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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뺏는 사랑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7년 6월
평점 :
출간되지 않은 해리 포터의 원고를 자신의 딸들이 읽도록 구해오라는 말도 안되는 상사의 지시로 동분서주 어렵게 구해 무사히 전하데 되고 그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먼저 해리포터을 읽어보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는 영화속 이야기처럼 마치 그 아이들이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출간 전 미리 읽어보는 행운을 갖게 된 소설 피터 스완슨의 이 소설은 내가 읽는 첫번째 소설이다.
안정된 수입과 직장, 40대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외모도 준수한 싱글 하지만 그래서 더이상 이룰것도 꿈꿀것고 없는 일상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을 살던 남자 조지 포스. 어느날 꿈에 그리던 첫사랑과 재회 후 그녀에게서 기묘한 부탁을 받게된다. 그녀를 잊지 못했던 그는 어느덧 그녀의 부탁을 승낙하지만 그녀애 대한 비밀을 듣게되고 낯선 괴한에게 폭행까지 당한다. 매일이 정말 다이나믹한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조지 포스와 같이 반복되는 일상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머리속으로는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면서 살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조지 포스와 같이 막상 정말 일어난다면 거기에 응할까? 나 같은 경우는 겁이 많아 분명 거절할 것이다. 더군다나 그 첫사랑이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수배된 후 종적을 감춘 후라면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조지 포스는 그에 응한다.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고자 재미로 응했다고 하기에는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는 여자였고 목숨까지 위험해지는 상황까지 오게 되는데 결정적인 이유는 여전히 아름다운 꿈에 그리던 첫사랑이라는 이유가 제일 큰 것 같다. 그런 그녀는 그에게서 정말 아낌없이 빼앗는다. 목숨까지도.
읽는 내내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와 흡입력 있는 필체로 마치 한편의 미스터리 영화를 본 듯 한 느낌이었다. 조지가 과거에 처음 리아나를 만나 읽어나는 일과 시간이 흐른 후 현제의 리아나를 만나 일어나는 일들이 교차로 나오는데 이런 구성은 현제의 조지의 심리나 리아나의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다양한 사건들과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있지만 술술 읽히는 필체와 이해와 흥미를 높이는 이러한 구성은 이 소설의 장점으로 다가왔다. 신분을 속이고 사랑하는 남자와의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거짓된 삶은 곧 드러나게 되고 점점 돌아올 수 없는 길로 가게 된다는 이야기는 일본 소설 화차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살인 사건과 점점 알 수 없는 그녀의 정체를 파헤치려 한다는 점에서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소설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여자에게 홀려 목숨까지 위태로워지는 한 호구 남자의 러브스토리 같기도 하다. 그리고 러브스토리 라고는 했지만 소설속에서는 사랑은 느끼지 못했다. 끝까지 거짓으로 일관된 삶을 살아온 오드리, 리아나 혹은 제인이라는 여자나 첫사랑과의 만남을 꿈꾸면서도 평소 만나 온 여자 친구와의 관계도 이어오고 있는 조지 포스에게서 진심은 느낄 수 없다. 그리고 끝까지 드러나지 않는 그녀의 정체와 음모는 조지의 망상같은 상상이 이어지지만 그 또한 진실이 아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더욱 리얼함이 느껴진다. 우여곡절 끝에 사건이 해결되고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여느 소설처럼 행복한 결말이 아닌 그 뒤의 삶은 계속 되고 좋지 않은 결과나 후유증을 앓기도 한다. 그리고 타인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알 수는 없다. 그게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말이다. 조지가 그랬던 것처럼 단지 믿고 싶다는 마음이라면 모를까. 리아나 역시 그런 조지의 마음을 알기에 그에게서 아낌없이 뺏을 수 있었던게 아닐까. 어쩌면 세상의 수많은 사건들은 이런 마음때문에 생기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고 진실을 알 수 없는 결말도 좋았다. 소설을 다 읽고 조지 처럼 지루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흥미진진한 흡입력과 읽고 난 후에 드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하는 매혹적인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