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로 하여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
편혜영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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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을 시작으로 매달 25일 현대문학에서 출간하는 핀(PIN) 시리즈의 첫번째 도서 편혜영의 이 소설은 처음 읽어보는 작가의 작품이기도 하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흥미로움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소설이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가의 다른 작품이나 앞으로의 작품들을 기대해 볼 만큼 꽤 괜찮은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병원이 주 무대이지만 병원의 의료진이 주인공인 메디컬 드라마는 아니다. 소설은 병원의 경영과 그 권력층 하부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흔한 메디컬 드라마와는 다른 소재의 그런 점이 사뭇 새롭고 흥미로운 소설인 것 같다. 한때 큰 조선소 때문에 호황을 누리면서 종합병원으로 승격되어 같이 호활이던 병원이 조선소가 망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떠나고 유령도시 같이 변하면서 쇠락해가는 지방의 한 병원에서 관리부 구매담당으로 일하는 무주라는 남자가 같은 병원의 관리부 직원 이석의 비리를 폭로하고자 하면서 일어나는 병원 내부의 일들과 당사자나 주변 사람들의 심리묘사와 권력의 하부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언젠가 tv에서 내부고발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적이 있다. 거기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내부고발자가 잘못된 점을 바로 잡은 올바른 사람이 아니라 동료를 배신하고 언제든 돌아설 수 있는 변절자로 비추어 졌다. 언제든 내가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를 멀리하게 된다. 소설 속 무주 역시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된다. 서울의 큰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상사의 지시에 어쩔 수 없이 저지른 부정 때문에 희생양으로 해고되고 내쫓기듯이 지방의 병원으로 옮겨왔는데 아내의 임신과 전적의 과오를 떠올리며 올바르게 살고자 하는 어설픈 정의감과 괜한 공명심에 이석의 비리를 남몰래 고발하려 한다. 그 일이 있고 무주가 이석을 내쫓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시작된다. 아픈 아이의 병원비가 많이 필요하다는 점과 이석이 병원을 나간 후 이석의 아이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면서 옳은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죄책감이 드는 동시에 여기 저기서 날아오는 비난의 화살에 무주는 내적 갈등이 심해지고 그로 인해 아내와의 관계도 소원해진다. 그 후에 병원을 떠난 줄로만 알았던 이석이 요직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무주의 내적 갈등은 더욱 심해진다.

실제의 삶과 같이 소설에서도 무주가 행한 일은 이미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 주위에 배신자가 있다는 것과 언제 다시 내가 지목당할 지도 모른다는 자신의 안위에 대한 걱정이다. 그리고 이미 그런 사람들에게는 비리를 고발한 사람이 아니라 권력을 누가 쥐고 있냐가 중요하다. 사건에 대한 옮고 그름이 아니라 권력이 있고 없고에 대한 옳고 그름이 중요한 것이다. 소설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사상에 대한 부조리를 느낀 것은 아니다. 다만 역시 무주나 이석이 어떻게 아등바등 하든 그 위에 있는 권력층들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돌을 던진 사람은 누가 그 돌을 맞든 신경쓰지 않는데 정작 돌에 맞을 위기에 처한 사람들끼리 서로 맞지 않으려고 서로를 밀치고 싸우는 상황같은 것이 아닐까. 작가가 말한 대로 시스템의 모순은 사람이 살아가는 한 계속될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고 보며 역시 x같은 세상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더더군다나 소설은 동화처럼 해피엔딩이 아닌 그러한 삶은 계속 될거라는 이야기를 하는 듯 해 씁쓸함이 입안에서 맴돈다. 하지만 무주같은 사람이 있기에 어쩌면 그 균형에 깨어지지 않고 세상이 유지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소설은 그럼에도 희망이 있다가 아니라 그런 부조리와 모순은 계속되고 이석과 무주같은 사람은 계속해서 나온다고 얘기하고 있다. 소설은 그런 사람들에게 주고자 하는 희망이 아니라 그 사람들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래서인지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 라인에도 불구하고 심리묘사가 탁월하고 묵직하고 진중한 느낌이 든다. 굳이 소설에서 이야기 하지 않아도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의 많은 사람들은 그 시스템의 모순이 대해서는 잘 알 것이다. 소설은 그 시스템의 모순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 만큼 거기에 집중한다면 흥미롭게 읽을 소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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