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 어느 여행자의 기억
변종모 글.사진 / 허밍버드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첫맛은 쓰지만 입안에서 오랫동안 음미할수록 달콤한 맛이 나는 음식이 있다. 변종모의 여행이야기는 그런 음식들을 닮아있는 것 같다. 처음 읽었을 때는 어딘지 모르게 미사여구가 많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많았다. 그래서 변종모의 책을 읽을때는 아무런 소음이 없는 곳에서 마음으로 글을 천천히 음미하다 보면 그 글들이 모여 내는 맛은 달고도 깊은 맛이 난다. 적어도 나에게 그의 글은 그런 느낌이다.

지독히도 쓸쓸한 여행인 것 같다. 마치 외로워 지려고 떠난 사람처럼. 유난히 조용하고 적막한 곳을 좋아해 찾아다니는 그의 발걸음이 그런 생각을 더 들게 한다. 그의 전작인 사랑도 병이고 여행도 병이다란 제목처럼 떠나지 않으면 안될 것 처럼 그도 어쩔 수 없는 방랑벽 때문에 떠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비록 쓰디쓴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의 여행을 천천히 깊게 들여다보면 따뜻하고 달콤함이 마음에 번진다. 그가 받은 따뜻함이 타인에게 따뜻함으로 돌려주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여행이란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독한 외로움이 없는 여행이라면 무언가 남지 않는 허전한 여행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이 책을 보면서 들었다. 그는 그런 외로움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런 여행이 달았다고 말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갖가지 음식들과 함께였는데 지구상 어디를 가도 사람들과의 친분과 정을 나누기에는 음식을 같이 나누고 먹음으로 생겨나는건 공통인것 같다. 우리말에 한 상에서 밥을 같이 먹는다는 뜻의 식구란 말이 있는데 이는 곧 같이 음식을 먹음으로써 가족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가 여행지에서 스스로 해먹은 음식은 그의 그리움에 닿아있고 그가 타인에게 받은 음식에는 따뜻함이 배어있다. 지독히도 외로워보였던 그의 여행이 이런 음식들로나마 따뜻해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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