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와 같은 말
임현 지음 / 현대문학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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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연휴는 유난히 긴 만큼 누군가는 긴 연휴가 반가웠을 것이고 누군가는 지루하고 힘든 기간이 될 수도 있겠다. 나 같은 경우 조카들과 지내다 보니 내 멘탈은 벌써 탈탈 털린지 오래이다. 추석이나 명절이 되면 선물들이 많이 오간다. 원하는 선물만 들어온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가령 한 선물상자 세트에 여러가지가 들어있지만 그 중 자신이 좋아하는 것도 있고 싫어하는 것도 있다. 추석 선물처럼 받아보고 읽어본 임현의 이 소설은 그런 선물 상자같은 소설집이다. 한사람이 썼지만 소설집에는 각자 다른 이야기들이 들어있고 그 중에는 내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이야기도 있었다. 모두 마음에 들었던 선물상자였자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그럴때 마음에 들었던 그 몇가지 때문에 선물을 만든 회사의 물건을 다시 찾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임현의 소설집도 그런 선물이 될 것 같다. 그 몇가지 소설은 읽으면서 오 하는 감탄이 나오기도 했으니까. 2014년 등단 후 올해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임현의 첫 소설집은 그래서 꽤 성공적 첫작품이 되지 않을까.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처음 읽은 작품이 별로여서(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서) 다시 찾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소설집에는 총 10편의 짧은 소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꽤 좋았다고 생각한 작품이 두편이고 이해하지 못했거나 그저 그랬던 작품이 3편, 나머지는 그럭저럭 괜찮았던 작품들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목과 같은 작품이 그저 그랬던 작품에 속한다. 사실 10편 모두 후루룩 읽힐 만큼 쉬운 작품들은 아니었다. 대체적으로 뭔가 어려운 느낌들이었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두 가지 작품은 처음 나오는 작품 ‘가능한 세계’와 두번째 작품 ‘고두’ 였다.

첫번째 작품 ‘가능한 세계’는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다. 예지력을 가진 소년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앞으로의 자신의 미래에 대해 주변에 경고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고 1년 후에 엄마가 보게될 노트에 그 일들을 써내려간다. 이 작품은 소년과 달리 앞으로의 일들을 알 수 없지만 미리 상상할 수 있는 가능한 일들 때문에 그 무엇도 하지 못하고 두려워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일이 나 자신에게도 일어나고 있는 일임을 상기시켰다. 9살 소년이 미리 내다본 자신의 가깝거나 먼 미래, 그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지만 일어날 거라는 믿음, 그것을 써내려가는 소년은 어쩌면 예지력이 없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노트에 써내려간 시점에서 엄마와의 대화 말고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소년의 미래는 무궁 무진하다. 앞으로의 시간에는 많은 선택이 있겠지만 자신이 예측한 미래때문에 선택을 망설이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일들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올드보이>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람은 상상을 하기 때문에 두려운 거래. 상상하지 말아봐. 그럼 두렵지 않을 테니까." 머리가 비상하고 똑똑한 9살 소년의 시각에서의 이야기는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주면서 구성이나 스토리 흐름도 좋았던 작품이었다.

두번째 작품 ‘고두’는 스토리 보다는 이야기의 구성이나 필체, 플롯 같은게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다. 화자인 한 남자의 독백으로 채워진 작품으로 누군가와 이야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그 남자의 말로만 채워진 작품이다. 교사인 남자가 자신의 과거를 누군가에게(그 누군가는 마지막에 나옴) 말하는 형식의 이야기는 스토리 자체는 한 남자가 자신의 과오에 대해 지껄이는 변명의 개소리같기도 하지만 인간의 이기심이란걸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 책의 제목과 같은 작품 ‘그 개와 같은 말’음 솔직히 이 작품집에서 가장 난해했던 작품이다. 그래서 그게 제목과 무슨 상관인지 말하려는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는게 솔직한 느낌. 어려운 작품 잘 못 읽는 나로서는 더 어렵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그 외의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괜찮았던 작품들이었다. 어렵게 느껴졌지만 문체나 스토리 라인들이 마음에 들었다고 할까. 젊은 작가상을 받은 임현의 이번 소설집은 앞으로 그의 작품에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던 작품집으로 젊은 작가의 성장을 지켜보아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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