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욥기 43장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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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만이던가. 소설일 읽고 보니 문득 예전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미션 스쿨이었던 나의 모교는 그래서인지 학교 임원을 비롯한 교사들 까지 모두 카톨릭 신자였다. 뭐 나같이 종교가 없는 학생들도 많았으니 그냥 일반고와 다를게 없지만 딱 하나 있다면 그건 아침마다 짧게 예배를 드리고 일주일에 한번 성경시간이 교과목에 있었다는 거였다. 아침마다 하는 예배에서는 찬송가를 부르는 시간이 아니고는 그저 꾸벅꾸벅 조는 시간이었고 성경시간은 엄연히 교과목이라서 시험도 보는지라 어쩔 수 없이 책을 들여다보기는 했다. 그러면 이 소설의 부제인 욥기에 대해 잘 알지 않겠냐는 것에는 놉. 욥기라는 말은 아주 많이 들어 알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1도 모른다. 소설때문에 그 내용을 알아야 했기에 찾아보기는 했지만 그 때문에 예전 기억까지 떠오르기만 한것이다. 그렇다면 카톨릭 신자가 아니라면 소설이 어려운가 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것도 전혀 아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소설은 미스터리 같은 느낌으로 누구나 읽기에 무난하다. 다만 작가 후기에도 나왔듯이 욥기의 후속으로 이 소설을 썼다는 점에서 그 내용을 알고 있다면 더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소설은 목양면의 어느 건물에서의 화제 사건에 대해 12명의 인물들의 말을 통해 사건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형식이다. 일단 소설속에서 몇몇은 합선에 의한 화제라고 단정짓지만 제목은 방화라고 확정지었다. 그렇다면 범인이 확실히 있다는 것. 용의자로 의심되는 인물들을 비롯한 그 주변인물의 이야기와 증언들을 통해 범인이 누구인지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방화사건의 중심에는 건물에 있는 교회가 있고 화재로 인해 교회의 장로인 최근직 장로와 그의 아들 목사 최요한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흥미로운 제목만큼 종교적 색채를 띔에도 불구하고 꽤 재미있게 읽어 내려갔다. 작가의 작품은 처음 읽는데 적은 양이라는 점도 있지만 소설의 흡입력이 좋아 읽을 수록 다음이 궁금해져 단숨이 읽어내려갔다. 그저 이대로 재미있는 미스터리 소설로 읽어도 좋은 소설이 될 것 같지만 소설의 부제로 쓰인 욥기에 대해서 안다면 조금 더 작가의 의도와 그 내용을 파악하는데 좋을 것 같다. 욥기는 가족을 모두 잃는 고난으로 하나님에게 왜 자신에게 이런 시련을 주느냐 질문하고 원망하지만 뒤늦게 하나님의 뜻을 알고 그 믿음이 더욱 깊어진 인물이다. 소설에서의 욥기는 최근직 장로이다. 사고로 아내와 세 자녀를 모두 잃은 뒤 자신도 세상을 등지려 했지만 그 순간 하나님의 목소리를 듣고 새로운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그렇게 만나게 된게 지금의 아내와 교회의 목사인 아들 최요한. 하지만 그 마저도 화재로 인해 아들을 잃었다. 욥기는 가족을 잃은 후 그것에 대해 하나님에게 질문했지만 곧이어 하나님의 뜻을 알았다 했다. 최근직 역시 처음 가족을 잃은 후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지만 작가가 (발칙하게도) 증언대로 소환한 하나님의 증언(?)은 다르다. 그 순간 그의 곁에 없었노라고. 그리고 그 말이 사실이 아님을 그의 입으로 마지막에 고백했다. 자신에게 왜 이런 고통이 일어나며 그 고통의 의미도 모르겠다고. 사람들의 증언 속 최근직은 더없이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죽은 그의 아들은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신의 목소리를 듣고 다시 삶을 얻었다는 그는 실은 그저 살고 싶은 자신의 욕망에 대한 핑계였던 것 아닐까. 신을 가까이에서 영접한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지만 정작 자신이 가장 사랑해주어야 할 아들에게는 신이 말하는 그 중에 제일이라는 사랑은 주지 못했다. 그 시련에 대한 이유도 알지 못했으며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말도 거짓이 되었다. 한낱 인간임을 인정하지 않고 신의 뒤에 숨어서 그것을 가리려 했던 최근직이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과 오만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것이 신이 우리에게 시련을 주는 이유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어리석음은 때로 시련으로 인해 깨닫게 될 수도 있으니까.

사실 욥기에 대해서 읽어봐도 이해가 되는건 아니다. 그리고 방화사건의 범인이 내가 생각하는 범인은 맞는 것일까? 라는 의문도 든다. 처음엔 소설이 읽히는 속도 만큼 가볍게 생각했지만 소설을 읽고 난 후 욥기에 대해 알아보면서 생각보다 더 묵직한 무게감과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소설이었다. 인간에 대해서도 신에 대해서도.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미스터리한 사건 속에서 신 아래 인간의 이면과 민낯을 던져 묵직함을 더해주면서 유머러스한 필체가 돋보이는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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