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아이 고 -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콜린 오클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살면서 한번씩은 그런 생각을 해볼때가 있을것이다. 만약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또는 만약 불치의 병에 걸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죽을 때가 가까워 온다고 해서 사람은 갑자기 안하던 짓을 하진 않을 것 같지만 또 평소와 다른 사람을 보면 죽을 때가 되었다는 말도 있으니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그 중에 사랑하는 내 남편이나 아내의 행복을 위해 배우자를 찾아 주는 일은 과연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일까? 이성적으로 생각해볼 때에는 그다지 정상적인 일 같지 않지만 감성적으로 생각해 볼 때 정말 내 남편이나 내 아내를 사랑하고 걱정이 되어서 생각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아직은 죽기에 너무나 젊은 나이에 신혼의 단꿈에 빠져있는 여자 데이지가 얼마 남지 않은 생에서 남편의 배우자를 찾기 위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 <비포 아이 고>는 다시 재발한 암으로 인해서 남은 날이 6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형 선고를 받고 절망에 빠진 데이지가 자신의 죽음보다 더 큰 걱정에 빠지게 되고 그것은 자신 없이 제대로 살아갈 수 없을 남편 잭을 위해 자신을 대신할 배우자를 찾기 시작하면서 겪는 심경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남편이 걱정되어서 시작한 일이지만 마냥 좋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정작 적임자라고 생각한 여자를 찾아 내었을 때에는 오히려 자신의 존재가 남편에게서 지워질까 두려워하고 두 사람이 가까워질수록 질투하기도 한다. 말기 암이라는 우울한 상황에도 억지 눈물을 짜내지 않고 오히려 시종 담담하고 때로는 유쾌한 느낌마저 드는건 아마도 주인공 데이지의 성격때문인 것 같다. 남편을 사랑해서 한 일이지만 질투심이 들기도 하고 죽이 잘 맞는 친구와도 환자와의 대화라기 보다는 그냥 여타의 여자 친구들이 하는 대화다. 솔직하고 당당한 데이지의 이러한 성격 때문에 암으로 인해 슬퍼지려 하다가도 오히려 읽는 사람에게는 그런 감정에 빠지게 하지 않는다. 데이지가 치료를 받거나 수술을 받기는 하지만 죽음은 예정되어있다. 다시 완치라는 희망은 소설에서 찾아볼 수 없다. 죽음이라는 바탕이 소설 전체에 깔려 있지만 읽으면서 슬픈 감정은 들지 않았다. 그것은 암환자라는 상황이 공감이 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바탕에는 죽음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 요소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당찬 데이지의 성격부터 암이 재발했다고 해도 여전히 예의없게(?) 대하는 친구 케일리, 딸이 암이지만 지속적으로 사교모임 활동을 하는 데이지의 유별난 엄마와 평소처럼 데이지를 사랑하는 남편 잭까지. 물론 그런 행동속에는 데이지의 죽음을 앞둔 슬픔과 배려가 깔려 있다. 소설은 끝까지 데이지의 시점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암이라는 병과 죽음에 대한 심리 묘사가 대부분이지만 그런 것들에 대해 무게감을 적절히 느끼면서도 침울한 느낌 또한 없다는 점이 장점으로 다가왔다. 자연스럽지 못한 억지 눈물을 짜내는 이야기는 별로니까.

소설 제목과 줄거리 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미 비포 유'를 떠올릴 거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두 소설 모두 재미있게 읽었고 그 재미도 다른 거지만 비교하자면 미 비포 유는 간병인 여주인공의 시점이 많고 그럼에도 존엄사 등의 무거운 주제가 깔려 있어 조금 더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무게감이 있다면 비포 아이 고는 암투병중인 여주인공의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미 비포 유에 비해서는 조금 더 라이트한 느낌이다.

여기서 또 한가지 떠올리게 되는 질문. 나라면 뭘할까? 앞서 떠올렸던 질문에 대한 내 생각은 데이지가 21살때 했던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여행을 실컷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하지만 이런 생각은 정말 생각일 뿐인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데이지였다면, 내가 잭이었다면, 혹은 내가 케일리나 데이지의 엄마였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봤다. 데이지였다면 여행을 가거나(배우자를 찾지는 않을 것 같음) 잭처럼 여전히 아내를 사랑해주고 케일리처럼 데이지가 하고 싶다는 걸 돕거나 할 것 같다고. 하지만 그 누가 그 순간을 정확히 예상하겠는가. 죽음을 준비하면서도 죽음의 순간은 예상보더 더 두려울테고 아내나 친구를 잃는 슬픔은 예상보더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어느 누구도 그 순간이 아니면 모를 것 같기에 데이지처럼 절박하지 않은 내가 내 시간을 조금 더 충실하게 쓰지 못하고 있음이 생각났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배우자를 찾아 주는 일은 못할 것 같지만 한번쯤은 죽음이 예정된 마지막 시간들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 소설이었다. 마지막에 잭의 이야기가 너무 짦아 아쉬웠지만 데이지의 마지막 선물은 사랑의 깊이에 대한 긴 여운을 남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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