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슈라님 책 출간소식을 들었을 때
쉽게 요리책일 거라 생각했던 건 착각이었다
인터넷서점에 소개된 그의 책은
차라리 에세이에 가까웠다
그저 이탈이아에 사는 요리 잘하는 아줌마 정도로만
알고 그의 레시피만을 탐했던 나는,
그가 조금은 특별한 이력에
불순한 호기심이 들었고 그것이 요리책보다
더 큰 매력으로 다가왔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지난 주말,
안면도 소무펜션으로 동행한 '슈라네집 고소한 이야기'
안면도에 있는 조금은 특별한 펜션,소무
티비없는 펜션이란 것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던...
핸드폰도 노트북을 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갔던...
만화가 허영만방
올레길 서명숙방
조각가 김미란방
가수 이두헌방
시인 김갑수방
와인컬럼리스트 손현주방
사진작가 구본숙방 등
널찍한 정원이 무색하게 단 일곱개의 객실로만 구성된 테마펜션
우리가 묵기로 한 방은 만화가 허영만 방이다
복층으로 이루어진 허영만방
허영만과 펜션주인
대학에서 자동차공학을 강의하는 주인은 그저 그런 펜션지기가 아니라
펜션을 찾은 이들의 가이드이고 요리사이고 바리스타이며
대화상대자이다
허영만방이니까...허영만만화가 있다
아들은 식객을 남편은 꼴을 읽는다
슈라님의 책을 다 읽은 나도 식객에 합류하였으며...
해가 떨어지기 전까지는 소무의 너른 정원에 나와 책을 읽었다
만화삼매경에 빠졌다 오기로 했지만
왠지 소무펜션에서의 독서로 어울릴 것 같아
특별동행을 부탁한... 슈라네집 고소한 이야기
책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소무펜션을 스케치한 이유를 이제 아시겠는지...;;;
슈라님에 대한 소개...
슈라는 이탈리아어로 아줌마란 뜻
밀라노에서 네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블라블라블라...
책이 아니어도 그의 블로그이웃이라면 눈치채고 있는 그의 모습들..
잠깐이었지만 불순한 호기심을 부끄럽게 만든...
"평범하진 않지만 틀린 건 아니잖아요 그저 조금 다를 뿐이죠"
그와 나의 선택은 달랐고
사는 곳도 사는 방식도 달랐지만
그 다른 가운데 동질감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었다
그의 고민이 걱정이 서운함이 분노가, 또 행복조차도!
결국 사는 건 다 비슷해란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아마도 그도 나도 사람이고 여자이고 아내이고 엄마고 또 아줌마이기 때문이 아닐런지...
아이들에 관한 어떤 부분들은
어쩌면 숨기고 싶었을 감정이었을텐데
그는 너무나도 솔직히 감정의 나신을 두려워 하지 않고 드러내 보였다
그 솔직한 고백에 가슴철렁했지만
그와 아주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비밀을 공유하는 오랜 친구가 된 듯한...
하지만
그 솔직한 감정을 어리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나이에
머나먼 남의 나라에서 현명하게 극복해낸 부분에선
대단하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경외심마저 들었다
슈라네집 고소한 이야기에는
그의 평범하지 않은 가정사만 있는 건 아니다
이탈리아음식 얘기가 있고
이탈리아 사람 얘기가 있으며
이탈리아 풍습 얘기도 있다
그릴자국 선명한 샌드위치를 파니니라고 알고 있었던 나에게
파니니는 빵(파네)가 여러개 일 때 쓰는 말(파네의 복수)이라는 걸 읽고는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아이들에게 먼저 음식을 주는 모습에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지만
곧 그녀식으로 해석하고 수용하는 모습은
그녀가 남의 나라에 사는 현명한 방법이기도 했다
그의 책을 통해 머나먼 이탈리아가 정겹게 다가오고 있었다
낯선 곳에서 그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정을 붙이게 해 준 것은 음식이었다
따뜻한 이탈이라 가정식...
이웃에게 배우고 이탈리아 요리책을 낯선 이탈리아어 하나하나를 독해하며 익혀서
이젠 그녀만의 레시피가 되어 버린 이탈리아의 밥과 빵과 요리들...
글로 설명된 레시피를,
그것도 남의 나의 음식을 읽어내는 것이 쉽지 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우린 우리 글, 한글로 읽고 있지 않은가...
사진없이 음식만드는 법을 설명하는 건 그로서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테다
아무튼 정성껏 그녀 나름으로 설명하고 있는
한줄 한줄의 만드는 법을 읽으며 내 나름으로 생각하며 또 상상하며
머릿속으로 조리해 나가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그것이 우리집 식탁위에 올려지고 말고는 차치하고 라도~;;
대체로 목차를 쭉 훑어보고 나서 책을 읽는 편이지만
어쩌다 보니 목차 보다 먼저 그녀의 프롤로그에서부터 몰입해 버리고
제일 마지막에 목차를 보게 되었다
처음엔 요리책이라 착각했고
나중에 에세이라 생각했지만
다 읽고 목차를 보니
요일별로 찾아볼 수 있는
이탈리아 가정식 레시피도 41개나 되는...
슈라네집 고소한 이야기는
에세이고 또 요리책이었더라는~~
술술 읽히지만 결코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없는...
중간중간 책을 읽다말고 하늘을 보았다
주위도 둘러보았다
그리고 나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읽으며 쉼표가 자주 필요했던...
읽는 내내 다 좋았지만,
아쉬웠던 한 가지는...
슈라님의 실물을 접한 이웃 당근정말시러님에 의하면
슈라님이 소피마르소를 닮았다고 하던데
그걸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