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을 읽고도 어렵게만 느껴지는 소설에 대해서 생각해보다가 그냥 정말 블로그에 ‘나’가 공유한 일기를 읽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원래 그런거 아닌가). 아직 졸업하지 않은 대학원생 ‘나’는 문학과 시, 영화에 관심이 많고 코딩에 대해서 배우는 프랑스에 있는 학교 에콜42에 입학하고 싶어한다. 연초에 쓰기 시작했으므로 한 해 동안의 계획도 써보고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서울의 관문이랄 수 있는 서울 스퀘어의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면서의 생각과 일들을 일기로 쓰기도 하며 시를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나가 있었던 일이나 거기서 만난 관심이 가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도 쓴다. 실존하는 시인의 이름으로 좋지 않은 일화를 썼다가 항의를 받기도 하며,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늘어놓는, 도시의 혁명을 꿈꾸는 조지(훈)이 해킹으로 밤의 미디어 파사드에 그들의 메세지를 내보내는 일에 가담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그냥 평범하기 그지 없는 블로그를 읽는 것 같기도 하다. 만약 이런 내용이 아닌 정말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기록했다면 읽어볼지도 모르겠다.
반면, 야간 경비원이기에 주로 밤에 이루어지는 일들을 기록한 블로그 기록 형식의 소설은 이들을 낮에는 존재하지 않는 존재들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경비원이라는 존재는 분명 우리 주위에 존재하지만 유니폼 너머의 그들의 존재는 사람들의 인식속에는 투명인간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이다. 노동자들의 죽음, 인식하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분명 평소 그들을 신경써서 인식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높은 빌딩에 몰래 올라가 전경을 찍거나 밤의 고요함을 틈타 파사드에 메세지를 송출하는 도시해커. 요즘은 어떻게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시대니까. 좋은 말로 해서 힙스터거나 아니면 관종이거나. 아니면 처우가 좋지 못한 '투명 인간'들에 대한 관심 촉구이거나 이려나. 작가의 말에도 해설이 부족해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정지돈이라는 작가의 작품은 처음 읽었는데 짧지만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읽기 어려운 문장들은 아니었으나 딱히 재미있다고도 하지 못하지만 흥미로운 소설이었달까. 말도 안되게 어렵거나 지루했다면 두번은 못읽었을게 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