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 시게마츠 기요시

십자가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이선희 옮김 / 예담 / 2013년 2월

어려운 말은 없었지만 결코 쉬운 내용의 소설이 아니었다. 왕따로 인해 괴롭힘을 당하던 중학교 2학년 후지슌의 자살 이후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그 중 후지슌이 절친이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동경하는 친구인 사나다 유의 독백 형식으로 과거와 현제가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죽기 전 남긴 유서에는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 2명과 절친이라고 한 화자인 사나다 유 그리고 남몰래 좋아했던 여학생 사유리가 쓰여 있었다. 유서의 등장인물은 물론 후지슌의 부모와 그의 형제는 각자 후지슌의 죽음에 죄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겪어보지 않았다면 결코 알지 못할 왕따의 괴로움이나 그 관계자들, 주변인들의 심리묘사가 아주 섬세하다. 그것은 아마도 학창시절 작가가 직접 따돌림을 당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입장의 차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봤다. 말하자면 소설을 읽은 나의 입장은 후지슌의 동급생 정도의 입장에 있었던 적이 있다. 물론 자살이라는 극단의 상황은 없었지만 왕따를 당하는 당사자나 그의 부모님이 보기에는 가해자 학생들이나 절친은 물론 동급생들 까지도 자살의 방관자로 여기고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는 부분에서는 지금까지도 몰랐던 그들의 마음을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다. 자살은 본인의 선택이고 직접적인 관계자가 아닌 단지 동급생인데도 자살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작가는 소설속에서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다보니 다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이해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작가는 왕따의 당사자이고 나는 그 동급생의 입장에 읽고 있었다. 

이 소설을 읽는 사람들 중에는 소설 속 인물들 처럼 각자의 입장에 있었거나 진해중에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각자의 입장에서 이 소설의 느낌은 확연히 다를것이다. 가벼운 내용이 아니었지만 처음 시작에서 느꼈던 아픔과 그 간의 시간들과 오랜 세월이 지난 마지막에서는 과연 내 인생에서 져야할 십자가가 있었나를 돌아보게 되었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