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이야기와 미스터리가 적절히 버무려진 수작!

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2
조엘 디케르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8월

소설가
떠들석한 주목은 받지 않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재미있다는 평으로 알려진 소설이었다. 뭔가  나만 알고 있던 숨겨진 명작같은  느낌이랄까. 그런 기대감으로 읽게된 소설은 기대보다 재밌었던 부분도 있었고 기대했던 것 보다 실망한 부분도 있었다. 먼저 이 소설은 소설가에 대한 소설이다. 주인공 마커스 골드먼은 성공적으로 데뷔한 소설가이고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해리 쿼버트 역시 저명한 소설가이자 마커스 골드먼의 스승이다. 골그먼은 성공적인 데뷔 후 후속작이 쓰여지지 않아 자괴감에 빠지고 고민 끝에 스승인 해리 쿼버트가 있는 오로라로 떠난다. 골드먼은 30살의 젊은 작가로 나오는데 실제로 이 소설의 작가의 나이도 현제 30살이다. 소설가로써 겪어봤을 법한 자전적 고뇌에 관해 썼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단락의 첫페이지마다 해리 쿼버트가 골드먼에게 해주는 소설가로서의 조언이 짦게 나온다. 소설가이기에 소설가에 관해 더 잘 쓸수 있을것 같아서 어쩐지 소설가에 대해 더 알게된 것 같아 좋았다. 소설을 읽을 수록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커지면서도 동시에 명작을 읽을 때마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이중적인 마음이 든다. 소설가의 세계에 큰 동경심과 많은 호기심이 있는 나에게 소설가에 관한 내용 이었기에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사랑
제목에도 나와있듯이 이 소설은 해리 쿼버트 사건이 주요 내용이다. 33년전 젊은 소설가였던 해리 쿼버트는 운명적으로 놀라 캘러건이라는 소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금기된 사랑이라는건 알지만 자신도 어쩔수 없는 그녀에 대한 사랑 때문에 같이 도망치기로 하지만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33년 후 해리 쿼버트의 앞마당에서 유해로 발견된다. 놀라 캘러건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해리 쿼버트를 위해 골드먼은 사건의 진실을 파해치기 위해 33년전의 진실을 쫓기 시작한다. 살인사건의 미스터리를 푸는 것 만큼 해리 쿼버트의 사랑에 관한 내용도 못지않게 나에게는 비중을 차지했다. 이 소설에서는 사랑에 배신당한듯한 기분이 든다. 해리 쿼버트는 15세 소녀 놀라를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하고 그녀가 사라진 후에도 30년 넘게 기다리지만 놀라와 함께 발견된 해리 쿼버트의 세기의 명작 악의 기원은 사실은 놀라를 좋아하던 다른 사람이 쓴 것이었고 해리가 그토록 사랑한다고 말했던 것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놀라 역시 해리를 사랑했다고 하지만 정신질환으로 인한 거짓된 사실을 진실처럼 말하고 다녔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이 든다. 너무 강하게 사랑을 말하면 오히려 그건 사랑이 아닌듯 느껴질때가 있다. 해리의 거짓으로 인해 그의 사랑까지 가짜처럼 느껴지게 했다는게 안타까웠다. 실컷 세상 어디에도 없는 사랑처럼 하늘높이 띄웠다거 한순간 추락한 기분. 진짜 별로였달까. 가끔 이런 소설을 읽게 되면 소설을 읽었던 그 시간들이 어디론가 사라저버린 것 기분이 든다. 사실은 다 꿈이었어 하는 것처럼 허무함이 들었던 사랑이야기였다.

미스터리
다행히 사랑에 뒤통수를 맞고도 소설이 재미있었다고 느낀건 미스터리적 스토리 라인 때문이었다. 소설이든 영화든 살인사건을 하나 던져놓고 단서들을 하나하나 맞춰가며 범인이 누구인가를 예상해보는걸 즐겨하는 나에게는 꽤 재미있었던 시간이었다. 뒤로 갈수록 너무 꼬아 놨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범인이 누군지 끝까지 모르게 하려 한거라면 성공했지만 자칫 너무 꼬여 풀기 힘든 실타래에 짜증이 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소설의 강한 흡인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히 재미있는 소설이 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