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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이소영 지음 / 홍익 / 201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도 그렇지만 한때 컬러링북이 한창 유행이었다. `안티 스트레스`라는 컨셉으로 다양한 그림을 바탕으로 채색을 하는 작업이다. 미술을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색년필 하나로 자신만의 컬러를 조합하여 그림을 완성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의 취미로 각광을 받았다. 컬러링북의 컨셉은 앞서 말했듯이 안티 스트레스가 목적이다. 현대에 많은 사람은 여러가지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고 그것이 심해지면 심각한 마음의 병으로 발전하게 되는데, 어째서 배운적도 없는 그림에서 마음의 병을 낫게 하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컬러링북이 유행할때는 손재주가 없다는 이유로 시도 조차 해볼 생각을 안했는데 그럴때도 나는 고흐의 그림과 그의 편지를 보며 위안을 얻었던 것 같다. 미술 작품은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럼 힘이 있는 것 같다. 가끔 살다 보면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을 때가 있는데 최근에서야 그림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던 것 같다. 내 스스로가 미술에서 받았던 위로를 무의식중에 기억이 났던지 내 내면에 있는 여러 안좋은 것들을 그림을 통해 끄집어내어 위로받고 싶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과 삶을 보며 모지스 할머니도 나같은 생각을 하시며 그림을 시작하셨던개 아닐까 하고 멋대로 상상해본다.
의례 미술작품이라면 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명 화가의 작품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 화가들은 미술의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고 오랫동안 연습을 한 후에야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자신들만의 작품을 그렸다. 나에게 미술이란 그런 것이다. 처음 미술학원에서 배우는 아주 단순한 기초교육 없이 그림을 그림다는건 불가능한 것. 하지만 모지스 할머니의 작품을 보면서 그런 편견은 깨졌다. 물런 작가의 설명대로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같은 느낌은 있다. 하지만 뭐든 보는 사람이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예를들어 사진의 경우도 테크닉이 뛰어난 포토그래퍼가 찍은 사진이지만 마음에 와닿지 않고 오히려 아마추어가 자신만의 감성으로 어설픈 실력이지만 마음에 와닿는 경우가 있다. 그건 어떤 분야건 마찬가지인 것 같다. 비록 모지스 할머니는 미술교육도 받지 않고 75세라는 아주 늦은 나이에 그림을 시작했지만 작은 약국에 걸린 할머니의 그림을 보고 단숨에 매료된 것 처럼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정감어리고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자신이 어릴때 부터 살던 고향의 정경과 겪었던 일들을 그렸기 때문에 그림의 구석구석 디테일이 살아있다. 그래서 할머니의 그림은 한참동안 들여다 보아야 그 느낌이 더 살아난다.
사실 이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 해설서나 그림 가이드북 정도로 생각했다 만약 그걸 많이 기대했다면 비추. 그림 부분을 빼고도 그리 두껍지 않은 책에서 글만 보자면 그림의 설명이라기 보다는 작가가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을 보고 느낀 점이 많이 들어간 그림 에세이에 가깝다. 그래서 나에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다. 할머니의 그림 이야기와 할머니 이야기가 많은 책이었음 했다. 물론 많은 좋은 그림과 그에 대한 설명도 빠짐없이 있지만 할머니의 생애와 그림을 보니 더욱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할머니와 할머니의 그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과 할머니에 대해 감동과 따뜻한 마음에 느끼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다. 처음 책 소개에 나온 것 처럼 75세에 그림을 시작했다는 것 만으로도 나에게는 감동이고 용기를 주는 것이기에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을 보고 할머니의 생을 조금이라도 알게해준 책으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 같다.
분명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라는 건 있을것이다. 자신의 체력이나 여건이 맞지 않다면 말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힘이 되어주고 위안이 되어주는 일이라면 언제 시작해도 늦은 나이라는게 없다는걸 모지스 할머니를 보면서 알았다. 뭔가를 망설인다면 모지스 할머니가 들려주는 할머니의 어린시절 이야기와 할머니의 그림을 본다면 그 망설임은 시간 낭비라는걸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