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아니지만 조금은 낯이 부끄럽게도 난 어떤 형태의 예술이건 난해하거나 어려운 것들을 싫어한다. 그래서 어려운 주제임에도 그것을 나같은 사람이 봐도 단번에 알 수 있지만 그것들을 봤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의 묵직한 무게감이 있다면 더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그냥 봐도 난해한데 설명을 들어도 모르겠다면 그건 최악인 것. 미술 작품 보는걸 좋아하지만 딱히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것도 그렇다고 꾸준히 전시회를 다니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어떤 형태로든 작품을 보거나 그 작품이나 작가의 히스토리를 보는 것만은 좋아하는 편이다. 나에게 미술이란 흥미는 있으나 어려운 분야이고 알고 싶은 분야이다. 사진도 마찬가지. 천경우라는 작가는 그래서 처음 듣고 접하는 낯선 작가이다. 더더구나 작가가 하는 설치미술이나 퍼포먼스를 하는 전시형태를 직접 본 적 조차 없다. 그런 작가의 작업노트라니 일단 궁금했고 흥미로웠지만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난해하거나 복잡한 것들 중에서도 그 작품을 이해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작품들이 좋을때가 있다. 그게 소설이건 영화건 시이건 미술작품이건 말이다. 그건 말로 설명하기 힘든 나만의 느낌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아 물론 여기에 실린 25개의 작품이 난해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에게는 그저 낯설었을뿐 작품에 대한 설명과 작품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읽는다면 누구든 어렵다 느끼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읽고도 어려운 작품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아주 낯설지만 어쩐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아 좋다 라는 느낌이랄까.
이 책이 실린 작품 중 가장 인상깊었고 참여까지 하고 싶었던 건 ‘고통의 무게(The Weight of Pain)’ 였다. 빨간 보자기 속에 자신이 느끼는 고통만큼 돌을 담아보라는 거였는데 고통을 어떻게 한낱 돌맹이로 젤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들면서도 나라면 얼마만큼의 돌을 넣을 것인가를 생각해보기도 했다(나라면 아무것도 싸지 않을 것 같았다). 단순한 행위임에도 그 순간 사람들은 한없이 진지하고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하는 것 같았다. 그 외에도 서로 마주 앉아 서로의 어깨에 손을 한동안 얹어 놓는다거나 인도의 도시락 배달부에게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도시락으로 배달해주고, 땅속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전달하는 파이프에 자신만의 메세지를 새겨 넣는 등 많은 참여형 퍼포먼스 작품들이 하나하나 내 마음에 그렇게 자리잡고 있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아 좋다’ 라는 느낌이 서서히 마음에서 퍼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