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기원
천희란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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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장한 작가이자 2017년 현대문학 젊은 작가상을 받은 신예 작가 천희란의 첫 소설집인 이번 작품은 신인 작가의 작품인 만큼 못미더우면서도 설레였다. 심사를 시작한지 5분만에 만장일치로 당선이 결정되었다는 작가의 작품은 독특한 매력과 문장력이 돋보였다는 심사평을 작품을 다 읽은 후 찾아본 작품 해설에서 알게되었는데 분명 동의할 수 있는 심사평이었다. 총 8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은 각기 다른 스토리의 단편임에도 그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하나이다. 바로 '죽음'이라는 것.

소설을 읽기 사작하고 얼마 있지 않아서 다소 읽기 어려운 소설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다소 무거운 죽음이라는 소재 때문인가? 아니면 스토리가 어려운건가? 소화되지 않는 위화감이 내내 들었다. 소설집의 마지작 작품을 읽기 시작했을 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죽음이라는 묵직한 소재 때문도 스토리 때문도 아니었다. 읽으면서 자꾸 문장의 처음으로 또는 문단의 처음으로 되돌아가 반복해 읽어야 겨우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문장들 때문이었다. 각각의 스토리는 간단히 생각하자면 어려울게 없었고 딱히 죽음이 주제인것도 무겁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그런데 어렵게 느껴지는 문장의 표현들은 소설을 읽어 나가는데 걸림돌이 되었다. 이야기와 상관없는 작가만의 사유가 불쑥 튀어나올때에도 이해하기 어렵기도 했다. 이런점은 분명 스토리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작품을 느끼기에 큰 걸림돌이다. 작품 하나하나 스토리를 생각해보면 꽤나 괜찮다고 생각하는 작품들이었고 특히나 누구나 상상해보았을 근 미래의 이야기들 - 멸망의 날이 정해지고 나서의 사람들의 심리를 묘사한 '예언자들'이나 화성으로의 여행이 가져온 아내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직접 화성으로 떠나는 남자의 이야기 '화성, 스위치, 삭제된 장면들' -은 흥미로우면서도 독자들로 하여금 여러 사유들을 떠올릴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나같이 이렇게 어렵게 느껴지는 문장이 걸린다면 이런 점은 작품의 호불호가 분명 갈리는 요인이 될 것 같다. 이 소설집의 단점이자 아쉬운점이었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는 늘상 문학작품의 소재가 되어왔다. 하지만 인간이란 자신은 죽음과는 상관이 없는 것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일생에서 죽음을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시기가 얼마나 될까 싶다. 죽음을 나와 상관없는 먼 미래라고 생각하는 해맑은 젊음도 죽음이 가까워 오고 있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 죽음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인간이 죽음에 대해 잘 아는 듯이 이렇듯 이야기 하는 것은 실로 오만하고 건방지다고 생각한다. 분명 인간은 유한한 시한부의 삶을 살고 죽음은 언젠가 다가올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죽음을 안다고 할 수는 없다. 멀게는 하루에도 수백명의 무고한 목숨이 세상을 떠나고 가까이는 가족이나 친구의 죽음을 목도하더라도 말이다. 죽은 자에게 죽음이 무엇인지 듣지 못하듯이 죽음은 인간에게 영원히 알 수 없는 주제가 아닐까. 그럼에도 이렇듯 그것도 죽음을 말하기에 젊은 작가의 작품에서는 죽음을 기저에 깔고 있는 작품을 읽을 때면 죽음이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죽음을 얼마 안남겨 죽음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누구나 필요한 시간인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엄마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과 엄마의 죽음에 대해 주고받은 편지 형식의 작품 ‘다섯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 와 아내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기위해 화성으로의 여행을 떠나는 남자 이야기인 마지막 작품 ‘화성, 스위치, 삭제된 장면들’ 이다.

 

그는 캄캄한 어둠이 내린 지구의 땅에 발을 딛고 섰다. 그의 발밑에 그의 그림자가 있었다. 누군가의 눈에 보이는 그림자가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을 리 만무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모든 선택과 믿음이 일시적인 광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여자는 분명 자신의 아버지가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누가 보아도 헛소리일 것이 분명한 문서의 내용이 진실일 수도 있다는 기대를 품었던 이유 또한 광기라고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것을 인정하자 자신은 광기에 휩싸이게 만든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건 그의 마음속에 늘 간직되어온 감정이기 때문이었다. 외로움이었다. 한시도 빠짐없이 그는 외로웠다. (중략) 광활안 우주는 한 인간을 그 자신의 심연으로 내동댕이치고, 외롭지 않은 인간조차 외로움의 의미를 알게 되는 그곳에서 마음이 허약한 자는 어둠에 마음을 빼앗긴다. 아내에게도 우주는 그런 것이었으리라. 그는 많은 것을 새롭게 이해했다. - p293-294 '화성,스위치,삭제된 장면들' 중

 

특히 마지막 작품에서 평생 화성 여행을 꿈꾸며 화성으로의 여행을 위한 우주선에서 일하는 남자가 혼자 화성 여행을 떠난 아내가 돌아온 후 자살하고 그 죽음이 화성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화성으로 떠난다는 이야기인데 화성을 떠났던 사람들의 모두 기이하게도 그림자를 화성에서 잃어버린채 돌아온다. 그림자를 잃어버린다는건 무엇일까에 대해 남자는 화성을 다녀온 후 알게된다. 소설에서는 정확히 나오지 않았지만 그것은 아마도 화성으로의 여행을 소망한 사람들의 외로운 영혼들이 아니었을까. 화성을 다녀온 후 비로소 아내의 외로움을 알게 된 남자. 화성은 외로운 사람들의 영혼이 깃든 그림자들을 붙들어 놓는 곳이었다. 견딜 수 없는 외로움에 어딘가로 가지 않으면 안되는 순간들. 몸은 돌아왔지만 영혼은 여전히 그곳에 남아 몸이 있는 곳은 더이상 무의미한 곳이 되는 듯한 감각. 어쩐지 알것만 같았다.

묵직한 주제, 의미를 완전히 파악하기 힘든 문장들이 분명 읽기에 쉬운 작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외면하기도 어려운 마음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예사롭지 않은 신인 작가의 이번 작품이 앞으로의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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