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편지
김경순 지음 / 만인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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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순, 『엄마의 마음 편지』, 만인사, 2017.

 

이 책은 엄마에 이어 국어교사를 꿈꾸는 딸에게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독자에 따라서는 말하는 어머니를 따라 자신을 비춰 보기도 할 것이고, 또 아들딸의 입장인 독자라면 부모의 말을 듣는 느낌을 가지기도 할 것이다. 딸에게 하듯, 그 또래의 제자에게 하듯 정이 담긴 말 속에는 삶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배여 있어 책 읽는 동안에도 몇 번씩 읽기를 멈추고 생각할 여지를 갖게 한다.

저자는 딸의 롤 모델답게 독서를 즐겨하고, 시를 사랑하고, 여행을 좋아하며, 주위를 잘 챙긴다. 세상을 배우고 배운 것을 학생들과 나누는 데도 열심이다. 특히, “입만 열면 시를 이야기하던 시시한 선생님으로 기억”되기를 바랄 정도로 시 읽기를 좋아하고 실제 수업에서도 시 쓰기를 권장하면서 『누구나 왼손에 시를 품고 산다』등 여러 권의 학생 시집을 엮는 데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여러 면에서 훌륭한 저자지만 이런저런 고민거리는 언제든 있다. 잠자는 학생을 활동에 참여시키려는 욕심에 한두 마디 던진 것이 오히려 학생의 분노를 자아내서 당혹스런 처지가 되기도 한다. 사실, 이런 고민으로부터 자유로운 교사도 없겠지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드러내고 이다음에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를 같이 생각해보는 것이 위로도 되고 효용도 있을 줄 안다.

또한 저자는 맞벌이로 자신의 일에 충실하기 위해서 육아나 가사 분담 문제에 대해서 단호한 모습을 보였고, 그로 인한 갈등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어려운 시기를 대화와 양보로 균형을 맞추려고 애를 쓰며 지나왔지만 그런 중에 딸아이의 소외도 적잖았을 것이라며 미안해한다. 딸은 사대를 졸업해서 두 번째 임용시험을 앞두고 있다. 교사로 발령받고 나면, 어머니의 제자와 딸의 제자가 함께 뭉쳐서 독서토론도 하고 문학 기행도 하는 꿈을 갖고 있다. 이런 믿음이 현실이 되기엔 지나치게 벽이 높은 게 문제다. 대구에만 사범대가 넷이 있고 임용시험 자격을 주는 교육대학원도 있다. 여기에 지난 몇 년간 계속 도전하고 실망하고 다시 도전하는 예비 교사들이 즐비할 텐데, 이번에도 고작 다섯 명에만 국어교사의 기회를 준단다.

저자는 학급당 인원수를 스무 명 내외로 조정하는 방안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하나 더 보태자면, 시골학교 통폐합을 멈추고, 폐교된 학교도 다시 살리는 정책이 있었으면 한다. 설령, 학생이 한 명만 남았다고 하더라도 교사가 끝까지 남아 학생의 성장을 돕고, 더 나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시골로 사람들이 돌아오게끔 유인하는 게 도시 과밀도 막고, 지방도 살리고, 학생 인성도 좋게 하고, 일자리도 창출하는 길이라고 여기고 있다.

저자는 딸아이를 믿는다고 하면서도 불안해한다. 엄마의 마음 편지가 딸의 마음을 무겁게 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다행히, 저자는 딸이 가는 어떤 길이든 응원하겠다고 했다. 저자는 세 살 때 딸을 두고“그림책 읽으며 이야기 나누다보면 정말 거짓말처럼 피곤이 스르르 녹는 신기한 경험”을 선사해준 걸로 기억한다.

인생이 여행이라면 남은 여행도, 책을 같이 읽으며 피곤도 덜고, 제자 간 배틀도 성사시키면서 근사한 추억을 쟁여 가기를 바란다. 대학동기이기도 한 저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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