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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서 - 2025 프랑스 마녀상(Prix Sorcière) 수상 ㅣ 인생그림책 12
박희진 지음 / 길벗어린이 / 2021년 7월
평점 :
제목만 봐도 여름과 딱 어울리는 책, 그런데 알고 보면 수영장은 사계절 내내 열려있는 곳이라 계절과 무관하게도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사실.
저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이들 책장의 책들을 바꿔주려 노력합니다. 봄이면 새싹, 여름이면 바다, 가을엔 울긋불긋 단풍잎, 겨울에는 눈! 전집 통째로 사서 책장에 전시해두는 것보다는 부모가 책에 관심을 보이고 독서환경을 변화시켜줘야 아이들도 따라서 관심을 보이더라구요. (뭔가 바뀐 것은 귀신같이 알아내요)
이번 여름에는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아이를 위해서 수영장, 바다에 관련된 책들을 넣어주려고 찾아보고 있었는데 마침 이 책의 표지가 마음에 들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표지 색이 에메랄드 빛으로 물들어 있었는데, 제가 어릴 적에 크레파스 에머랄드색을 가장 아꼈던 기억이 나더라구요. 어린 시절의 추억도 소환시키는 그림책의 마법은 매번 저를 놀라게 합니다.
물속에서 글씨를 보는 것처럼, 책 제목도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발끝으로 물보라를 일으키며 헤엄치고 있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시구요. 등장인물은 손녀딸과 할머니 입니다.
한 여름에도 이불을 꽁꽁 두르고 있는 할머니, 조잘거리는 손녀딸의 말에도 할머니의 대답은 오로지 하나. "싫다"
반복되는 "싫다"가 이 책의 키포인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읽어주실 때 초반의 [싫다]는 최대한 늘어지고, 힘이 없고, 세상만사 다 귀찮은 듯 한 목소리로 읽어주시고, 후반의 [싫다]는 한껏 격앙(?)된 목소리로 읽어주시면 아이들이 엄청나게 웃어댑니다.
아마도 매일 엄마에게 "싫어~"를 남발해대다가 자신보다 큰 어른인 할머니가 “싫어~”를 외치는 모습이 재미있었나봅니다. (아니면 저의 연기력이 빛을 발한 걸까요?)
책을 읽고 나서 어느 부분이 제일 재미있었냐고 물으니 할머니가 수영을 하는데 발길질을 할 때 일어나는 물장구가 고래, 오징어, 물고기로 변신하는 부분이 좋았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바닥에 엎드려서 어푸어푸 헤엄치는 시늉을 합니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생각이나, 표현의 확장이 일어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아이들도 좋아하네요.

어른인 저는, 손녀딸에게 옷 끝자락을 붙잡힌 체 집으로 돌아가는 할머니의 모습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초반부 이불속에 숨어서 나오지 않던 할머니의 얼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발그스레한 두 볼이 너무 생기 있어 보였거든요.
여름입니다. 며칠째 폭염에 열대야가 계속되어 몸도 마음도 지치는 요즘, 여러분도 혹시 책 속의 할머니처럼 이불 속에만 (혹은 에어컨 밑에만) 있진 않으신가요?
할머니가 용기 내어 발끝을 물속에 담궈본 것처럼 우리도 지루한 일상을 전환시킬만한 것을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