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에 혼자 서다 - 34살 영국 여성, 59일의 남극 일기
펠리시티 애스턴 지음, 하윤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인간의 한계은 어디까지인가? 라는 물음에 무엇이라고 대답할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면 분명 한계라는 건 있는 것 같다고 할 것 같았다. 한계에 도전 해 본적 있는가라는 질문에 지금까지 살면서 한계라고 생각한 일은 체중 감량을 위한 힘들었던 운동이라고 대답했었다. 나를 포함한 개개인은 이렇듯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계에 도전했다고 할 만한 일들이 있을 것이고 그것은 개개인 에게만 해당될 뿐 인류 전체로 보자면 한계라는 것은 없는 것이라는 것을 펠레시티 에스턴이라는 여성을 보면서 느꼈다.

 

남극. 단지 황제펭귄이 살고 세종기지가 있는 추운 극지방이라는 머리속에 그려지는 이미지는 있지만 실제로 남극이 어떠한 곳이라는 것은 체감하지 못한 이상 알지 못한다. 그리고 남극을 횡단한다는 도전을 살면서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녀와 나이도 국적도 성별도 다른 두 사람만이 횡단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그 곳 남극에 34살의 영국 여성 펠레시티 에스턴이 도전에 나섰다. 조금은 부모님의 영향도 있었지만 특별히 모험가 적 기질이 있었다고는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남극 횡단에 도전한다는 것은 보통의 모험가적 기질로는 힘들 것 같았다. 남극보다 더 소극적이고 사소한 일에 도전하는 것에도 자신감이 부족하고 두려움이 앞서는 나 같은 사람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한계 도전인 것이다. 몇번의 남극 체험을 해 보았다지만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는 혼자인 채로 남극에 남겨진다는 것은 아마도 횡단에 성공했다는 그 두 사람 외에는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곳곳에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를 미지의 땅을 횡단을 보면서, 죽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 한 이 도전은 그래서 인류에게는 한계라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가 먹먹할 만큼 시끄러웠다. 기계적인 포효 소리가 공기를 뚫고 먹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바로 코앞에 화물 열차가 지나가는 것처럼 우레같은 소리였으며 지진 같은 상한 진동을 동반했다. 처음에는 지면이 흔들리는 줄 알았다. 그러다 깨달았다. 떨고 있는 것은 나였다. 손에 낀 눈신 한 쪽을 벗고 손바닥을 얼굴 가까이 공중에 수평으로 올린 뒤 손이 떨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채 생각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첫째 날 저녁과 달리 이번에는 느낌을 바로 알아차렸다. 그것은 순수한 본능적 공포였다.

'두려움을 받아들여.'

예전에도 그랬듯이 뇌가 지시했다. 나는 눈 속에 앉아 이번 여정에서 두 번째로 얼굴을 두 손에 묻고 흐느껴 울었다. - 본문 중 97p

 

집에 돌아온 뒤 처음 몇 달 동안 내가 깨달은 변화라고는 주변 환경과 내면 풍경에 작은 단절이 있다는 점이었다. (중략) 이러한 정신적 신기루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졌지만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알아차렸다. 새로운 확신이 가득 생기고, 내 안에 차분하지만 단호한 평정심이 생긴 것을 알아차렸다. 이런 평정심은 이전까지 없던 낯선 것이었다. 이는 인내하고 버틴 결과 생긴 자신감 같은 것이며 오랫동안 알지 못했던 것, 바로 내 역량 문제에서 놓여난 안도감도 한데 섞인 것이었다. 한 개인으로서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고, 아울러 나의 결정과 동기를 추동하는 요인에 관해 보다 많은 이해를 얻어 돌아왔다. 아직도 모험에 이끌리는 것을 느끼지만 장차 내게 의미를 지닐 도전이 무엇인지에 관해 보다 뚜렷한 입장을 갖게 되었다. 나 혼자엿던 시간이 없었다면 이런 통찰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본문 중 311-312p


한계라고 생각하고 그녀처럼 두려움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끊임없는 도전 정신이 없었다면 인류는 어떤 발전도 없었을 테고 남극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도 모른 채 살아왔을 것이다. 그리고 두 달의 여정을 마친 후 그녀가 어떠한 모습이라도 그 순간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한계에 도전했다고 생각한 일이 조금은 사소했더라도 그녀의 남극 일기를 보면서 아직은 나의 한계에 도달한 것이 어쩌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한계라고 생각이 드는 일에도 그렇게 한계라고 쉽게 단정지으면 안될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 자신은 정말 그게 한계인 인간일 뿐인 인생으로 끝날테니까. 나 또한 그렇지만 자신의 인생에 한계가 왔다고 생각이 들거나 어떤 도전이 두려워 망설여 진다면 그녀의 남극일기를 적극 추천한다. 한계에 도전한다기 보다는 어떤 분야이건 도전을 시도해본다는 정신이 있다면 분명 여기가 한계라는 절망감이 느껴지지 않는, 그녀처럼 진정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벅찬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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