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런치, 바람의 베이컨 샌드위치
시바타 요시키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수요미식회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한때 유행하던 쿡방과 먹방의 사이에서 음식을 먹는 장면이라거나 요리를 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아 무척 신선하면서 낯설었는데 누군가의 서재인듯한 느낌의 방에서 긴 테이블에 둘러 앉아 그날 주제로 정해진 음식 메뉴를 사전에 먹어보고 그 음식의 맛이라던지 가게의 컨셉이나 분위기에 대해 서로의 느낌을 얘기해보는 내용이다. 무언가를 먹거나 요리하는 것을 보는데 익숙해져있던 나에게 그 프로는 처음에 참 낯설고 이상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음식 이야기를 하는데 음식이 등장하지 않는다? 정말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나도 그 미식회의 일원이 되어 공감하거나 그들이 말하는 음식들의 모습과 맛을 상상하며 군침을 삼키고 있었다. 이 소설도 그런 느낌의 소설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음식이 정말로 눈앞에 있는 듯 군침을 흘릴 정도라면 음식에 대한 표현력이 아주 중요한데 그런 부분에서는 필요충분 조건을 충실하게 만족시켜 주었다.

직장도 결혼 생활도 그만두고 도쿄에서 3시간 떨어진 유리가하라 고원에 낡은 펜션을 사 카페 송드방을 연 나호는 고원에서 나는 신선한 식재료를 이용해 매일 런치 메뉴를 고민하고 개발한다. 소설은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카페의 런치 메뉴와 카페를 찾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고원에 큰 리조트가 생기는 것 외에는 별다른 사건 없이 그저 우리 이웃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인지 조금 심심한 느낌도 드는데 이 소설은 소설 속 인물들의 이야기보다는 미식 소설답게 나호가 개발하는 카페의 런치 메뉴를 만드는 모습이나 과정, 그 런치를 먹는 사람들이 느끼는 맛이나 감정, 고원에서 나는 이웃들이 제공하는 식재료의 신선함이나 맛 등의 섬세한 묘사가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표지의 띠지에도 공복 독서 금지! 라는 경고 문구가 있을 정도로 소설을 읽는 내내 음식이 눈앞에 있는 듯 그 모습과 맛을 상상하게 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본 소설이어서인지 일본 특유의 재료로 조합하여 만드는 음식의 맛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에 가본적도 없고 여기서 일본 음식을 먹어봤댔자 아주 흔한 음식들이라 그 점이 아쉬웠다. 만약 그맛을 조금이라도 알거나 상상할 수 있다면 정말 위장이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섬세한 묘사들 때문에 언젠가 꼭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다(실존하는 음식이라면). 물론 현지의 재료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만들어볼 수 있는 간단한 음식도 있어서 어떤 맛일까 상상하면서 음식을 만들어 먹어 봐도 소설을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제목의 베이컨 샌드위치 같은). 그리고 맛이 상상이 가지 않더라도 어쩐지 나호의 런치를 먹는다면 공기가 맑은 곳에서 좋은 음식을 먹는 듯 머리도 맑아지고 몸도 건강해 질 것 만 같았다. 이렇게 좋은 곳에서 건강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것 만으로도 달리 힐링이 있는게 아닌 것 같다. 단순히 먹는다는 1차원적인 행위이지만 그 음식을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먹거나 요리를 해주는 사람의 정성이 담긴다면 그 이상의 힐링은 없는 듯 하다.

힘들거나 괴로울 때 다른 말이 필요없이 그저 따뜻한 음식 하나만으로 위로가 되었던 적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건 그 음식의 소설버전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도시에서의 생활이 힘들어 고원을 찾아온 나호나 고원에서 오래 살아서 떠나고 싶은 사람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힘들어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는 것 만큼은 같다. 여기 카페 송드방의 주인 나호나 고원 사람들처럼 서툴지만 자신에게 위로가 될만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괴로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한 머리속을 리셋하기 좋은 소설인 것 같다.

여우야 도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무료로 제품을 제공받아 후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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