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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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솔직한 말투와 점심은 12시 저녁은 6시에 먹어야만 교양인이며 순서대로 정리된 커트러리 서랍과 조금은 강박적인 깔끔함 아니 청소에 나름의 신념이 강한, 이 소설의 주인공 67세의 여자 브릿마리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오히려 융통성이라고는 없고 시니컬한 그녀를 처음 만나게 되었을 때 뭔가 되게 답답하고 싫다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소설을 다 읽은 지금은 브릿마리가 매력적이라고 생각이 들거라고 생각한다면 경기도 오산!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난 그녀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소설이 재미없는거 아닌가라면 그건 또 아니다. 그게 뭐랄까 소설 자체가 재미있냐 없냐를 간단히 얘기한다면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종전의 히트작 <오베라는 남자>와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의 프레드릭 배크만 작가의 이번 작품은 전작의 재미를 잇는 소설이 될 것 같다.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전작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에서 사람들의 뒷목을 잡게 했던 엘사의 이웃 브릿마리와 프레드릭 부부에서 브릿마리를 주인공으로 한 만큼 그 캐릭터가 그대로 소설에 살아있다. 내가 본 이번 소설은 캐릭터의 매력 보다는 공감이라는 감정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먼저 브릿마리에 느끼는 공감이다. 평생 살림와 남편 프레드릭의 내조밖에 모르고 살던 그녀이지만 그 시니컬함 속에는 남모르는 아픔과 고민이 있었다. 늘 촉망받던 언니의 죽음으로 거의 부모에게 방치되다시피 한 어린시절, 첫사랑에 실패하고 만난 지금의 남편과 결혼해 평생 살림만 해오지만 그에 돌아오는건 멸시와 무시, 친엄마가 아니라는 이유로 냉담한 프레드릭의 아이들, 열심히 살아온 댓가라고는 남편의 외도였다. 그 일로 한계를 느낀 브릿마리는 남편이 그녀는 절대로 하지 못할거라는 이케아 가구를 싣고 떠난다. 물론 그녀와 상황은 다르지만 가장 가깝고 믿었던 가족의 무관심에서 오는 외로움은 누구나 느낄 법한 감정이다. 그녀에게 필요한건 단지 그녀에 대한 존재를 인정해주고 조금의 관심이었을 뿐인데 말이다.  보르그 사람들이 그랬듯이 브릿마리도 보르그 사람들로 인해 서서히 마음을 열면서 그녀에 대해 나도 모르게 정이 들어갔고 공감되면서 명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나도 보르그 사람들처럼 브릿마리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브릿마리가 고용센터 직원을 괴롭혀 가까스로 일자리를 얻어내어 떠난 보르그 지역의 스러저가는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이다.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로 여러가지 시설이나 지원이 끊겨 많은 사람들이 떠났지만 그 마을에서도 살아가는 보르그 사람들은 어느날 마을에 나타난 깔끔쟁이 브릿마리로 인해 활력을 찾게 된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다른 축구팀을 응원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희망이 없어 보였지만 3대 0으로 지고 있어도 역전승을 했던 축구팀의 이야기처럼 언젠가 역전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간다. 비록 처음에는 브릿마리와 티격태격하며 부딪히지만 사랑과 관심이 필요했던 브릿마리와 활력과 희망이 필요했던 마을 사람들은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주면서 나 또한 위로가 되는 듯 했다. 캐릭터나 스토리에 강한 임팩트가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마음에 더 묵직하고 오래 남는다.

축구 경기를 즐겨보지만 보르그 사람들처럼 명확히 좋아하는 팀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나 감독이 있기는 했지만. 그렇지만 한가지 분명한건 축구를 볼때 이상하게 나는 지고 있는 팀을 응원하게 된다. 이길 희망이 없어 보여도 혹시 모를 기적을 바라면서. 보르그의 아이들 조차도 분명 이길거라는 확신은 없이 경기에 나갔을 것이다. 비록 한골이라는 기록밖에 내지 못했지만 그마저도 그들에게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던 일이었다. 브릿마리가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스스로 이케아 가구를 조립하고 보르그 사람들의 포기하지 않는 희망은 작지만 기적을 가져온다는 진부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메세지를 브릿마리와 보르그 사람들에게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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