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 이용한 여행에세이 1996-2012
이용한 지음 / 상상출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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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본 세상의 풍경은 어떠할까.

감성이 남다른 시인이라면 길거리에 흔하게 구르는 그냥 지나칠 법한 돌맹이 조차도 그들에게는 미학적인 자연물이 될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시인의 시각과 감성으로 써내려간 17년간의 기록이다. 여느 여행 에세이가 그렇듯 대충은 이렇다. '망설이지 말고 떠나라!' 한가지 메세지는 어느 여행에세이 작가건 모두 강조하는 말이다. 여행에세이를 읽다가도 난 어차피 떠나지 못할텐데 하는 답답한 마음에 한동안 여행 에세이는 처다보지도 않은적이 있다. 그러다가도 더 답답증이 몰려오면 책 속이라도 그 갈증을 풀어보려 다시금 잡게되는게 여행 에세이이다.

 

요즘은 너도 나도 해외여행을 떠나고 그만큼 여행에세이도 쏟아져 나온다. 단 일주일만 다녀와도 300페이지 이상의 책들을 펴내곤 하는데 여행 에세이를 읽으면 읽을 수록 난 그런 책들은 잘 보지 않게 된다. 떠나기 전에 당연히 여행에 대한 계획을 짜고 루트를 짜겠지만 짜여진 루트대로 가지 않으면 않될 것 같은 조급증이 여행의 의미를 퇴색하게 만드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속의 여행은 그런 조급함은 느낄 수 없다. 여행일정중에 기다림이 있을 때 조차도 저자는 좀 더 게으름을 피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한다. 길을 잘못들어도 이름 모를 마을을 알게 된 것이 더욱 기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한 작가의 태연작약한 여행에 대한 자세는 언듯 정말 바쁜 세상에 무슨 시간냥비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여행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시인의 감성이 더해진 글은 그런 여유를 한 층 배가시켜준다. 바쁘게 쫓기는 여행이 아닌 여유로운 여행을 꿈꾼다면 시인의 감성을 마음에 장전하기에 좋은 여행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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