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 공부 - 세 번에 한 번은 죽음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루시 폴록 지음, 소슬기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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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학과 전문의 루시 폴록은
질병, 다약제 복용, 낙상, 치매, 노인 운전, 연명치료, 사전돌봄계획 등
우리가 점점 오래 살게 됨에 따라 생기는 많은 이슈들ᆢ
누군가의 장수가 축복이 아닌 자신에게 또는 가족과 사회의 말하기는 어려운 고민과 부담이 되는 지점들,
언젠가는 누구나에게 다가올 노화와 죽음 앞에 순간순간 지혜로운 또는 자신있는 선택을 하기위한 조건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대화를 미뤄오고 오해하다가 떠밀리듯 겪게되는 사건들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용기를 내어 마주하고 대화해야 할지
전문가의 판단, 사회의 분위기에 휩쓸리지않고 각자의 개별적인 특성에 따라 지혜롭게 선택해야 할지
최선의 선택을 하더라도 다가올 수 밖에 없는 불편과 어려움, 죽음을 어떻게 함께 받아들여야 할지
자신의 오랜 경험과 깊은 성찰을 담아 친절하고도 분명하게 제시한다
그렇다고 각자의 복잡한 문제에 명쾌한 답을 정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생각해볼수 있도록, 어쩌면 사랑하는 이와 대화해볼 수 있도록ᆢ

이러한 내용은 나에게 여러 기억을 상기시켜 주었다
심근경색으로 갑작스럽게 떠나신 친정 아버지, 뇌경색으로 몇년간을 와병 후 떠나신 어머니, 굽은 허리로 치매를 앓다가 떠나신 외할머니, 98세 장수를 하시고도 우리가 떠나보내기 힘들어 스텐트 시술을 받으셨던 할머니ᆢ
이 책을 읽었더라면 이들에게 '당신에게 무엇이 중요한가'를 물으며 좀더 차분하고 지혜롭게 이들의 마지막을 보살피고 떠나보낼 수 있었을지도ᆢ

그러나 무엇보다도
(약사인) 나에게 가장 와닿았던 것은
그가 만났던 할머니 할아버지와 그 가족들의 옷차림, 표정, 말투 등에 대한 생생하고도 세세한 묘사들이다
마치 이들이 나이듦과 죽음의 문제 앞에 선 나의 가까운 이웃, 가족, 또는 미래의 나 자신의 모습인듯 느껴지게 한다
거기에는 환자 한사람 한사람이 무엇보다도 가장 가치있다고 여기는 무한한 애정과 그들을 통해 수없이 배우고 또 배운다는 감사하는 태도가 담겨있다

요즘 너무 바쁜 약국일이 힘들다고 때론 환자를 무심히 또는 짜증스럽게 대했던 나자신을 반성하며 여러번 필사를 했다
나의 환자들을 가치롭고 소중하게 대할 때 나 또한 가치있게 되며 서로에게 배우고 또 배우는 축복이 주어짐을 다시금 새겨본다
또한 언젠가 노인이 되고 환자가 될 나자신과 지인들에게도 편견과 두려움 대신 다정하고 현명한 질문으로 다가서리라 다짐해본다

환자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과 염려, 존중과 배려의 시선, 겸손한 태도를 정말 본받고 싶은
용감하고도 다정한 사람, 사랑스럽고 행복한 의사, 저자 루시에게
나는 이 책의 한 구절을 그대로 인용하고 싶다

"그 사람한테 제가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만나본 적은 없지만 이미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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