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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vs. 알렉스 우즈
개빈 익스텐스 지음, 진영인 옮김 / 책세상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괴짜라고 하면 어딘지 독특한 사람을 뜻하지만 그것이 좋은 의미로 쓰이지는 않는다. 여기 괴짜라고 하는 두 사람이 등장한다. 흔히들 생각하든 괴짜의 좋지 못한 의미를 생각했다면 이제부터는 그 의미를 달리 생각해야할 것 같다. 우선 주인공 소년 알렉스에게 일어난 일이 심상치않다. 확률이 극히 적은, 유성이 지붕을 뚫고 들어와 머리에 맞았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극히 확률이 적게도 2주간의 혼수상태를 끝으로 살아났다. 이 특별한 소년은 원래 그랬는지 아니면 유성을 맞고 나서부터인지는 몰라도 화제의 중심이자 동시에 학교에서는 괴짜로 통하며 외톨이로 지낸다. 때론 이 특별함이 남들에게는(몇몇 불량학생) 괴롭히고 싶은 조건이 되기도 한다. 그 어느날도 괴롭힘을 피해 도망치던 중 들어갔던 집에서 만난 피터슨이라는 노인을 만나게 되고 이 둘의 특별한 우정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일단 머리에 유성을 맞았다는 것 부터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소재로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고 비현실적인 판타지적인 느낌은 아니다. 확률이 적지만 있을법한 이야기이고 그저 아주 생소한 소재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요소는 모 아니면 도일 가망성이 크다. 망하거나 흥하거나. 나에게는 독특하다는 느낌 외에는 별달리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까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을 정도의 재치와 유머가 담긴 필체 때문이다. 주인공 소년 알렉스의 '괴짜적' 관심사 때문에 신경학이라던가 물리학이라던가 하는 학문적 용어가 자주 등장해서 조금 거슬리기는 했지만 중간에 읽기를 그만둬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외톨이라고만 생각했던 알렉스는 피터슨과 공통으로 좋아할 만한 커트 보네거트라는 작가의 책을 같이 읽고 독서 모임도 만들어 사람들과의 교감과 불치의 병 때문에 서서히 삶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 피터슨을 도와주면서 삶에서 중요한 것은 남들의 시선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과 삶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동시에 피터슨도 알렉스를 통해 포기하려 했던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카오스에서 질서를 찾는 것은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질서 아래 숨은 카오스를 찾을 수도 있다. 질서니 카오스니 이런 개념들은 불안정하다. 옷을바꿔 입고 장난치는 쌍둥이와도 같다. 질서와 카오스는 자주 섞이고 겹친다. 시작과 끝이 그렇듯이. 세상일은 걷보기보다 복잡하기도 하고 단순하기도 하다.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본문 중 p.111
나는 깨달았다. 인생의 문제란 ‘별난’ 입자와 닮았다는 것을. 우주의 크기와 규모에 비하면 다른 모든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작고 금방 지나가는 사건일 뿐이다. 우주의 규모로 보면, 별조차 눈을 깜박이는 시간보다 훨씬 더 빨리 지나간다. 본문 중 p.429
타인은 분명 나와 다르다. 알렉스도 그냥 평범하게 보자면 그저 물리를 좋아하고 조금은 허약한 모범생 소년에 불과하다. 알렉스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처럼 세상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들의 생각과 편견이 그런 시각들을 만드는데 어쩌면 알렉스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범함에서 비켜간 소년이기는 다름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름은 나쁜게 아니라 다름을 받아들이지 않는 편견과 생각들이 나쁜것이 아닐까.
여기서 또 한가지 중요한 이야기 중 하나가 존엄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는 몇몇 소설에서도 흔히 본 소재였지만 여기서 느낀건 이 문제가 옳고 그름을 떠나서 죽음이라는 어두운 소제임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눈물을 짜네거나 억지로 희망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이상한 것이지 모르겠지만 안타까운 피터슨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작가의 의도와 다른 반응인건가? 그렇다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쨌든 나는 그래서 더 좋았다. 몇몇 소설에서 다룬 이러한 소재에서는 마치 독자의 눈에서 억지로 눈물 방울을 흘리게 하려고 작정한 듯이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와 대화들이 오가서 조금은 짜증이 났었다. 하지만 알렉스와 피터슨이 서로의 우정을 통해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죽음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읽고 있는 나 또한 알렉스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알렉스가 말했듯 중요한건 죽음만을 생각하면 인생을 사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찰라보다 빨리 지나가는 시간을 어떻게 지내는 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