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첫 햇살
파비오 볼로 지음, 윤병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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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비처드는 첫 햇살이 달라졌다고 느낄만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나는 아직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 경험을 파비오 볼로의 소설 <아침의 첫 햇살>속 화자인 여주인공 엘레나에게 일어났다.

이 소설은 엘레나가 쓴 일기와 몇년 후 일기를 읽으면서 일기에는 쓰지 못했던 그때의 다른 감정들을 이야기하는 두가지 시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진정으로 사랑해서가 아닌 단지 안정감 만으로 결혼을 했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결혼생활에 권태감을 느끼면서 남편에게는 기대감이 상실되고 실망감이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 행복을 위해 결혼에 모든것을 걸었고 곧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느꼈지만 자신의 인생에서는 행복한 날들이 오지 않을것만 같고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만족감이 없는 것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그러다 예기치 않게 찾아온 유혹에 빠져들게 되고 자신도 행복할 자격이 있으며 그동안의 불행은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깨달으면서 새로운 자신과 대면하게 된다. 달콤하기만한 이 유혹에 점차 집착하면서 관계는 삐걱대기 시작하고 이 역시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깨닫지만 엘레나는 이미 예전의 자신이 아님을 깨닫고 모든것에서 자유로워져 진심으로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시작하면서 진정한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남자작가지만 여자의 심리를 아주 섬세하게 묘사했다는 평이 있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기대보다 훨씬 더 훌륭했던 소설이었다. 결혼은 하지 하지 않았지만 여자로써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의 묘사가 기대 이상으로 큰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엘레나가 느꼈던 감정들 중 일부는 정말 나 자신의 마음을 읽은 듯한 느낌이어서 전율이 일었고 그 순간 작가에게 찬사의 마음까지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  겪어보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같은 여자로써 처음에 엘레나의 상황들이 마냥 안타까웠고 그래서 엘레나의 행복을 마음속으로 바라며 읽을 정도로 감정이입이 잘 되었다.

"실수라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 다음에 우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우리한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에게 뭘 가져다줄 수 있는지가 중요한 거라고. 널 좋은 쪽으로 변화시킬지도 모르는 일아잖아. 그걸 누가 알겠니? 엘레나, 그러니까, 살면서 한번은 부딪혀봐야 하는 거야. 아무리 의미없는 일이라도 한번 부딪혀보는 거라고."
-96p
"행복하려면 우선적으로 고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사람들이 갖는 일반적인 생각이지. 하지만 내 생각은 달라. 나는 내 행복속에 내 우울함과 연약함을 위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고 생각해." -104p

누구나 자신의 인생이 행복으로만 채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의 불행은 안고 살아가지만 그 불행은 왠지 내 인생에서 떠나지 않을 것만 같을 때가 있다. 엘레나가 그랬던 것처럼. 어느 정도의 불행은 안고 살아가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실패가 두려워 불행을 방관하기만 하는건 인생을 더 불행하게 만드는게 아닐까. 그래서 엘레나의 행복찾기는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해 주는것 같았다. 


"그 사람과 함께했던 여자가 사라져버렸다면 그건 그 사람 앞에서만 사라진 거야. 대신에 네 안에서만큼은 살아 있는 거라고. 그 여자가 바로 너야. 가긴 어딜 가니? 너랑 전혀 상관 없는 또 다른 존재로 너를 변신시킬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어. 변화란 말이야, 네가 단지 모르고 있었을 뿐이지 네 안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너의 일부를 발겨나고 이해하게 되면서 오는 거야. 사람이 바뀐다는 건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달라지지 않을 것만 같은 내 인생도 행복으로 안내해 줄 또 다른 내가 있으므로 행복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엘레나처럼 자신이 느끼는 불행이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 만 같고 행복은 내 것이 아닌 것 같다고 느끼는 여자라면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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