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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후지사키 사오리 지음, 이소담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평점 :
일본의 인기 밴드 Sekai no Owari의 멤버 후지사키 사오리의 데뷔소설이자 첫 소설로 단숨이 158회 나오키상 후보에도 오른 소설 <쌍둥이>는 그녀의 유년시절에 대한 자전적 성장 소설이자 밴드가 결성되고 꿈을 이루기 까지의 성공담을 담은 이야기이다. 친구를 사귀는데 서툴어 늘 피아노가 가장 친한 친구인 14살 소녀 나쓰코는 어느날 자신과 비슷하게 외로워 보이던 한 학년 선배인 쓰키시마에게 말을 걸고 둘은 이야기가 잘 통하는 친구가 된다. 쓰키시마의 마음과는 달리 나쓰코는 쓰키시마에게 이성적으로도 좋아하지만 그런 쓰키시마는 나쓰코에게 때때로 상처되는 말로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렇게 가끔 만나는 친구로 인연을 쌓아가던 중 쓰키시마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미국 유학을 가게 되고 둘은 헤어지게 되는데 애써 쓰키시마가 없는 생활을 해왔지만 그곳에서도 적응하지 못해 돌아오고 싶다던 쓰키시마에게 나쓰코는 돌아오지 말라고 하지만 그 순간 쓰키시마는 쓰러지게 된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쓰키시마는 정신과 치료를 받게되고 가끔 나쓰코를 만나 이야기 하지만 가까워질 수 없음을 알게 되어 두 사람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인연을 이어간다. 대학을 간 나쓰코와 프리터로 살아가는 쓰키시마는 어느날 밴드를 결성하기로 결심한다. 그런 과정에서 두사람은 서로에게 상처도 주지만 다른 듯 닮음을 알고 이제는 자신의 꿈이 된 밴드를 위해 고군 분투 한다.
쓰키시마는 어디에서도 적응하지 못한 만큼 늘 우울감을 느끼고 공항장애 때문에 불연듯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다 성격도 제멋대로라 나쓰코에게 자주 상처를 준다. 화자인 나쓰코에게 감정 이입을 해서인지 소설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은 쓰키시마와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거였다. 자기가 내킬때 나쓰코를 불러내고 찾아오면서 상처되는 말은 서슴없이 하고 밴드를 할 생각도 없는 나쓰코에게 당연하다는 듯 밴드 멤버로 여기고 다른 사람에게는 하지 않는 말들로 나쓰코에게 상처를 준다. 그럴때면 늘 피아노와 함께 하고 마음의 상처도 혼자 견뎌내는 나쓰코에게는 유학을 가서도 적응하지 못하는 쓰키시마는 그저 사치스러운 투정을 부린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쓰키시마가 싫었다. 쓰키시마만 아니었다면 나쓰코는 어쩌면 피아노로도 성공가도를 갈지도 모른다. 마음의 병쯤은 하나쯤 있는 지금의 많은 사람들처럼 아무렇지 않은듯 일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루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쓰코는 왜 쓰키시마를 놓지 못할까. 쓰키시마에게 그토록 휘둘리면서 상처받고 도리어 사과를 하는걸까. 그러지 말라고 몇번이나 마음속으로 말했지만 그럴수록 쓰키시마에게 벗어나지 못하는 나쓰코의 마음을 이해하기 힘들었고 병이라는 방패 뒤에서 나쓰코를 마음대로 휘두르는 쓰키시마가 싫었다.
어쩌면 쓰키시마가 아니더라도 피아노로 성공할 수 있는 나쓰코였고 쓰키시마에게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감수성 예민한 소녀 시절 피아노를 제외하면 그로 인해 위로도 많이 받았으며 숨쉬게 해준 유일한 사람으로, 반쯤은 억지였지만 밴드라는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준 사람이라서일까. 그건 나쓰코만이 알 일인 것 같다. 생각해보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일들이나 생각들을 반드시 누군가 공감해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내가 위로받고 행복하면 그만이지 않겠는가.
밴드 멤버로서 전혀 다른 분야인 소설에 도전하게 된 것도 같은 밴드 멤버인 후카세의 제안이라고 한다. 실제로 쓰키시마의 캐릭터는 후카세와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고 멤버중 한명은 쓰키시마가 처음 무대를 할 때 처럼 삐에로 분장을 하고있다. 작가인 사오리가 소설을 쓰면서 힘들어 하면서도 자신을 투영한 나쓰코에게 위로도 받으며 함께했듯이 공감하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두 사람은 함께 성장했고 밴드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 꿈을 이루었다는 것만은 누군가에게는 분명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