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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 - 개정증보판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여행에 관한 책을 읽는 사람들에는 두 부류가 있을 것이다. 여행을 계획하고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진짜 여행자와 작가의 눈과 입을 통해 그려낸 여행지에 대한 풍경을 여행을 가지 못함을 대신해 간접적으로 느껴보려는 가짜 여행자. 나는 주로 후자에 속한다. 어떤때는 가지 못하는 것에 속상해 여행책을 보지 않을 때도 있지만 좋은 여행에세이는 내가 여행한 것 보다 그 이상의 무엇을 얻을 때도 있다. 이번에 읽은 최갑수의 여행에세이는 그런 느낌의 책이었달까.
Sentimental travel
너무 센티해 지는건 사양.. 이라는 마음에서 읽어서인지 걱정한 것 만큼 외롭지는 않다. 내 몸에 내 마음에 적당히 필요한 만큼의 센티가 들어가 있다. 타인과의 여행에서는 나 자신은 커녕 주변의 풍경도 돌아보기 힘들다. 평소 보지 못했던 풍경을 더 섬세하게 보게 되고 생각해보지 못했던 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하기에 혼자만의 센티멘탈 트래블이 필요하다는걸 느꼈다. 작가의 감성에 따라가는 여행에서는 내가 나를 사랑하고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이 되는 더 나아가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마음까지도 커지는 여행이 될 것 같다.
사진이 좋으면 글이 별로이고 글이 좋으면 사진이 별로인 여행에세이가 많은데 어느쪽으로 좋든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책이다. 일본의 어느 한적한 바닷가 마을인것 같은 사진에 유난히 눈길이 머물렀는데 알고보니 내가 사는 도시의 바닷가 마을이었다. 지하철만 타면 갈수 있는 곳에 이런곳이 있었다는게 놀라웠고 기뻤다. 실제로 내가 그 거리를 걸어 본적이 있을 수도 있다. 내 눈에는 이런 풍경이 왜 보이지 않았을까. 작가의 뷰파인더에서 더없이 멋진 풍경이 되고 그에 맞는 작가의 감성이 더해져 있어 좋았다. 직접 경험하는 것이 제일 좋지만 작가적 감성과 시선이 주는 감성이 더해진다면 지금 당장 여행을 가지 못하더라도 충분한 간접여행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