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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업 나쁜 주식 이상한 대주주 - KCGI 강성부가 말하는 기업지배구조의 비밀
강성부 지음 / 페이지2(page2)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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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경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추진 뉴스가 났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줄 기업이 마땅치 않던 시점에 나같은 범인들이 그저 상상에서나 떠올리던 결합이 현실로 진행된다는 거였다. 기업의 독과점에 대해 특히나 예민해할 것같은 현 정부에서 이를 주도하는듯한 분위기인건 더 놀라웠다. 경영권을 확실히 쥐지 못한 상태인 대한항공 회장측에서도 정부측의 지원을 받는 이번 합병건 추진을 좋은 기회로 여기는 듯했다.

세계 5위의 대형 항공사가 탄생한다는 전망에 귀가 얇은 나 또한 약간의 돈으로 대한항공의 주식을 샀다. 무엇보다 정부가 대한항공에 대해 여러 배려를 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지금 전세계적인 항공업계의 어려움속에 대한항공이 부실상태의 아시아나항공을 떠안는 것이 기업의 미래에 긍정적일지에 대해선 여러가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런 시점에 소위 '강성부펀드'의 대표인 강성부씨가 언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부와 대한항공의 졸속합병 추진으로 기존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해서는 안된다, 다만 두 회사간의 합병을 마냥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그 과정속에 주주들의 증자참여등 권리를 보호해달라'는 것이 강씨 주장의 요지였다.

내가 강성부라는 사람을 알게 된 것이 그때였다. 그리고 운 좋게 이 분의 신간을 받아 읽게 된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라 하겠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을 '물반 고기반'으로 비유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심하게 저평가된 기업이 널리고 널렸다는 거다. 하지만 여전히 외국 투자자들을 매료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북한 리스크'가 아닌 '기업의 지배구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가 단지 오너의 모럴 해저드 때문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 승계에 대한 징벌적 세제와 대주주의 배당수익에 대한 높은 과세등 법적인 허점이 많아 결국 오너로 하여금 자사의 주식이 높이 평가받는 상황을 꺼리게끔 하며 결국 이는 주주의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읽으면서 작년 P모 게임회사에 투자한 생각이 떠올랐다. 실적도 좋았고 저평가받는 회사였는데, 투자하고 나서 보니 경영권 이슈가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적대적 M&A와 같은 싸움이었다면 오히려 주가는 올랐을 테지만, 이 회사의 승계를 앞두고 오너쪽에선 자사 주식이 고평가받길 원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소액주주들이 연대해 주주총회에서 싸워봤지만 결국 오너일가의 완승으로 끝났으며 이러한 결과물속에 주가도 하방으로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나 역시 몇달을 버텨보다가 결국 손절하고 이 회사에 대한 투자를 멈췄다.

당연히 이 책에도 이런 상황에 대한 저자의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한마디로 대주주에 대한 당근을 법제화해야한다고 주장한다. 60%에 달하는 배당소득세가 너무 높으니 (OECD 평균 26.5%) 세계 최저수준의 배당 성향 국가가 되는 것도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세금이 제대로 걷히느냐? 오너측에선 다양한 탈법수단을 찾아 징세도 피해간다. 결국 어떤 결실도 맺지 못하는 현행 법제에 대한 개선이 결국 소액주주들을 위한 길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 책에선 최근 주식시장의 키워드가 되고 있는 ESG, 스튜어드십 코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서도 막연하게 '연기금등이 국민들을 위해 주주로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 정도로 알고 있던 나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개념을 좀 더 명확히 할 수 있었다.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모로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정부의 역할도 막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 책은 기업오너들의 전횡으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서 출발했고 상당부분을 이에 대한 대안 제시에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후반부에서는 한,,일등 재벌가에 대한 조명과 전기차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전망으로 살짝 눈길을 돌린다.

독자 입장에서 판단하건대, 이 책의 타겟 독자층이 공직자들, 상법과 경영학을 공부하는 학생들, 교수들로 한정되는 상황을 염려해서는 아니었을까 생각도 해본다. 개인적으로 읽는 재미는 책의 후반부가 더 컸음을 고백한다. (요즘 미국주식에도 관심을 갖는 중인데 '우버'라는 기업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공부해보고 싶어졌다)

솔직히 말하면 기업경영은 돈을 벌기 위함이고 주식투자 역시 투자수익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투기냐 투자냐를 가르는 지점이 어딘지를 이 책을 통해 생각하고 반성해보게 되었다.

기업엔 좋은 오너도 필요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회사에 오랜기간 믿음을 갖고 동행해줄 투자자들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코스피지수가 3000을 훌쩍 넘어선 이 시점에 서점가에선 수많은 투자관련 서적이 넘쳐난다. 이 책이 직접적인 투자에 도움을 줄 지침서로 표현되기엔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좋은 투자자로서 가져야할 안목, 소양을 기르기 위해 일독할만한 가치가 충분한, '흔치 않은 투자소양서'로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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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미래에 도착한 남자, 일론 머스크가 제시하는 미래의 프레임
애슐리 반스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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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막연히 꿈꿨던, 상상을 넘어 공상에 가까운 일들을 실현시키려는 몽상가의 일대기가 평범한 삶속에 안주하고 있는 누군가의 에너지를 증폭시킨다. 머스크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그 야망의 스케일만으로도 탐독해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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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코스톨라니 투자총서 1
앙드레 코스톨라니 지음, 김재경 옮김 / 미래의창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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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누구에게나 회자되는 투자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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