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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엄마 학원 ㅣ 반달문고 11
김녹두 지음, 김용연 그림 / 문학동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동네의 창작동화 시리즈 중 하나이다.
이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창작동화를 읽어보는 것은 흔한 경험은 아닌데, 동화 네 편이 실려있는데..
눈사람 카드
좋은 엄마 학원
미미가 치마를 입게 된 사연
뻐꾸기 엄마
의 네 편이다. 네 편모두 나름대로 장점을 갖고 있어서 후루룩 쉽게 별로 눈에 거슬린 것 없이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네 편의 글을 읽으면서 느낀 점 한 두개.
1. 눈사람 카드
어떤 새침대기 공주과 여자애가 짝꿍으로 전학온 가난하고 형제도 많은 여자애와 친해지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를 알게 된다는 뭐 그런 얘기인데 극적 갈등은 공주과 여자애가 좋아하는 남자애에게 보내는 카드를 그 짝꿍 이름으로 보내면서 일어난다.
전반적인 흐름의 전개는 '아홉살 인생'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요즘 애들이 무진장 조숙하다는 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9살이면 2학년인가 삼학년인가?
2. 좋은 엄마 학원
이건 전형적인 마법류 소원성취와 교훈의 동화로 꽤 재미있다. 아이가 바라는 좋은 엄마를 만들어주는 학원에 엄마를 보낸후 아이가 겪는 후회와 갈등, 무서움. 그리고 막상 돌아온 엄마를 보고 아이가 느끼는 것들. 그리고 나서 아이가 엄마와 거의 처음으로 마음의 대화를 하게 된다..뭐..이런 얘기인데. '좋은 아빠 학원'이 있다면 곧 끌려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던져주었다.
특히 '아직 철이 안든 아빠는' 뭐 이런 류의 무시무시한 단어가 동화 곳곳에 배어있어서 이 동화가 아이와 엄마사이의 철의 동지애를 이어주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3. 미미가 치마를 입게 된 사연
아들이 없는 집의 셋째 딸 미미는 항상 남자애같이 하고 다닌다. 이 아이가 처음으로 치마를 입게 되는 이야기인데, 개인적으로 어릴때 봤던 학생소설 '남궁동자'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남궁동자가 남자중학교에 들어가서 벌어지는 1년간의 얘기를 활극같이 재미나게 다뤘던 얘기를 그 누가 잊으랴. 미미가 치마를 입게 된 것은 남자/여자, 왈가닥 여자아이/뜨개질하는 남자아이 의 구도에서 무엇이 옳은가, 결국 여자애가 되는가.뭐 이런 이분법적 사고가 아니라, '내가 하고싶은대로 한다'는 주체적 개인화의 과정을 담고 있다는 면에서 21세기형 동화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면에서 네 편의 동화중 가장 진보적 정치관이나 세계관을 담고 있다고 할까?
4. 뻐꾸기 엄마
이건..미돌이란 주인공이 나와 일하는 엄마때문에 옆에 사는 이모네 집에 맨날 밥먹으러 가면서 벌어지는 사촌들과의 갈등, 아이의 자격지심등등에 대한 얘기를 다루고 있다. 물론 나중에 잘 끝나고 도리어 미돌이의 성숙함과 조숙함이 빛을 발한다..뭐 이런 얘기같은데, 너무 리얼리즘적인 면이 많아서 동화가 갖는 우화성이랄까 뭐 이런게 좀 약한 느낌? 작가는 힘을 많이 준 동화같은데 엄마/아빠의 관계, 열쇠 목걸이 키즈같은것..재미는 있으나 동화가 갖는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로 동화가 끝난후 현실로 돌아와 잊어버리기엔 너무 이입을 시키는 건 아닐까?
또 사촌들사이가 이렇게 원래 대면대면한가? 형제가 적어진 요즘 가장 형제와 가까운게 가까이 사는 사촌 같던데..
네편의 동화 모두 아버지와의 관계는 거의 나오지 않고 아버지는 맨날 늦게 들어오고, 3학년때까지 놀이공원 한 번 가는게 소원이었는데 이젠 포기한 인간, 하물며 뻐꾸기 엄마에서는 별거에 돌입해서 집에도 들어오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다. 좀더 어머니와 아이간의 관계를 강조하기 위한 포석이라 생각은 들지만서도 그래도 아버지 되는 사람 입장에서 동화를 보면서 좀 섭섭한 느낌이나 어떤 동화적 왜곡의 위험이 있지 않나하는 생각도..~~
하여튼 전래동화에 비해 창작동화는 여러가지 특징이 있다. 전래동화의 변주라는 측면에서 골격은 유지되어있는 상태에 우리가 사는 지금의 현실은 좀더 많이 들어있고, 그래서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그만큼 우화적 마법성, 환상와 비유를 통한 security는 포기해야하는 아픔이 있단 생각도 들었다. 그게 창작동화를 만들고 보는 사람들의 딜레마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게 하는..
또 하나 들은 생각은 요즘의 창작동화에서 초등학교 요정도 학년에게 주어지는 발달과제나 고민의 수준이 내가 중학교, 고등학교 1,2학년에 하던 고민을 한다는면에서 많이 조숙하다고나 할까
작가 김녹두의 말솜씨나 긴장을 만들고 글을 풀어가는 재주는 처음 책을 낸 작가라고 보기 힘들정도로 유연하고 시종 눈을 놓지 않게 하는 흐름을 타는 흔치않은 경험을 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