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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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권의 책 안에 이렇게 이야기가 많은 소설은 처음 보았다.

책이 터져나갈 것처럼 이야기가 들끓는다. 수많은 이야기가 범람하듯 밀려오고, 오래 잊지 못할 놀라운 그림들이 도처에 아무렇지도 않게 걸려 있다. 발끝에 채는 게 다이아몬드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책을 다 읽고 한동안 먹먹해진 채 천장만 바라보았다. 정말 혼이 빠질 듯이 푹 빠져서 읽은 소설이다. 이렇게 정신없이 재미있는 소설을 얼마만에 읽어봤는지 모르겠다. 흥미만으로 따지자면, 단연 최고의 소설이라고 말해도 무리가 아니다. 

 

주인공 오스카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는 얘기는 그의 누나 롤라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그런가하면 그의 어머니 벨리의 이야기로, 그리고 할아버지 아벨라르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렇게 얘기하면 참 복잡할 거 같은데, 그게 그렇지가 않고 절묘하고도 자연스럽다. 작가가 대단한 재능을 지닌 이야기꾼이란 생각이 든다. 

리뷰를 써야겠다고 마음먹고도 한동안 쓰지 못했다. 왜냐면, 이 소설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쉽사리 요약되지 않는다. 이 소설을 제대로 얘기하자면, 리뷰만으로도 소설 한 권 분량이 나올만하다. 소설의 공간적 주무대는 오스카가 태어나고 자란 미국과 어머니 벨리가 태어나고 자란 도미니카, 이 두 곳이다.

 

도미니카의 상상을 초월하는 독재 치하가 소설의 배경으로 나오는데, 그게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에서처럼 신화적으로 처리되어 끔찍함은 더욱 도드라지면서도 생경하지 않다는 게 흥미로웠다. 독재가 얼마나 끔찍하고 인간성을 황폐화하고 파괴하는지를 보여주는 점만으로도 이 소설은 탁월하다.



사랑에 관한 뛰어난 소설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오스카의 사랑, “난 내가 너를 아는 나라는 게 기뻐”라고 말하는 이 게토 꼴통의 러브스토리는 절망과 낙담과 슬픔의 연속이기도 하다. 누나 롤라의 사랑이야기도 풍부하고 흥미롭다. 엄마 벨리의 사랑은 많이 진하고 많이 아프다.  

    

이만큼 뛰어난 유머가 담긴 소설도 보지 못했다. 가장 끔찍한 순간에도 유머와 위트 넘치는 문장이 이어진다. 그러면서도 가슴 절절한 순간들. 그리고 울컥 눈물이 솟게 하는... 이 소설은 뭐라 한 마디로 규정하기가 힘겹다. 다만 읽어보랄 밖에.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놓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절대로 후회할 일은 없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있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한동안은 다른 소설들이 시시해보여서 읽고 싶지가 않다는 부작용은 있다. 정말 놀라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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