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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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이메일이나 SNS가 없던 아주 먼 옛날에는 편지를 간혹 비둘기의 다리에 묶어 보내기도 했다. 전서구라고 하는 비둘기를 이용한 통신 수단은 비둘기의 강한 귀소 본능을 이용한 것인데 최근에는 거의 없어진 수단이지만 다른 통신수단과 다르게 해킹이나 도청의 위험이 없어 스파이들의 메세지 전송 수단으로 쓰이기도 했다고 한다. 사극이나 중세 시대극에서나 나올 법한 비둘기 편지 이야기를 한 것은 소설을 읽고 문득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늘 따뜻한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감성 힐링을 선사하는 오가와 이토의 신작 '츠바키 문구점'의 주인공 포포는 원래 이름의 하토코의 하토가 비둘기를 의미하는데 비둘기의 우는 소리가 포포라고 해서 포포짱 이라고 불리운다. 우리 식으로 하면 '구구' 정도 되려나.  무튼 그런 의미에서 비둘기 편지를 떠올린 것이다. 어떻게든 편지를 전해주는 비둘기와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담에 편지를 써 대신 전해 주는 포포가 닮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동백꽃이 많아 지어진 가게 이름일지도 모를 가마쿠라의 츠바키 문구점을 배경으로 유일한 가족이던 할머니가 돌아가신뒤 대를 이어 문구점을 맡아 문구점 일과 편지 대필이라는 일을 하게 된 포포와 편지을 의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눈앞에 선연히 보일듯한 정감어린 곳일 듯한 가마쿠라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요즘은 무엇이든 인터넷으로 찾고 메세지도 이메일이나 SNS의 DM으로 바로 보내버리는 시대에 문득 펜으로 글을 쓸일이 생기면 뭔가 어색한 기분이 들때가 있다. 지금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초등학교때 의무적으로나마 군인들에게 보내는 위로편지와 중고등 학교때에 잠시나마 팬팔이 유행해 손편지를 쓰곤 했다. 그 후로는 휴대폰이 나오고 지금은 뭐든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생겨나 손편지를 쓸일은 없지만 누군가의 손으로 직접 쓴 편지를 받아보는 것은 묘한 기분 좋음이 있었다. 서툰 글자체나 때론 틀릴때도 있는 맞춤법 등을 읽고 있으면 그 사람이 편지를 쓸때 내 생각을 하며 썼겠구나를 느낄 수 있어 더 정감이 갔다. 포포가 편지 대필 의뢰를 받고 간단히 사연을 들은 후 편지를 쓰는데 단지 내용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의뢰인이 쓸법한 필기체나 필기도구, 편지지의 종류며 잉크의 색깔까지 하나하나 마음을 써가며 편지를 쓰는 과정들을 보며 편지라는 것이 단순히 메세지를 보내는 것만이 아닌 오롯히 그 마음을 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계절의 시간 동안 선대에게 느꼈던 좋지 않았던 마음을 편지 대필을 하며 치유하고 위안 받는 포포를 보며 나도 모르게 내 마음도 위로받는 듯 했다. 소설을 읽으며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읽었던 비슷한 그 어떤 소설 보다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소설의 뒤쪽에 각각의 사연에 맞는 포포의 편지가 첨부되어 있다. 왠지 진짜 포포가 썼을 법한 손글씨 같은 편지를 보니 더 그런 기분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때 1년정도 서예를 배운적이 있다. 나이가 많았던 동네 할아버지 집에서 여러명이 모여 배웠는데 그때는 어째서 배우게 된건지 생각이 나지 않지만 그때의 느낌만은 지금도 생각난다. 은은하게 나는 먹향이며 차분히 붓을 들고 할아버지가 가르쳐주는 대로 써보는 글씨며 글을 쓸때의 느낌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차분하고 평온해지는 느낌이다. 요즘은 그런 목적의 하나로 캘리그라피나 필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성은 많이 사라졌지만 또 다시 다른 형태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해주는 일은 적어도 계속되지 않을까. 몇 초면 간단히 보내는 메신저에도 물론 마음을 담지만 오가와 이토의 츠바키 문구점을 보며 가을날 포포처럼 글자 하나 종이 하나에도 그 사람을 생각하며 손편지로 마음을 전해보며 그 사람도 자신도 위로와 힐링을 받아보아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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