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밀란 쿤데라 전집 10
밀란 쿤데라 지음, 박성창 옮김 / 민음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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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를 접하는 첫번째 작품 <향수>. 그의 명성이나 작품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보면 내게는 어려울 것만 같아서 읽기 전 걱정이 먼저 앞섰다. 너무 우려가 컸던 걸까 걱정했던 것 보다는 꽤 좋았던 작품이었다. 조금은 난해하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고 결말 부분에서는 이게 뭔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대체적으로 흡인력이 느껴졌던 작품.

 

망명과 체제 붕괴, 망명자의 귀향과 괴리감 등은 좀체 공감하기는 힘들다. 망명이 아니더라도 고향을 길게 떠나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낄 만큼의 시기가 없었다. 주인공 이레나와 조제프는 타국으로의 망명 후 귀향을 하지만 그들이 알고 있던 고향에 대한 모습과 기억은 어디에도 없었으며 그로 인한 괴리감에 괴로워 한다. 이 소설에서는 비단 고향에 대한 향수에 대한 것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에 대한 향수에 대한 이야기는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기억이 잘 기능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훈련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흥미로운 모순을 이해할 수 있다. 추억은 친구들 사이의 대회에서 상기되지 않으면 떠나가 버리고 만다. 동향인 모임에 모인 망명자들은 똑같은 이야기들을 구역질이 날 정도로 한다. 때문에 그 이야기들은 잊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레나나 오디세우스처럼 동향인들과 만나지 않는 사람들은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마련이다. 그들의 향수가 강하면 강할수록 추억은 사라지게 된다. -37p

 

이레나와 조제프는 떠나온 후 변해버린 고향에 대한 모습이 아니라 떨어져 있었던 20년 동안의 공유할 수 없는 친구들과 가족들과의 괴리감에 괴로운 것이리라. 일상에서 회자되지 않는 기억은 점차 퇴색되어 잊혀지기 마련인 것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와 미래가 중요시 되는 요즘 옛 기억에 대한 중요함은 점점 퇴색되어 같다. 새삼스럽지만 그 새삼스러움이 나와 나를 살게하는 생의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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