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3 - 하늘이 알려준 시간
다니 미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플라시보 이펙트라는 현상이 있다. 위가 아픈 환자들에게 낫게 해준다고 하고 밀가루를 거짓약으로 투약했을때 진짜 위가 나은 현상에서 나온 말이다. 다니 미즈에의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그 세번째 이야기를 다 읽은 지금 문득 그 말이 생각났다. 사람이 한적한 쓰쿠모 신사거리 상가 그 중에서도 간판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낡은 시계를 수리하는 시계사 슈지가 운영하는 '추억의 시時 수리합니다'라는 기묘한 이름의 시계방이 있다. 소설은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시계방과 시계사 슈지 그리고 그의 연인 상가의 헤어살롱 유이를 하는 아카리를 중심으로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시계방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져있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보기도 하고 일부러 찾아오기도 하는 곳이지만 시계방의 그 기묘한 간판을 보고 한 글자가 떨어져 나갔다는 것쯤은 안다. 하지만 슈지의 시계방을 찾는 사람들은 고장난 시계를 고치듯 지나간 추억을 고치고 싶은 마음으로 가계를 찾는다. 고장난 시계를 고치면 그 시간에 멈춰버린 지나간 그래서 후회되는 추억도 함께 고쳐지지 않을까 하는 믿음으로. 물론 시계사 슈지에게 그런 마법같은 힘은 없다. 다만 슈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읽고 시계가 고쳐지듯 지나간 추억이 수리될 거라는 사람들의 믿음을 후회되는 시간들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힘이 있다.


슈지는 시계만 수리한다. 하지만 이 간판은 여기를 찾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품게 만든다. 만약 풀린 실타래를 되감듯 안 좋은 추억을 복구할 수 있다면 자신의 미래도 바꿀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315p 중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건 백 투 더 퓨처 같은 공상과학이나 판타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후회되는시간들을 바로잡을 수는 있다. 만약 그럴 수 있는 일이라면 말이다. 시간을 되돌리거나 후회되는 일을 바로잡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것쯤은 시계방을 찾는 사람들은 알것이다. 하지만 슈지의 시계방을 다녀가고 지나간 시간들을 바로 잡을 수 있었던건 시계가 수리되는 것을 보면서 추억 또한 수리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의 마음이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 것이 아닌가 한다. 터무니 없는 약으로도 병세가 호전되는 것은 100%는 아니지만 그 병이 나을 거라는 믿음과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다. 새삼 깨닫는 감정이지만 어쩐지 마음이 차분래지고 힐링되는 느낌은 세번째 이야기까지 읽게 만드는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시리즈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세번째 이야기가 전편과 다른 점이라면 각각 다른 네가지 이야기 모두 부모와 자식 간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요즘 매스컴에서 한창 이슈가 되는 뉴스가 바로 아동 학대에 관한 이야기이다. 물론 직접적 혈연관계의 가족안에서의 일이다. 친부모임에도 학대를 하다 못해 죽음에 이르게까지 한 사건은 차마 믿기 힘든 일이었다. 가끔 실제 사건이나 영화나 소설에서 보여지는 이러한 일들에서 보여지는 것과 반대로 부모라면 자식에 대한 모성애나 부성애가 당연히 있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것이 부모에게 결여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적지 않게 충격이었다. 소설을 읽는 시간들과 맞물려 들려온 뉴스와 소설 속에서 틀어진 부모와 자식간의 시간들을 바로잡고 싶어하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그 관계에 대해 새삼 다시 생각해봤다. 시리즈의 소제목에서 처럼 부모와 자식은 떼려야 떼어낼 수 없는 하늘에서 정해주는 천륜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있다. 슈지의 시계방을 찾는 사람들에는 자식인 사람도 있고 부모인 사람도 있다. 어떻게해서든 지나간 시간을 바로 잡고 싶은 아니 그럴 수 밖에 없는 관계인 것이다. 관계가 틀어졌다고 해서 끊어버리고 말면 되는 관계가 아니기에 슈지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뭔가 더 절실함이 느껴졌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일도 있겠지만 반대로 시간이 오래 지날 수록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와는 더 멀어질 수도 있다. 그게 비록 천륜으로 이어진 부모 자식간의 관계라도 말이다. 시간의 중요성을 보통은 돈과 연관지어 말하지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이다. 지금 수리하고 싶은 추억이 바로잡을 수 있는지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됨과 동시에 위로받을 수 있는 힐링 미스터리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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