징이 많이 비침으로서 다른 세대 다른 국가의 문화적 배경의 독자들에게는 다소 낯설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예를 들어 설명없이 느닷없이 등장하는 단어들의 나열은 문맥이나 이시도로 엄마가 하는 일을 연관시켜 떠올려야만 파스타면의 이름들이라는 걸 알게되거나 이시도로의 아빠가 자주 쓰는 합성어 같은 것들은 이탈리아어를 모르는 독자들에게는 어렵데 느껴질 것 같았다.
그럼에도 소설을 읽으면서 ‘아 좋다’ 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파스타면을 만드는 엄마와 특별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공산주의 아빠 사이에서 가난하지만 사랑받는 아이로 태어난 이시도로는 탄생에서부터 특별했다. 휘파람을 불며 태어난 이시도로는 훗날 가장 중요한 친구가 되고 휘파람과 함께 성장해가는 이시도로의 이야기는 시대적 배경에서의 사건들이 나와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판타지적 동화를 읽는 듯한 환상성도 느낄 수 있어 성장소설로의 순수함도 느낄 수 있었다. 소설은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이시도로의 성장과정은 이 둘로 나뉘어 많이 다르다. 실제 있었던 그때의 대지진을 바탕으로 그 전과 후로 나누어 이시도로의 인생도 많이 달라지는데 그 과장에서 이시도로가 겪는 일과 만나는 사람들은 이시도로의 성장에서 특별하게 작용하고 그 과정에서의 이야기에서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도 많았고 배움과 뭉클함도 느낄 수 있었다.
이시도로가 성장하며 대지진으로 가족들을 잃고 그 충격으로 말을 잃기는 했지만 인생을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시도로의 성장 과정에서는 많은 행운과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상념들은 각자가 다르겠지만 분명 이시도로가 주는 희망의 메세지는 분명 모두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친하게 지낸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다른 무엇도 누구도 아닌 그 사람에게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고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되새겨보고 생각해보는 것을 뜻합니다.
고통을 받는 게 두려워 꿈을 꾸지 않는 사람보다는 깨어났을 때 상처를 받을지라도 꿈을 꾸는 사람이 더 낫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