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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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인가? 언제 행복한가? 라는 이 식상하고도 원론적인 질문을 사람들에게 한다면 뭐라고 대답을 할까? 세계평화나 빈곤퇴치 등 뭔가 거창하고 추상적인 조건을 말하는 사람은 아마 드물 것 같다.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먹기, 좋아하는 음악듣기나 영화보기, 낯선 곳을 여행하기 등 사람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행복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자신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는게 행복이라고 '믿는' 것인지 아니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인지 질문한다면 어떨까. 내가 행복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은 그저 행복하다고 진심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저 행복이라고 믿는 것이라면? 이 질문에 진심으로 답을 할 수 있을까. 물론 자신의 믿음이 확고 하다면 그것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아닌 것 같아도 자기만의 행복이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식상하지만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행복에 관한 질문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 소설이다.

한때, 사람은 언젠가 죽고 그 때를 모르니 전전긍긍하지 말고 마음껏 즐겁게 살자 라는 말을 가훈삼아 단란하게 살았던 2번가 집 이누야마 가는 그러나 지금은 부모의 이혼, 세 자매의 독립으로 가족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다. 소설은 이누야마 가의 세 자매 아사코, 하루코, 이쿠코의 사랑과 결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한다. 이번 에쿠나 가오리의 신작은 전체적으로 밝지 않고 일상을 이야기 하지만 새 자매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와 매번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어 지루할 틈 없이 이야기는 흘러간다.

비록 가족들이 모두 흩어져 이제는 가끔 만나는 사이가 되었지만 이누야마 집안의 가훈을 신조로 세 자매는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살아가려 한다. 제목만 본다면 세 자매 모두 사랑과 결혼, 일, 가족 속에서 모두 성공해 행복이 가득한 내용일 것 같지만 실은 그 반대이다. 결혼 7년차인 첫째 아사코는 결혼 2년쯤 부터 시작된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지만 자신의 결혼을 깨기 싫다는 이유로 벗어나지 못한다. 능력있고 성공한 커리어 우먼인 둘째 하루코는 무능하지만 사랑하는 남자와 동거하지만 언젠가는 다른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될거라는 생각에 결혼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남자 친구의 청혼을 매번 거절한다. 운전면허 학원 접수창구에서 일하는 올해 29살의 막내 이쿠코는 어린 시절 사랑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언니들에게 질문을 해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 스스로 아무 남자와 관계를 맺고 친구의 애인과도 관계를 맺지만 잠깐의 만남으로 끝나버리는 남자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서부 영화에 나오는 창부같다고 생각하며 매일 외로움을 느낀다. 세 자매가 가훈을 신조로 나름대로 인생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가려고 하지만 적어도 제 3자의 눈으로 봤을때에는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아니 제 3자의 눈으로까지 가지 않더라도 자매끼리 서로 보더라도 그런 것이 느껴진다.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가 답답한 마음에 막내에게 털어놓고 결국에 가족들 모두 알게되어 집에서 나오라고 하지만 자신의 결혼을 깨지 않는 것이 행복이라고 믿는 첫째 아사코와 일에서 성공하고 사랑하는 남자와도 나름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결혼을 믿지 못해 애인과의 갈등을 겪고 있는 둘째 하루코, 어린시절 아무하고나 관계를 맺어 언니들을 매번 불안하게 만드는 막내 이쿠코까지 각자가 믿고 있는 그 행복은 실은 그저 행복이라고 믿고 싶을 뿐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것은 우연히 마트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여자를 본 후 충격에 빠져 충동적으로 여자를 도우려 할 때의 자신의 모습에서, 다른 남자와의 하룻밤 외도를 알고 이별을 선언하고 실연하게 되고 부터, 맛있는 음식의 냄새를 풍기며 부지런히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옆집의 주부를 동경하면서 부터 각자는 자신이 믿고 있던 행복에 균열이 가고 그것이 진짜 행복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물론 아사코가 이혼을 하거나 하루코가 결혼을 하고 이쿠코가 진짜 자신의 사랑을 찾는다고 해서 어느날 갑자기 행복해 지지는 않겠지만 많은 불행과 갈등, 방황을 겪으며 자신의 행복에 한걸음을 딛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비록 그 과정이 아주 힘들었지만 각자의 인생을 위해 조금은 나아가는 세 자매의 모습에서 행복을 찾는 일이 힘들지만 그만큼 가치있는 일이라는게 느껴졌다.

가끔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어느 하나 인상을 쓰고 지나가는 사람은 없다. 그럴때 마다 무엇이 그렇게 즐겁고 행복한 건지 궁금했다. 하지만 개개인의 일상을 생각해보면 어느 하나 치열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더욱 가슴에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다. 희망적인 타이틀과 깔끔하고 청아한 문체 뒤에 언제나 폐부를 찌르는 에쿠니 가오리 만의 감성으로 담에낸 이 소설은 인생은 어쩌면 행복이란 무엇일까 라는 이 식상하고도 원론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리고 그동안 멈춰있었던 나만의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게 된 소설이었다. 그 밖에도 소설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새 자매의 다양한 일상에서의 일들로 이어가는 이야기라서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느낌이 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소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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