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란 것은 참 그로테스크하다. 결혼한 후로 몇 번이나 했던 생각을 나기사는 지금 또 한다.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몰라도, 아니 상대가 귀찮게 여겨질 때조차, 밤이 되면 같이 자고, 아침이 밝으면 같은 식탁에 앉는다. 조그만 불쾌함도 말의 어긋남도, 무엇 하나 해결되지 않은 채로 일상 속에 묻히고, 밤과 낮이 되풀이되고, 부부가 아니면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무엇이 되고 만다. 세상에서는 그런 걸 인연이라고 하리라. 그러니 인연이라는 것은 나날의 조그만 불쾌함의 축적이다. -268p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