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의 지혜 - 한 세기를 살아온 인생 철학자, 알리스 할머니가 들려주는 희망의 선율
캐롤라인 스토신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인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비극적인 역사는 사실이라서 지울 수 없고 비극적이라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은 상상조차 안되는 비극의 20세기 역사를 지나 10여년간의 21세기를 살아온 홀로코스트 생존자 알리스 헤르츠좀머 할머니의 경험과 그 경험 속에서 얻은 삶의 지혜, 여러 예술가들과 음악 이야기가 담겨있다. 피아니스트로 행복했던 알리스와 그녀의 가족들은 어느날 갑자기 한 독재자에 의해 비극으로 바뀐다. 남편과 부모와 강제로 헤어지고 아들 라피와만 강제수용소에 있을 때에도 알리스 할머니는 절망보다는 음악으로 희망을 연주하며 살았고 아들 라피가 죽었을 때에도 음악회 후 쓰러진 라피가 마지막 기억이 음악이라서, 죽음을 예견하는 괴로운 시간 없이 떠나 다행이라고 말한다. 학살로 인해 남편과 부모를 포함한 많은 친구들과 지인들이 사라진 상황은 누구에게나 절망스럽고 삶을 포기하고 싶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알리스 할머니 역시 괴롭고 한없이 슬펐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들은 자기 자신뿐 아니라 주변에도 좋지않은 영향을 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알리스 할머니의 삶과 말씀을 읽는 동안 문득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가 생각났다. 나치 정권 시절 세 가족은 떨어져 아들과 아빠만 강제수용소에 같이 있게 되고 상황을 이해못하는 어린 아들에게 아빠는 숨바꼭질 놀이라고 얘기해준다. 어린아들은 그저 전쟁이 아닌 게임으로 생각하고 수용소에 숨어 있다가 아빠는 죽고 종전 후 엄마와 재회한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알리스 할머니는 아들 라피에게 수용소에서 무서워하는 아들 라피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 듯 연극무대라고 생각하라고 했고 라피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비극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 힘든 수용소 새활에서도 음악을 놓지 않고 열악한 환경에서 연 음악회 이야기는 슬프면서 뭉클한 감동을 주었고,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저명한 예술가들과 학자들의 이야기는 정말 우리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인 것만 같아 흥미로웠으며, 알리스 할머니의 로맨스 이야기도 또 다른 재미를 주었다. 

 

사실 알리스 할머니의 삶 자체가 나에게는 기적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한국나이로 올해 111세가 되신 알리스 할머니는 삶에 감사하는 마음과 유머, 음악, 일 등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말씀하신다. 삶을 살아가면서 좋은 감정만 가지고 제대로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알리스 할머니는 주저없이 최선을 다해 제대로 살아왔노라고 말하고 있다. 할머니의 이러한 삶은 단지 한 세기 동안 오래 살았기 때문이 아니라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하고 감사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자세는 시대와 국가를 초월해 우리가 알리스 할머니에게 배워야 할 점인 것 같다. 머리로 익히고 생각하기 보다는 가슴으로 느끼고 알리스 할머니의 지혜에 감사함을 느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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