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팽창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3
구보 미스미 지음, 권남희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드라마의 남자주인공이 어느날 자신의 약혼녀가 중병에 걸린걸 알게된다. 그 남자는 여자의 상태에 대해서 알기 위해 의사를 찾아간다. 의사는 뭐라 알아들을 수 없는 의학 용어를 들먹이며 장황하게 설명한다. 남자는 다소 뻥찌면서도 화난 표정으로 "그래서 살 수 있다는 겁니까, 죽는다는 겁니까? 얼마나 남은 거죠?" 라고 묻는다. 그러면 의사는 "대략 6개월정도 이지만 기적이라는 것도 있으니 지켜보죠" 라고 대답한다. 소설의 문학성이라든지 작품성이라던지 하는 것에 대해서는 나같은 독자에게 아무리 설명해봐야 알아듣지 못하는 의학용어 같은 것이다. 학창시절 문학 시간에 배운 소설에 관한 내용은 벌써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기억이 떠난지 오래. 아무리 뭐라고 소설에 대해서 프로패셔널한 해설을 떠들어봐야 그래서 그 소설 재미있다는 거야 재미없다는 거야? 라는게 나같이 단순한 사람에게는 가장 궁금한 것이다. 위대한 작가라고 해서 다 재미있는건 아니고 듣보의 작가라고 해서 재미없는 것도 아닌 것처럼. 구보 미스미는 이미 일본이서나 국내에서 인정 받고  있는 작가이니 만큼 듣보는 아니지만 처음 읽은 작가의 작품인 만큼 좋은 작가 한명을 알게 되었다는 작은 희열이 느껴졌다. 그래서 이 소설이 재미있다는 거야 뭐야? 장황한 상황극을 늘어놓으며 하려는 말은 의외로 꽤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흔한 예술적 소재가 남녀간의 연애나 사랑이야기일 것이다. 이런 소재에서는 뭔가 뻔한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에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소재라고 생각하는데 그동안 내가 읽은 연애 소설과는 뭔가 다른 느낌이었달까. 소설은 두 형제와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벌써 뻔한 삼각관계가 떠오르겠지만 그 뻔한 이야기를 아주 솔직하고 재미있게 그려낸게 이 소설이다.

책을 받아보고 그날 밤부터 시작해 다음날 저녁쯤 까지 다 읽었으니 거의 24시간 안에 다 읽은 셈이다. 그만큼 소설은 술술 읽히면서도 흡입력 있었다. 처음에 등장하는 29살 여자 주인공 미히로의 시점으로부터 시작해 미히로와 동거하는 연인 게이스케, 게이스케의 동생이자 미히로를 오랫동안 좋아한 동급생이었던 유타의 시점으로 차례대로 바뀌면서 이야기는 흘러간다. 삼각 관계라고 하면 으례 뻔히 이루어지는 커플을 중심으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세 남녀의 이야기가 차례대로 균형있게 나옴으로 어느 한사람 어느 한 커플에 마음이 가지 않고 어쩐지 세 사람 모두에게 마음아 간다. 애잔하면서도 공감의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는. 처음 미히로의 이야기에서는 꽤 과감하다 싶을 만큼 자신의 욕구에 대해서 솔직하게 그려져서 여자로써 꽤나 공감가면서도 흥미진진한 시작이었다. 그래서 계속 이런 이야기로 흘러가려나 했는데 그건 또 아님. 과감하면서 솔직한 여자의 욕망과 심리를 그리면서도 자극적이거나 무겁지 않다는 소설에 대한 설명이 공감이 간다. 욕망과 감성은 어울리는 것 같지 않지만 두 가지의 요소가 이 소설에서는 공존하는 듯 했다. 소설은 삼각관계의 남녀 이야기를 그린 만큼 큰 사건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데 각자의 입장이 교차되면서 다른 인물과의 이해관계도 알 수 있는 구성 또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 일으키면서 소설의 재미를 더해주는 것 같다. 이야기 설정상 형제간에 그런 일이 있다고 한다면 (소설의 재미와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결말이 이해되지 않는 경향이 없지않아 있지만(feat. 모스트스러운 똘기자) 그건 개인적인 견해 차이지 문화적 차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사랑이라는 핑계로 많은 연애 이야기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을 보면 이해 못할것도 없지 않을까.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면서도 어쩐지 이들을 섣불리 비난하지는 못하겠다. 오히려 그런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만나기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에 마음으로는 응원을 하게 된다.

째째하고 꼴사납고, 그래서 사랑스러운 '어른아이'들의 연애 이야기라고 쓰여진 것처럼 이 소설은 어쩌면 주인공 남녀의 또래 정도에게 가장 공감이 가지 싶은 소설이다. 째째하고 꼴사납더라도 그게 흔한 사랑의 모습이 아닐까. 개인 차이겠지만 어릴때 읽었다면 재미있다고는 생각했겠지만 지금처럼 공감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앞서 나온 작가의 소설이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문학상에서 상을 받은 적이 있을 만큼 여성의 심리에 대해 솔직하고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여자라면 소설을 읽으며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해보는 시간이 될것 같다. 그리고 여자 뿐 아니라 사랑을 하는 모든 이들이라면 자신이나 상대의 입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또는 위로나 공감을 주는 소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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