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투자자의 회상 - 제시 리버모어 월가의 영웅들 4
에드윈 르페브르 지음, 이미정 옮김 / 페이지2(page2)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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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리버모어는 투자의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인물중 하나일 것이다. 초등학교 중퇴의 학력으로 어린 나이부터 투자의 세계에 뛰어들어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으며, 모두가 공포에 떠는순간(대공황)에 가장 큰 기회를 잡아 부를 일군 인물이다. 그러나 그 후 60대의 나이로 권총자살을 하며 생을 마감한 것까지 어찌 보면 너무도 인간적이며 그 가운데서도 투자자로서의 정점까지 올랐다는 점에서 일반 투자자들이 보기에 참 궁금할법한, 말 그대로 문제적 인간이다.



이 책은 제시 리버모어 본인의 자서전이 아니다. 래리 리빙스턴 (래리와 제시, 리버모어와 리빙스턴...왠지 발음이 제시 리버모어와 비슷한 느낌도 든다)이라는 가상의 인물이 주인공인 소설이다. 하지만 1인칭 시점의 글이다 보니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리버모어의 회상을 듣는 느낌이다. 

책의 초반부는 어렸을적 주인공이 여러 주식거래소를 드나들며 겪었던 성공과 실패에 대한 기록이 꽤 길게 드러나있다. 솔직하게 말하면 많이 긴 느낌도 든다. 어린 나이지만 추세를 판단하는 천부적인 능력때문에 손해를 보게 되는 사설거래소에 의해 반복적으로 쫓겨나고 다른 거래소를 찾아다니는 그 과정이 반복적으로 묘사된다.

살짝 지리한 묘사 속에 초반부 가장 공감가는, 나를 이야기하는 듯한 내용을 만나게 됐다. 중수 호구가 진짜 호구라는 내용이다. 초보는 잘 모른다는걸 스스로 인정하지만 중수는 스스로 좀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정말 알아야할 대상은 시장인데, 중수 호구는 고수 호구에게 들은 몇마디를 더 심각하게 연구한다.

하지만 또 하나, 그가 스스로를 호구로 묘사한 이유가 이채롭다. 더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를 못 살리고 작은 이익에서 멈췄기 때문이다. 이익을 보고도 자책하던 리버모어의 모습...아마 훗날 공포속에서 큰 베팅을 할 수 있는 심적 자양분이 아니었을까.   


이 소설 속에서는 주인공 래리의 생각에 영향을 주는 주변인물이 여럿 등장하는데 그 중 처음이 패트리지라는 노인이다. 소설속 등장인물이기 때문에 실존인물중 누구를 모델로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추세매매의 대가라는 별칭을 헌사받는 제시 리버모어의 투자관, 그 바탕을 만들어준 사람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인상적인 것은 주인공 래리는 여가를 매우 중시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투자생활이 낚시, 골프와 같은 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게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책 곳곳에서 드러나듯 주인공은 절약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차가 됐든 여행이 됐든... 스스로에 대한 보상이랄까? 인생을 즐기는데 시간과 자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체득하게 되는 만고 진리의 교훈이 여기도 등장한다. '주식으로 돈 번 사람은 절약의 습관을 쉽게 잊으며, 돈이 없어져도 소비의 습관은 쉽게 잊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를 쓴 웃음 짓게 한, 부정할 수 없는 촌철살인의 한마디.

나도 지금 저 마음이다. 세계 경제가 겪고 있는 이 악몽이 빨리 끝나길 바라고 있다.

시장이 희망대로 움직이기 시작할때 결코 조급해하지 않으리라. 호구가 되지 않으리라.



퍼시 토머스. 래리의 투자관에 영향을 끼친, 그가 매우 존경하던 인물.

토머스가 래리와 원래부터 생각이 비슷했다면 그를 존경할 일도 없었으리라.

토머스의 조언을 무시하고 면화 거래에서 자산의 90%가 날아가는 큰 손해를 보게 된 래리는 역설적으로 자신과 다른 냉철한 토머스의 면모에서 많은 걸 배운다. 그리고 경험이 냉철함을 담보해주는 것도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래리가 시장 조작에 손을 대는 여러 종목중 철강종목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임페리얼 스틸이다. 말 그대로 등락도 없고 시장의 관심을 못 받는 소외 종목이다. 그러나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분명 매력도가 있는 주식이기도 하다. 래리는 자신의 시장 조작이 시작되고서 시장으로부터 충분히 조명받을 수 있는 주식을 선별했다.

지금의 투자자들이 따라할래야 할 수도 없을 비현실적 스토리이긴 하지만, 리버모어의 삶 자체가 영화같지 않은가. 다양한 주가 조작 사례들이 등장하는 이 책 후반부는 말 그대로 소설 같이 읽히는 부분이다.    



이 책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콘솔리데이티드 스토브라는 주식 사건이다. 죠슈아 울프라는, 당시 세기의 투기꾼으로서 래리 리빙스턴보다도 훨씬 유명했던 뉴욕의 투기꾼과 함께 하며 겪은 배신과 보복의 스토리가 들어있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에서는 투자자들과 또 금융당국을 향한 조언 혹은 제언이 들어있는데, 그가 시장의 허점을 파고 들어 만들어낸 수많은 스펙타클한 경험이 바탕이 된듯한 느낌이다.

 

 

제시 리버모어, 혹은 래리 리빙스턴의 투자 내역 대부분은 선물거래, 공매도 등이었기 때문에 그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그때 그때 이 스토리를 따라가기 위한 생각의 시간이 필요했다. 같은 이유로 초보투자자가 이 책을 100프로 이해하며 따라가긴 무리가 있을 지도 모르지만 선물의 기본개념만 공부하고 읽으면 훨씬 더 재미있게 소화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장기투자를 혐오(?)했던 리버모어의 삶을 투영한 책, 그럼에도(?) 신입 트레이더들의 필독서라는 찬사를 받는 이 한 권은 투자 스킬보다는 그의 영욕의 삶을 배운다는데 가치가 있을것이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캐치미 이프유캔 영화가 생각난건 왜일까? 리버모어의 이야기도 영화로 제작된다면 좋겠다 생각했다. 이 책은 그 정도의 재미를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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