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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돌, 그리고 한국 건축 문명 - 동과 서, 과거와 현재를 횡단하는 건축 교양 강의
전봉희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사람이 살아가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세 가지 요소를 의(衣) 식(食) 주(住)라 배웠습니다. 실제로 세계 곳곳의 음식들을 맛보며 지냈고 –지금은 워낙 음식의 글로벌화가 진행되다보니 집에서도 저 멀리 있는 동남아 음식을 배달 시켜 먹게 되었지요- 사계절에 맞춰서 때 되면 옷을 사 입으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먹고, 자는 공간인 집은 앞서 말한 두 가지 요소에 비해 큰 변화 없이 아파트에 오랜 시간 머물고 있는 중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저에게 집은 말 그대로 먹고, 자는 곳이었습니다. 요즘 더해진 인식이 하나 있다면 ‘부의 축적’을 위한 부동산의 개념이었지요. 하지만 책을 통해 제가 알게 된 집은 공간의 개념에서 벗어나 기능과 미(美), 구조를 아우르는 전문적인 건축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이번 책은 21세기북스에서 기획한 ‘서가명강’ 프로그램 중 하나인데, 네 차례의 강연을 책으로 엮은 책입니다. 네 차례 강연에 맞춰 책도 4부로 이뤄져 있는데 각 부마다 짜임새 있는 구성과 부연 사진등을 통해 내용의 이해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실제 강의를 들어도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는 내용들입니다.
P.112
지붕은 건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고 보면 집이라는 말 자체가 지붕과 어원이 같다.
지붕을 올리는 작업에 대해 몰랐을 때는, 오히려 외국 건축물의 돔 구조 형식의 지붕을 더 경이롭게 바라봤었던 게 사실입니다. 사원이나 성당에 가면 돔 지붕을 자주 접할 수 있는데 대체 저걸 어떻게 쌓을 수 있을까 하고 바라봤었거든요. 그런데 책을 통해 조선식 건축의 지붕을 배우고나니 기와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기와 까는 일은 표준화가 불가능해서 와장은 보통 목수보다 임금도 더 많이 받는다고 하네요.
P.254
입식 부엌은 우리나라 부엌 근대화의 상징과도 같다. 어두컴컴한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아궁이 불을 지키고, 조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던 것이 박길룡의 개량안에서는 바로 서서 조리와 설거지를 할 수 있게 바뀌었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는 것이 흉이 되는 것이 겨우 반세기 전이다.
저도 기억나는 게, 어릴 적 큰아버지댁은 한옥을 개조한 양옥집이었는데 부엌은 한 칸 내려가야했고 (낮았고) 거실과 독립된 공간으로 구분이 되어있었습니다. 명절때다 보니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했었는데 높은 단을 넘어서 거실로 음식을 운반하는 게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P.255
난방 방식과 취사 기구 변화, 바닥의 높이 차 극복, 부엌이라는 공간에 들러붙은 인식 변화, 그리고 식당 및 거실 공간의 통합이라는 주택 전체 구성 변화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아파트다.
세계 건축을 돌과 나무로 나눠서 소개하며 건축의 재료에 대해 생각을 해볼 수 있게 해줬고, 한국의 전통 목조 건축, 우리나라의 시대상별 주택 변화 그리고 세계 건축 문명 속 한국 건축까지 교양강의라고 하기에 너무 유용한 내용들이 다뤄져서 만족스러웠던 책입니다.
끝으로 저자는 음식이나 옷 같이 집에도 누구나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길 원하고 있습니다. 비용의 단위가 큰 것일 뿐, 음식과 옷과 건축은 모두 사람이 일상적인 생활을 해나가는데 꼭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죠. 그렇게 사람들이 건축에 대해 활발한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대한민국의 건축이 더더욱 발전에 발전을 거듭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불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 건축가의 건축물투어를 하듯 (스페인의 가우디투어 같은..) 외국인들도 우리나라로 대한민국의 건축을 탐방하러 올 만큼의 수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