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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까지는 연습이다 - 세계 명카피에서 배우는 내 앞길 여는 법
노진희 지음 / 알투스 / 2012년 1월
평점 :
요즘 피로회복제 박카*의 광고카피가 유난히 마음에 와 닿는다. '세상 사는게 피로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라는 문구이다. 남들에게는 정말 편해보여도 정작 자신의 입장이 되어보면 모두가 피곤한 인생이라는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 편해보일지 모르는 나의 삶에 대한 힘듬과 피로함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약간은 위안이 되는 카피였다. 이렇듯 하나의 광고카피에도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켜 각인되는 인상적인 문구가 많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서른 관련서적처럼 30대는 아직 모든 것을 시작할 나이이다 라는 진부한 말들로 채워져 있을 것만 같은 이 책 '서른다섯까지는 연습이다'는 뭐 분명 그런 이야기들이기는 하다. 색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광고 카피라이터라는 작가의 직업에 맞게 인상적인 광고카피와 그에 따른 작가의 감상과 경험담 등으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명언이 아닌 광고카피는 그래서 또다른 흥미를 유발시킨다. 진부할 것만 같았던 그렇고 그런 말들이었고 그 짧은 광고안의 광고카피에도 이상하게 눈물이 났던건 왜일까? 아버지의 이야기에서 울컥하기도 하고 그동안 너무나 남의 눈만 의식해 살아오다 그것 조차 깨닫지 못한 내 자신을 반성해보기도 했다.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다가온 메세지는 '나 자신을 위해서 살아라'라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남들이 어떻게 볼까부터 생각해 모든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나도 효녀가 될 때가 있다. 이렇게 짠한 산토리 각병 광고를 보거나, 친구의 결혼식에서 경직된 표정으로 입술을 떨다가 결국 눈물을 훔쳐내시는 신부 아버지를 봤을 때, '아버지는 석 달치 사글세가 밀린 지하셋방이다 / 너희들은 햇볕이 잘 드는 전셋집을 얻어 떠나라 / 아버지는 아침 출근길 보도 위에 누가 버린 낡은 신발 한 짝이다 / 너희들은 새 구두를 사 신고 언제든지 길을 떠나라' 같은 시구절을 봤을 때.... 그럴 때만 나는 효녀가 된다. 내 아버지가 없는 자리에서만 나는 쓸데없이 효녀가 된다. 다른 아버지들의 모습 위로 내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지는 순간, 어김없이 콧등이 시큰해지면서 '더 잘해드려야지' 굳게 결심한다. 그저 결심만 한다. -39p
이제야 나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공부를 한다. -76p
만날 남의 눈만 의식하고, 남의 말만 신경쓰고, 남 생각만 하지 말고 이제 내 생각을 좀 하자, 이제껏 나에게 "너는 왜 니 생각을 안하니?"라고 물어본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제 알 것 같다. 내가 못난년처럼 굴면서 나를 아프게 한 건 내 생각을 덜 했기 때문이라는걸. 나는 그냥 '이런 사람이 한번 돼봐야지' 내가 결정한 모습으로 살면 되는 것이다. 어렸을 때 반찬을 가려먹으면 편식한다고 혼났지만, 어른들이 가려먹으면 취향으로 존중받는다. 내가 결정한 내 모습을 분명하게 드러내면서 징징거리지 말고 책임지며 살면 되는 것이다. 다 큰 어른이 그렇게 하겠다는데, 그런데도 여전히 비난과 충고를 늘어 놓는다면, 그건 그들이 못나고 폭력적인 것이다. -274p
나 또한 30대초반 이지만 아직은 인생의 연습생이다. 누구하나 내가 무언가를 시작한다고 하면 '힘내'라는 말을 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지금은 늦었다 어떻다 하는 충고 아주 고맙습니다 하고 받겠지만 이제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넌 그래서 지금 니 인생이 가장 행복하고 성공했다고 생각하니?" 라고말이다. 스티브잡스나 김연아같은 사람이 이제는 늦었어! 라고 말해주면 모를까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 살고 싶어지는 마음이 짧은 광고카피들로 인해 생겨났다.
남이 어떻게 볼까 두렵고 30대인데도 아직까지 힘겨운 방황을 하고 있다면 이제는 짧은 광고카피를 눈여겨보아도 좋겠다. 어렵지 않고 고개끄덕이면서 보겠지만 마음 깊이 콕콕 집어내어 주어 용기를 얻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