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책을 안읽다가 오랫만에 집어든 책. 도서관에서 도무지 읽고 싶은 책을 찾지 못하다가 실패 확률이 적은 히가시노씨의 책을 골랐다. 워낙 다작하는 작가라 웬만한 책은 읽은 것보다 안읽은게 많으니 일단 읽어보고 싶었던 목록에 있는 책 중 서고에 꽃혀 있던 책을 그냥 집어왔다. 꽤 두꺼운 책임에도 이틀만에 후딱 읽어버린 책이다. 일단 재미로는 쏘쏘한 편. 우리나라에는 2014년이 나온 책이지만 이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초기에 쓴 책으로 보인다. 해설자가 히가시노가 31살에 썼다고 되어 있었으니. 술술 읽히기는 하나 딱히 막 엄청 재미있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과 비슷하다는 느낌도 있었고 습관대로 범인을 추리하는데 너무 실마리를 찾지못해 답답하기도 했다. 제목에서 나왔듯이 소설의 배경은 십자 모양으로 된 저택으로, 다케미야가의 다케미야 산업의 사장인 무네히코의 아내이자 휠체어를 탄 딸 가오리의 엄마 요시코가 자살하면서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일련의 살인사건의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다. 읽기 전에는 제목과 소설속에도 등장하는 피에로 인형과 관련된 호러 무드의 내용으로 예상했었다. 사탄의 인형이나 애나벨처럼 저주가 서린 인형에 얽힌 그런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와는 전혀 다르다. 피에로 인형의 시점이 나오고 피에로 인형을 만든 손자 인형사가 피에로는 비극을 부른다고 하지만 작가가 일부러 그렇게 생각하도록 트릭을 쓴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소설 속 사건의 실마리는 온통 트릭이었다)마지막에 피에로 자신도 그런 면을 조금 억울해 하는 정도였으니까. 피에로 인형은 사건이 일어나는 현장마다 있었고 한명의 분명한 목격자 역할을 한다. 독자에게 사건을 풀 수 있는 또다른 힌트를 제공하는 듯도 하다. 그 자리에는 범인 외에 인형밖에 없었으니까. 트릭이 쓰인 단순한 살인사건으로 끝날 것 같았는데 마지막에 묘한 반전이랄까. 인형사의 마지막 말과 가오리의 마지막 한마디는 그게...정말...? 하는 약간의 충격과 의문을 던진다. 조금 섬뜩한 느낌이 들기도 한 것 같다. 예상못할 반전을 숨겨놓기를 잘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다웠던 것 같다. 그냥 저냥의 재미였다고 했지만 꽤 재미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한다면 읽어보아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