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각각 다른 9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연작 소설이다. 각각 다른 인물과 시점이 있지만 연작 소설인 만큼 이야기들은 조금씩 연결되어 있고 그 연결고리의 매개체는 바로 주인공 쓰카모토 지하루라는 한 여자이다. 그런데 이 여자의 등장은 여느 주인공이랑은 조금 다르다. 분명 모든 이야기에 등장하고 그녀의 삶을 엿보고 있지만 정작 그녀가 이야기하는 시점은 없다. 각기 다른 9편의 이야기 속 인물들의 삶 속에 나타났다가 홀연히 사라진다. 제목만 보자면 뭔가 서정적이고 희망적인 내용일 것 같지만 정작 각 단편의 인물들의 이야기는 그런것과는 상반된다.
딸인 지하루를 친정집에 맡겨놓은 채 사랑의 허상을 쫓아 밤업소를 떠돌다 스낵바에서 어느 남자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지하루의 엄마 사키코의 이야기가 담긴 '나 홀로 왈츠'를 시작으로 지하루의 옆집에 살며 지하루에가 작으나마 부업을 주며 의대에 다니는 아들을 바라보며 살지만 정작 지하루와 아들이 관계를 맺자 애써 지하루를 위하는 척 중절 수술을 하도록 하는 여자 이쿠코의 이야기 '바닷가의 사람', 자신의 과거를 숨긴 체 스트립 댄서로 일하며 오빠가 돌아오면 클럽을 그만두기를 고대하며 신입 스트립 댄서로 들어온 지하루를 만나는 여자 레이카의 이야기 '숨어사는 집', 어디든 불평이 많은 어머니와 살며 어머니의 불만 접수로 인해 사죄를 하러 들른 마트 직원 지하루를 만나는 40대 독신남 하루히코의 이야기 '달맞이 고개', 시골 마을에서 남편과 이발소를 운영하며 아들이 결혼하겠다며 데려온 여자 지하루를 만나고 딸을 낳은 후 홀연 집을 나간 며드리 지하루를 대신해 손녀 야야코를 기르기로 결심하는 기리코의 이야기 '트리콜로르', 무명 시인으로 현대시 강연을 하는 곳에서 지하루라는 여자를 만나 그녀의 시적 재능을 비웃지만 마음과 다르게 본능적으로 지하루에게 끌리는 남자 도모에 고로의 이야기 '도망쳐 왔습니다', 실수로 저지른 범죄로 숨어다니며 우연히 대폿집에서 만난 사키코와 8년째 살며 병든 사키코가 만나고 싶다는 딸 지하루를 찾아 가지만 뜻하지 않는 일을 목격하게 되는 남자 노토 주지의 이야기 '겨울의 해바라기', 눈으로 고립되는 지역의 시골집에서 편집자로 은둔하며 살던 중 우연히 한쪽 다리가 없는 여자 지하루를 도와주며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되면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고 소설 '별이 총총'을 쓰게 되는 남자 고노 야스노리 이야기 '허수아비', 할머니와 살며 도서관 사서로 일하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만 자신의 어머니와 과거로 인해 삶에 회의적인 지하루의 딸 야야코의 이야기 '야야코' 이렇게 총 9편의 이야기는 작가가 주로 소설의 배경으로 삼는다는 고향 홋카이도처럼 때론 황량하고 춥고 고단하다. 하지만 별들이 모여 우주를 이루고 하나하나 의미 있는 사진이 배열되어 만들어지는 하나의 형태가 되는 광고처럼 저마다의 사람과 이야기는 밝지는 않지만 우주 어딘가에 있는 별처럼 존재하고 그 별들이 모여 쓰카모토 지하루라는 하나의 우주를 만들어 낸다.
야야코에게는 표지의 파란색이 맑은 밤하늘로 보였다. 미더운 데라고는 없는 공기 방울 같은 별들을 하나하나 이어가면 한 여자의 상이 떠오른다. 그이도 저이도 목숨 있는 별이었다. 밤하늘에 깜빡이는 이름도 없는 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