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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씽 에브리씽 (예담)
니콜라 윤 지음, 노지양 옮김 / 예담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아이를 낳아 행복하지만 머지않아 죽게 된다는 자신의 미래를 보는 신비하지만 두려운 체험을 하고도 그 사람과의 사랑을 선택하는 미오, 성장하게 되면 죽게 되는 병을 앓고 있지만 좋아하는 남자에게 여자가 되기 위해 죽음을 향해 성숙해지는 시즈루, 당장 죽을 지도 모르는 백혈병 말기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좋아하는 소년과의 여행을 떠나려는 아키, 태양에 노출되면 죽을 수도 있지만 좋아하는 소년을 만나기 위해 기꺼이 태양으로 발을 내딛는 카오루, 호흡기 없이는 숨쉴 수 없고 한쪽 다리를 병으로 잃고 언제 재발할 지 모르는 암을 안고 살아가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는 헤이즐과 어거스터스. 눈치 챘겠지만 이들은 모두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 거는 무모한 선택을 하는 주인공들이다. 하루만에 단숨에 읽어내려간 니콜라 윤의 이 소설 또한 그 대열에 합류하려는 소녀가 주인공이다. 책을 처음 받아보고 빠르게 휘리릭 넘겨보았을 때 여느 소설과는 다르게 중간중간 손글씨나 표, 그림같은 삽화가 끼어 있어서 뭔가 심상치 않은 소설일 것 같았는데 그 예감은 적중했다. 소설 속 주인공 소녀 매들린 역시 많은 것을 해보고 싶은 꿈많은 10대 소녀이지만 사랑조차 꿈꾸기 힘들 정도로 아픈 소녀이고 그런 소녀 앞에 운명적으로 한 소년이 나타난다. 그리고 소년을 사랑하게 된 소녀는 무모해지기로 한다. 위에 나온 영화나 소설 주인공 처럼 비슷한 패턴의 이야기 같지만 또 전혀 다른 놀라움과 전률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중증복합면역결핍증(SCID)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17살 소녀 매들린은 세상의 모든 것들이 원인이 되어 죽을 수도 있어 멸균 상태의 새하얀 방과 집 밖으로는 평생 나와본적이 없다. 어느날 옆집으로 한 가족이 이사오고 거기에서 운명이 될 소년 올리를 만난다. 만났다고는 하지만 매들린은 실제로 누군가를 만나지 못한다. 자신을 돌봐주는 엄마와 간호사 카라 외에는. 하지만 소년을 본 순간 여태껏 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욕심이 생기고 둘은 곧 사랑에 빠지면서 죽을 지도 모르는 모르는 무모한 여행을 떠난다.
사랑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명명하지만 그 형태는 아주 다양하다. 작가마다의 다양한 사랑에 대한 정의와 이상관, 감성들도 다 달라 이런 다양한 사랑에 관한 형태를 볼 수 있는게 로맨스 소설을 읽는 재미이자 묘미이다. 여기 한 형태의 사랑은 목숨을 걸어야만 한다. 목숨을 걸어야만 숭고한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랑의 어떤 것 때문에 목숨까지 걸 수 있는지 아직까지 잘 모르겠지만 소설은 허구이자 상상이기는 하지만 사람은 할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두고 상상할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런 무모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수없이 나올 수 있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 아이는 내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내 인생의 가장 큰 리스크다. -88p 중
사랑은 모든것에 행복을 느낄 수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모든것을 잃을 수 있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매들린은 평생 밖에 나와보지 못한만큼 모든 것이 처음이다. 영상이나 책으로만 보는 세상이 아닌 진짜 세상, 그리고 그 가운데 그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는 첫사랑. 모든게 처음이라서 매들린의 눈으로 본 세상이나 사랑은 순수한 느낌이다. 편견따위 없는. 태초에 사랑이 막 태어났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그래서 매들린과 올리의 사랑을 보면 슬픔 보다는 순수한 설래임과 정화되는 마음이 느껴진다.
소설의 말미에는 반전이 숨어있다. 이것이 소설에 대해 약간의 호불호를 불러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놀라움과 기쁨의 반전과 더 없이 완벽한 결말이었다. 10대 소녀와 소년의 사랑을 더 없이 잘 표현한 풋풋한 문체와 보면서도 웃음짓게 만드는 귀여운 삽화, 사랑과 인생을 표현한 니콜라 윤의 이상관까지 모든 것(everything)이 좋았던 내가 원한 모든 것(everything)을 가진 로맨스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