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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 24시 - 상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중국의 떠오르는 작가 마보융의 이 소설은 당나라 현종 천보 3재 '장안성에 큰 불이 났다'는 역사서의 짧은 기록으로부터 시작되어 조정의 수사관이었지만 상관을 살해한 죄명으로 사형수가 된 장소경이라는 상상의 인물과 뛰어난 지략가이자 정안사의 젊은 수장인 이필을 비롯한 중국 역사에 실존했던 인물을 더해 장안성에 침입하여 테러를 일으키려는 돌궐세력과 그 배후세력, 조정의 반대세력과 장안 뒷골목 지하 조직이 한데 뒤엉켜 테러를 막기 위한 24시간 동안의 고군분투를 그린 팩션 소설이다. 사실 중국 문학도 낯선데다 이런 중문 역사 소설은 처음 읽어보는 거라 기대 반 불안 반이었다. 예전에 대만 작가의 소설을 읽어 보긴 했지만 그 후로 읽는 두번째 중문학이자 첫 역사소설인 샘이다. 대만 작가의 소설에서도 느낀 거지만 사실 이번 소설도 중국 문학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놀라움을 느끼게 해준 소설이었다. 24시간을 그린 소설이지만 꽤나 두꺼운 분량의 2권으로 나뉘어서 만만치 않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그만큼 사건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뛰어나다는게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인데 스토리가 이어지는 것 만으로 눈앞에 장안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 하다. 그래서인지 드라마로 재탄생할 작품에 더욱 기대가 된다. 인구 백만의 넓디 넓은 장안의 108개 방은 물론 장안의 곳곳과 사건이 일어나는 원소절 당일 수많은 등롱의 모습, 정안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장안의 통신 체계인 망루에서의 교신하는 모습, 장안 테러 세력과의 추격전에서 벌어지는 동안의 스펙터클한 사건 등 시각화 한다면 화려한 볼거리가 가득할 것 같은 세밀한 각각의 묘사는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 중에 하나이다.
이런 블록버스터 영화같은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사실 속도감이 빠르게 느껴지는 소설은 아니다. 개인적인 독서 경험과 지식의 차이일 수 있으나 디테일이 많은 만큼 중국 역사서에나 나올법한 지명이나 조정 관료들의 지위 관계나 그 밖의 단어들이 낯설어 주석이 없는 말들은 번역서임에도 불구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야 할때가 많았고 장안을 테러하려는 세력은 장소경과 이필의 공조로 추격을 하면 할수록 더 큰 배후세력이 나오고 두 사람과 대립하는 세력까지 더해져 스토리의 흐름을 파악하해야 함이 속도감이 나지 않는데에 한목한다. 장소경이 테러 세력을 쫓을 수록 점점 더 잡히지 않는 배후 세력 때문에 무기력함을 느낄때마다 그와 같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함께한 독자들은 그와 함께 무력감을 같이 느끼게 했다. 이런 점은 추격전의 긴장감과 함께 주인공에게 이입되어 스토리에 빠지게 해주지만 그런 복잡함이 지치게 하는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분명 앞으로의 이야기를 궁금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장소경이 무력감에 빠질 때 마다 어디선가 나타나는 도움의 손길이 그를 일으키듯이 지칠 듯 놓을 수 없게 하는 매력이 있다. 전혀 상반되는 캐릭터의 장소경과 이필이 공조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만큼 매력적인 두 주인공과 함께 테러를 막기 위해 두 사람을 도와 고군분투하는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 역시 생동감과 매력이 소설을 더욱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으로 만들어 준다. 이 소설은 처음 SNS에 연재하면서 역사적 고증은 물론 작은 의문점까지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자유롭게 토론하고 의견을 적극 수렴해 쓰인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높은 완성도가 느껴졌다. 아직 상권의 12시간 동안의 이야기밖에 읽지 않았지만 다음 12시간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다. 중국의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불리우는 만큼 국내 독자들에게도 그의 첫 작품인 이번 소설은 아마도 다음 작품까지 기대하게 하기에 충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