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 W-novel
사쿠라마치 하루 지음,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풀기 힘든 수학 문제만큼이나 기묘하고 비밀스러운 제목의 소설을 읽었다. 그녀가 사랑한 상대는 내가 아니라 내 휴대폰 번호였다! 라는 띠지의 문구 역시 궁금증을 자아내면서 흥미롭다. 소설은 수학 천재의 신비스러운 소녀 아키야마 아스나와 있는 듯 없는 듯 한 아웃사이더 소년 ''의 이야기이다. 한달을 주기로 기억이 리셋되는 전향성 건망증을 앓고 있는 아키야마 아스나는 수학을 사랑하는 소녀지만 자신의 병때문에 친구가 없다. 나 역시 과거의 어떤 아픔때문에 늘 혼자이다. 그런 ''에게 어느날 소녀는 알 수 없는 말을 걸어온다. 주인공들의 상황만 봤을때 분명 비슷한 다른 작품들이 떠오른다. 병명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봤지만 단기적으로 기억을 하지 못하는 주인공들은 종종 있어왔고 스토리 역시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전개로 이어진다. 특별한게 있다면 아스나가 좋아하는 수학이 소설속에 녹아있다는 것. 아키야마 아스나가 나에게 말을 걸게된 계기도 숫자 때문이었다. 소년이 가진 특별한 숫자 때문에. 사실 보통 사람이 보기에는 특별할게 없는 숫자지만 수학을 사랑하는 아스나에게는 무엇보다 특별하다. 딱히 수학에 흥미도 재능도 없는 나에게는 그게 말을 걸만한 건지 의문이다. 소설을 읽고있는 나 역시 그건 마찬가지. 나가 가진 휴대폰 번호나 생일이 수학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말해줘도 알아듣기 힘들다. 그렇지만 이런점이 비슷한 상황이나 스토리의 다른 작품과 다르게 특별하게 해주는 점이다. 수학을 좋아하지 않고 흥미도 없지만 읽는게 딱히 어렵지는 않다. 오히려 등장인물이 많지 않아 일본 소설 특유의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어려워 처음에는 익숙해져야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고 라이트 노블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게 하루 이틀이면 읽어버릴만큼 속도감도 있다.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말했다 우주의 기본적인 규칙 중 하나는 완벽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불완전함이 없다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 달 마다 기억이 리셋되는 소녀와 죄책감으로 마음의 문을 닫은 나 두 사람은 분명 불완전한 존재들이다. 두 사람은 만나 서로에게 끌리지만 자신들이 가진 아픔 때문에 애써 그런 감정들을 숨긴다. 수학을 사랑하는 아스나 덕분에 두 사람 사이에는 늘 수학과 숫자가 있다. 거기에는 확률에 대해서도 늘 이야기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에 대해서, 아스나가 건강해져 기억이 정상으로 돌아올 확률, 두 사람이 연인이 될 확률 같은 것들을. 그런데 그 확률에서 빠진 숫자는 늘 0100이다. 무언가 일어나거나 일어나지 않거나 할 확률이 늘 0%100%는 없다는 것이다. 불확실한 일에도 늘 조금의 확률은 있다는 것이다. 불치의 병에 걸려 병이 낫거나 죽지 않을 확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금의 확률은 0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 확률에 기대어 무엇이든 시도해본다. 아스나가 처음 나에게 말을 걸어 친구가 될 적은 가능성에, 기억의 시간들이 점점 짧아지지만 일기를 쓰며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에, 아스나가 건강해진 후 나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녀에게 전화해 받을 적은 확률에. 일말의 확률에 무언가를 시도해본다는건 용기와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마음들은 희박한 확률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작용한다는 것을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었다.

라이트 노블이지만 두 소년 소녀가 서로를 의지해 성장해가는 모습은 가볍지만은 않은 잔잔한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01사이에는 이 세상에 있는 사람의 숫자보다도 더 많은 무한대의 숫자가 있듯이 적은 확률의 일에도 무한의 가능성이 있다는걸 풋풋한 첫사랑의 설렘을 느끼면서 여러가지을 생각해보게 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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