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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네임 이즈 메모리
앤 브래셰어스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전생, 환생, 윤회.. 무엇이 떠오르는지? 터무니없는 미신? 아님 내 전생이 뭐였을까 궁금하거나 신봉하는지? 난 믿냐 안 믿냐 굳이 말하라고 하면 단 1%라도 믿는쪽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전생이니 윤회니 하는 것들을 신봉하지는 않는다. 사후의 우리는 어찌될지 아무도 모르니까. 이 소설은 이러한 전생과 환생, 거듭된 윤회라는 다소 비현실적 소재에 삷의 의미와 더불어 사랑이라는 소스까지 버무린 이야기이다. 하이틴 로맨스 <청바지 돌려입기>로 이름을 알린 작가인 만큼 기대하며 읽었다.
일단 전생이나 윤회 같은 말들을 죽어도 믿지 않거나 로맨스를 싫어한다면 비추. 나의 경우는 전생에 대한 약간의 호기심이 있는데다 로맨스 소설 성애자이기 때문에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여기에는 단순히 전생과 환생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서 자신의 전생을 기억하고 그 기억속에는 윤회를 거듭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한 여자에 대한 사랑이 오롯이 담겨있다. 초반에는 어떤 구성에 어떤 스토리 라인일지 탐색이 끝난 후 부터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 읽었다. 현재시점과 대니얼이 환생을 거듭하면서 살아온 생이 교차되면서 나오는데 작가만의 상상력이 정말 흥미진진 했다. 천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 여자만 사랑해왔다? 자칫 좀 무섭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주인공 대니얼의 사랑은 그런 무섭고 소름끼치는 맹목적인 사랑과 거리가 멀다. 말로는 설명이 잘않되지만 생을 거듭하면서 느껴지는 대니얼의 마음은 그것이 진짜 사랑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환생을 거듭할수록 대니얼은 자신의 삶고 인간의 삶에 대해서도 깊은 생각을 하게된다. 대니얼에게는 그와 같이 윤회를 하면서 전생을 기억하는 친구 벤이 있다. 대니얼이 환생을 하고, 살아거는 목적은 자신의 단하나의 사랑 소피아를 찾아 그녀를 사랑하는 일이다. 또한 환생을 해서도 어디에서 어떻게 태어나건 처음에 썼던 대니얼이라는 이름을 고수하려한다. 반면 벤은 환생한 삷을 충실히 살아가려고 하는 친구이다. 과거의 기억을 붙잡고 오로지 소피아만 생각하며 사는 대니얼은 현재의 삶에 진심어리고 충만한 의욕이 엿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죽게 되거나 의지대로 죽을 때에도 다음생이 있겠거니 해서 자신의 생명이나 현재의 삶에서 만난 가족들에 대한 소중함을 생각하지 않았다. 이번 생이 아니더라도 다음이 있으니까. 하지만 정말로 좋은 가족을 만났을 때는 대니얼도 혼란을 느꼈다. 그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떠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다음 생에서 불행한 자신의 처지를 보며 어쩌면 친구 벤이 옳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소피아의 현생인 루시도 자신이 과거에 여러 삶을 살았음을 인정하지만 자신의 이름이나 현제의 처지를 부정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대니얼이나 루시, 벤 처럼 우리는 다음 생에 대한 기약은 없다. 전생이니 환생이니 하는 것들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확인할 수도 없고 그게 진짜 사실이래도 다음에 환생한다는 보장이 없다. 현제를 소중히 생각하고 충실하라. 구태의연한 깨달음일지라도 그것이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다. 대니얼이 여러생을 살면서도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 것은 현제 살고 있는 현생에서 진실로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생을 연습할 기회가 온다면 잘 살것 같았는데 그렇지도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말로 갈수록 내가 원하던 이야기로 전개되지 않았고 결말 또한 뭔가 애매하게 끝나서 조금 아쉬웠지만 전생에 대한 즐거운 공상과 인생에 대해서도 조금은 생각해보았던 소설이었다. Caepe diem! 한때 유행했던 말이다. 현재를 즐겨라!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변함없는 진리의 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