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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의 글쓰기 - 상사의 마음을 사로잡는 90가지 계책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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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고민하지 않고 단박에 구매하는 책들이 있다. 최근엔 강원국 저자의 <회장님의 글쓰기>가 그랬다. 올해 2월쯤이었다. 눈을 번쩍 뜨게 하는 책이 나왔다. <대통령의 글쓰기>. 나는 글을 쓰는 것이 직업인 방송작가라서 그런지 글쓰기 책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다. '어떻게 하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언제나 어렵기 때문이다. 

글쓰기에 관한 책이 나오면 일단 서점에 가서 도대체 어떤 얘기를 하는지 본다. 대강 훑어보다 제대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은 구매를 한다. <대통령의 글쓰기>는 일반적인 글쓰기 책들과는 달랐다. 제목부터가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의 글쓰기? 청와대에서 연설비서관을 했던 사람이 쓴 책이었다. 그것도 보통 대통령이 아닌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이쯤 되면 서점에 가서 간을 볼 필요도 없었다. 무조건 사야 했다. 

대통령 연설비서관으로 8년 동안 일한 강원국 저자가 두 대통령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었다. 특히 말과 글에 강했던 두 분을 위한 글을 써나가는 저자의 분투기가 살갑게 다가왔다. 연설비서관이라는 업의 속성상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게 아니라는 데서 오는 온갖 고통을 감내했을 저자에 동질감을 느낌과 동시에 존경심도 들었다. 

직업상 나도 마감이 정해져 있고, 어떤 일이 있어도 써내지 않으면 혼자 욕먹고 마는 게 아니라 '대형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중압감을 자주 느꼈기 때문이다. 저자가 하는 강연도 찾아가 가까운 곳에서 보기도 했다. 평소에 수줍은 나답지 않게 질의응답 시간에 손을 번쩍 들고 궁금한 점을 묻기도 했다. 

<대통령의 글쓰기>에서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많은 내용 중에서 단 하나를 뽑으라면, 단연 이거다.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하기보다는 '무엇을' 쓸 것인가에 집중하라는 것. 나도 그동안 글을 쓸 때마다 늘 시작이 어렵고, 시작했다 하더라고 다음이 막히곤 했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알게 된 것이다. 

<회장님의 글쓰기>는 마치 <대통령의 글쓰기>의 2탄 같은 책이다. 언젠가 강원국 저자가 출연한 팟캐스트에서 진행자가 다음 책을 준비하고 있는지 물었을 때 '회장님의 글쓰기를 쓸 계획'이라고 대답한 걸 들었는데, 실행에 옮긴 것이다. 

영화 <스파이더맨>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스파이더맨 2편'을 당연히 보는 것처럼, <회장님의 글쓰기>가 나왔다는 걸 알자마자 당연히 구매를 했다. 기업에서 다양한 사장님들과 회장님들을 보좌하며 체득한 글쓰기가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을 하며 느낀 글쓰기와 어떻게 다를까. 오직 글쓰기 실력만으로 17년간 기업에서 임원을 할 수 있었던 비법을 공개한다. 

<대통령의 글쓰기>가 일반적인 글쓰기 책과 달랐던 점은 우리 모두가 아는 대통령의 살아 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 데 있다. 대중을 사로잡아야 하는 숙명을 타고난 대통령의 말과 글을 다루었던 경험에서 나온 글쓰기 방법이 독자를 사로잡았다. <회장님의 글쓰기>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단순히 보고서나 메일, 프레젠테이션을 잘할 수 있는 글쓰기 방법을 논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글쓰기보다 더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 '심리'와 '소통'이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쓰려고 했다. 쓰다 보니 글쓰기는 글을 쓰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기업에서의 글쓰기는 특히 그렇다.

기업에서는 글만 잘 쓰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것, 글쓰기는 심리에서 시작해서 소통으로 완성된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통하는 글쓰기는 기본으로 하면서, 상사의 심리와 직장에서 통하는 소통과 처세에 관해 말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제 1장은 회사원으로서 알아야 할 글쓰기의 기본 같은 주제가 아니라, '회장'으로 대변되는 상사의 심리에 관해 파고든다.

책의 초반을 읽어나갈 때는 내심 이런 생각을 했다. '아무리 그래도 글쓰기를 말하는 책인데 너무 자기계발서나 직장 처세서 느낌이 너무 강한 거 아냐?' 근데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그런 생각은 점점 잦아들었다. 글을 쓴다는 것 이전에 더 중요한 게 있었다.

글은 홀로 서지 않는다. 글 이전에 생각이 있다. 또한 글에는 말이 붙는다. 말과 글이 합해져 소통이 된다. 소통을 통해 관계가 만들어지는데, 관계가 나쁘면 아무리 잘 쓴 글도 읽히지 않는다. 관계는 심리다.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상대를 잘 읽어야 한다. 내 글을 읽는 사람을 잘 알아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결국 말과 글, 소통, 관계, 심리는 한통속이다.

나도 그랬다. 방송작가는 글만 잘 쓰면 되는 줄 알았다. 막상 방송사에 들어가 방송작가로서 일해 보니 글 이전에 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되든 안 되든 많이 떠들어야 했다. 피디와 카메라 감독의 성향과 심리를 알아야 했다. 선배 작가와 소통을 해야 했다. 이런 것들이 되어야 시청자를 향해 글을 쓸 수 있었던 거다.

글쓰기 책들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책을 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도 적지 않게 나오고 강의도 꽤 열린다. 그만큼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다. 22년차 방송작가로서 감히 말한다. 글 쓰는 거, 별 거 아니다. 말하고자 있는 게 있다면, 누구나 쓰면 된다. 글을 어떻게 잘 쓸 것인가는 그 다음 문제다. 

포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수많은 책들 중 적당한 것 한두 권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중요한 건 자신만의 콘텐츠를 제대로 담아내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글쓰기 이전에 기본으로 깔고 있어야 할 철학을 습득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강원국 저자의 <회장님의 글쓰기>는 우리 시대의 미생들은 물론이고 글쓰기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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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성의 소리영어 Plus - 영어를 우리말처럼 선명하게 듣는 가장 확실한 방법
윤재성 지음 / 스토리3.0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내가 영어를 처음 접한 건 1978년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다. 당시는 요즘 아이들처럼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말이 아닌 외국어를 배운다는 건 신기하고도 놀랍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난 금방 영어에 빠져들었다.

 

아마도 그때 정철영어라는 게 나왔다. 할리우드 영화의 장면들을 정철이라는 분이 실감나게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획기적이었다. 수 십여 개의 카세트테이프에 교재가 딸려 있었고 가격은 수 십만 원이었다. 중학생이던 나는 그걸 살 돈이 없었다. 부모님도 여력이 없었다. 생각 끝에 직접 편지를 썼다. "존경하는 정철 선생님, 저는 이러저러한 중학생인데 정철 영어로 영어를 마스터해서 은혜를 꼭 갚겠사오니, 무상으로 카세트테이프 한 질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답장이 오긴 왔다. 정철영어 안내 팸플릿만 들어 있었다. 그날 이후로 정철 쪽으로는 쳐다보지 않을까도 했지만, 역지사지를 하여 이해하고 넘어간 것으로 기억한다.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어찌해서 맛보기는 했던 것 같다. 첫 번째 영화의 대사 중 하나인 "guilty or innocent?"라는 문장이 아직도 생각나니 말이다.

 

고등학교 3학년까지는 영어를 좋아했고 잘 했다. 학력고사 점수로 50점 만점에 45점 정도는 나왔다. 다만 재수하게 되면서 약간 지친 정도였다. 1985년 대학생이 되면서 영어와 멀어지기 시작했다. 국어국문학과를 다녀서이기도 했고, 미제국주의의 언어로 낙인을 찍은 결과이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가면서는 영어에 대한 반감은 엷어졌고 영어공부법에 대한 관심은 계속 유지되었다. 문제는 공부는 안 하면서 어떻게 하면 영어를 획기적으로 할 수 있을까에 만 관심을 둔 것이다.


귀를 솔깃하게 하는 영어공부법을 다룬 책들이 나올 때마다 적지 않게 사서 읽었다. 책꽂이에 있는 영어공부법에 관한 책들만 4, 50권은 되니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몸은 움직이지 않으면서 요행만 바랐다. 하지만 그것도 그뿐이었다.

 

그렇게 하기를 십 수 년 보내면서 언젠가부터는 책조차 멀리하기 시작했다. 결국, 영어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럴 때 가장 쉽게 하는 건 자기합리화다. '어차피 외국어잖아. 못하는 게 당연한 거 아냐?', '영어는 평생 해야 하는 거니까 길게 보면 되는 거야', '외국인이랑 말 섞을 기회가 얼마나 오겠어?', '어렸을 때부터 해야 하는데 난 늦었으니까 아이들이나 제대로 해보자구!', '이제 대세는 중국어 아냐?'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물며 영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만들었다. 그렇게 살려고 했다. 그런데 인생 전반전을 마치고 하프타임마저 거의 끝나가는 이 나이에 '가만, 다시 한 번 해봐?', '어라? 이래서 영어가 그렇게 힘들었나?'라는 마음을 가지게 한 사람이 불쑥 등장한 것이다.

 

올해 여름 어느 날, 방송작가 후배를 만났을 때다. 혹시 윤재성 원장이라고 아는지 물었다.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개그맨 정종철이 영어를 원어민 수준에 가깝게 하는데 그게 단 서너 달 만에 그렇게 된 거고 그렇게 되도록 끌어준 사람이라는 거다.


난 그날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정종철 영어와 윤재성이라는 이름을 검색했다. 사실이었다. 우리가 다 아는 옥동자 정종철이 어떤 외국인과 상당히 능수능란하게 대화하는 동영상이 있었다. 무식이 통통 튄다고 알고 있던(정종철 님께 죄송하다. 이해하시리라 생각한다.) 그가 원어민과 영어로 유창하게 대화를 하다니! 오 마이 갓이었다.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고 어떤 방법을 썼기에 이렇게 놀랄 일이 벌어진 건지 알고 싶었다. 소리. 소리였다. 윤재성 원장의 영어는 이른바 '소리영어'다. 소리가 본질인 영어라는 언어를 우리는 소리가 아닌 글로 배웠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모국어는 태어나고 5, 6세 정도만 되면 글을 몰라도 누구나 한다. 뜻은 잘 몰라도 소리는 낸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이 내는 소리의 정확한 뜻이 새겨진다. 바로 이러한 원리를 영어에 대입해보자는 것이다. 뜻은 알려하지 말고 소리를 제대로 듣는 것으로 출발하는 것이 윤재성 소리영어의 출발이다. 여기서 제대로 듣는다는 것의 의미는 다른 게 아니다. 듣고 똑같이 따라할 수 있는 걸 말한다. 뜻은 몰라도 전혀 상관없다. 원어민이 내는 영어소리를 듣고 그대로 흉내 낼 수 있으면 된 것이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다. 듣고 따라하기만 하면 된다고? 너무 쉬운 거 아냐? 근데 홈페이지에 있는 동영상 속 한 영화의 배우가 하는 말을 듣고 이내 깨달았다. 따라할 수가 없었다. 중학교 때 배운 쉬운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인 데도 도통 들리지가 않았다. 몇 번을 들어봐도 흉내 내기 힘들었다. 듣고 그대로 복사하듯 따라할 수 있으면 그 영어소리가 제대로 들렸다는 말의 의미를 그때서야 제대로 안 것이다.

 

개그맨 정종철은 인간복사기다. 성대모사의 달인이다. 그가 윤재성 원장에게 배운 건 할리우드 영화나 미드에 나오는 대사들을 듣고 그대로 복사한 것밖에 없는데, 어느 순간 자막도 없이 영화배우들이 하는 말이 선명하게 귀에 꽂히더라는 말이 내 가슴에 들어왔다.

 

이렇게 듣고 따라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저자가 가이드하는 단계를 밟아나가면 빠르면 1년, 적어도 2, 3년이면 영어를 원어민처럼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나 미드를 자막 없이 들으며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걸 구현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런 의문이 든다. 근데 원어민들이 하는 영어소리는 왜 그렇게 잘 안 들리는 걸까. 사실 그동안 수십 년 간 영어에 관심을 가져오면서도 이 질문을 본격적으로 하지는 못했다. 외국어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듣는 것의 중요성을 알려 베스트셀러가 된 책도 당연히 봤었지만, 그저 무조건 들어야 한다는 게 주된 논지였을 뿐이었다. '들어라, 듣고 또 들으면 언젠가는 귀가 뻥 뚫린다!'는 것이니 어느 세월에 그럴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윤재성 원장은 이 문제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아무리 들어도 안 들린 이유를 자신이 깨달은 경험담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하시라. 난 스포일러를 유출하고 싶지 않다.

 

이제 책 얘기를 잠깐 해야겠다. 사실 구매까지 할 계획은 없었다. 그동안 홈페이지에 있는 글들과 체험자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으로 윤재성이라는 사람이 하는 영어에 대한 이야기는 얼추 알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점에 가서 한 시간 정도 쭉 훑어보면 되겠지 했는데 한 쪽 한 쪽 넘기다 보니 어느 새 다 보고 말았다. 근데 이건 한 번 보고 말 게 아니라는 생각이 엄습했다. 읽은 책 그대로 들고 가 계산했다. 물론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책을 구매해야 부록인 30문장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옵션에 굴복했다.

 

책을 보면서 내심 놀란 건, 윤재성 저자가 가지고 있는 영어에 대한 철학이 대한민국 영어교육에 대해 돌직구를 날린다는 점이다. 영어교육 현장에 있는 분들이 깊이 생각해볼 만한 적잖은 이야기들이 있다.

 

영어. 영어란 도대체 뭘까. 나에게는 뭘까. 한국인에게는 뭘까. 얼마 전 본 김제동 토크콘서트에서 김제동이 한 말이 생각난다. "영어유치원에 간 적이 있는데요, 아이들이 의자를 가운데 두고 빙글빙글 돌면서 'This is a chair! This is a chair!'이래요. 아니 누가 봐도 의자인데 이게 말이 돼요?" 길을 가다 차에 받혀 넘어져 피 흘리는 사람에게 운전자인 외국인이 놀라 다가가 "How are you?" 하니까 "Fine thank you, and you?" 했다는 우스개소리는 우리나라 영어교육에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옥동자 정종철과 이른바 영어를 1년 만에 완성했다는 '성공사례'를 계속 만들고 있다는 윤재성 원장이 쓴 이 책은 영어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거나 그동안 해도 해도 안 되는 이 땅의 수많은 영어순례자들이 일독할 가치가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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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문장 한국어 글쓰기 강좌 1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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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직업이 방송작가이기 때문에, 거의 매일 글을 쓴다.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나 발상을 쓰기도 하고, 팀장에게 보여주거나 방송사의 간부가 보기 위한 A4 용지 3~4장 정도의 기획안을 쓰기도 한다. 때로는 30초의 영상에 힘을 더 하기 위한 한 두 문장을 쓰고, 일주일 혹은 격주 단위로 30분 남짓한 영상의 내레이션 대본을 쓴다. 일 관련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일 글쓰기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있고 일 관련이든 관련이 없든 문자를 보내거나 카페트(카카오톡·페이스북·트위터)에 쓰는 건 더 자주 있다.


  글을 쓰는 곳은 노트북 모니터가 가장 많고 점점 늘어나는 건 휴대폰의 메모장과 메모 전문 어플리케이션 활용이다. 안타까운 건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갱지 연습장에 볼펜을 손으로 잡고 쓰는 행위가 점점 줄어든다는 거다.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글인 한글을 손으로 쓰는 게 점점 힘들어지고 글씨체도 괴발개발 되고 있다.


  문제는 글을 어디에 쓰건 얼마나 자주 쓰건 글이라는 건 쓸 때마다 쉬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자주 하다 보니 경험에서 나오는 건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걸 부인할 순 없지만 그건 아마도 익숙함이라고 보는 게 맞다. 지금껏 어떤 식으로든 닥치면 닥치는 대로 그런 대로 써왔으니까 이번에도 어떻게든 쓰긴 하겠지 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일 뿐이다. 마치 군대 시절 ‘아무리 뺑이 쳐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라고 생각했던 것과 흡사하다.


  어떤 글이든 내가 글을 쓸 때 자주 부딪치는 문제들이 있다. 하물며 친구나 형, 누나들에게 문자나 이메일을 보낼 때도 부딪치는 문제들이 있는데, 일 관련한 글들, 특히 작정하고 잘 써야 하는 글을 써야 할 때, 어떻게든 테이프는 끊었는데 계속 달려갈 때 고민과 선택을 하게 만드는 장애물들은 반드시 나타난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존댓말로 해야 하나 반말로 해야 하나. ‘중국에 한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로 시작해야 할 지, ‘중국에 한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로 첫 문장을 시작해야 할 지 고민한다. 내가 쓰는 글을 보는 대상에 따라 고민 해결은 쉽게 되기도 하고 꽤 오래 끌기도 하는데, 방송사의 간부들이 보게 될 기획안이라고 할 경우 설득을 하고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면 존대로 가고 내용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면 존대를 하지 않기로 한다. 이 얘기는 확실한 기준이 없는 주먹구구식이라는 거다. 또 이런 고민을 할 때가 적지 않다. ‘이 기획을 제대로 살릴 사람은 단언컨대 김구라다.’로 쓸 것인가 ‘이 기획을 제대로 살릴 사람은 단언컨대 김구라 씨다.’로 쓰느냐다. 얘기하자면 참 많다. 미사여구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 접속사를 넣을 것이냐, 몇 장으로 할 것이냐, 글씨 크기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 이미지로 보완을 할 것이냐 등등 고민되는 문제들이 계속 튀어나온다. 계속 고민을 했다는 건 일차적으로는 내가 게을러 그 방면의 공부를 안 했다는 것이다. 이차적으로 변명을 하자면 내가 고민하는 것들에 대해 속 시원히 말해주는 책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이 책 <고종석의 문장>을 만나기 전에는.


  어떤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데 그 사람을 좀 아는 것처럼 느끼고 있다면, 그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다. 어떤 사람에 대해 설명하려고 하면 몇 마디 할 수도 없을 정도로 알고 있는 게 일천한데,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다면 그 사람은 진짜 대단한 사람이다. 고종석. 솔직히 이 사람이 쓴 글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책꽂이에 이 사람이 무지 오래 전에 쓴 소설 <기자들>이 있는 거로 볼 때 아주 오래 전부터 이 사람에 대한 관심은 있었다는 건데, 기억나는 게 없다. 아마도 신문에서 가끔 칼럼을 읽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 마저도 확실하게 생각나는 건 없다. 근데 참 이상하다. <고종석의 문장>이라는 제목으로 이 사람의 글쓰기에 관한 책이 나왔다는 걸 알았을 때 이렇게 생각했다. “강자가 출현했구나.”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본 적이 없는데 고종석이라는 사람이 다른 건 몰라도 글에 관해서라면 대단히 대단하고 굉장히 굉장하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글쓰기 책에 관심이 많은 내가 사지 않을 수 없었다.


  고종석은 글쓰기 책을 도대체 어떻게 썼을까. 오래 전에 이외수가 쓴 <글쓰기의 공중부양>을 봤을 때 든 느낌과 과연 어떻게 다를까, 자신의 글쓰기 비법을 어느 정도 공개했을까 등 꽤 궁금해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작년 9월에서 12월까지 숭실대학교에서 글쓰기 강좌를 했는데 그 강의를 책으로 묶은 거였다. 그 강의를 듣지 않아서 확실하게 말할 순 없지만 거의 그대로 옮겼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마치 고종석의 강의를 듣는 것 같았다. 그래서 쉽게 읽혔다. 그렇다고 내용이 부실하다거나 하는 건 전혀 아니었다.


  그런데, 반가웠다. 앞에서 얘기한, 내가 글을 쓰며 부딪치곤 하는 문제들에 대해 고종석이 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습니다.’로 쓰느냐 ‘~다.’로 쓰느냐. 고종석의 처방은 간단했다. 강연이나 연설 같은 글이라면 존대가 어울리고 그게 아니면 반말로 하는 게 좋다는 거다. 다시 말해 말글이라면 ‘~습니다.’체, 일반적인 글이라면 ‘~다.’체다. 나의 고민에 적용하면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방송 내레이션 글은 존대를 해야 할 때가 많고, 일반적인 기획안 같은 글은 존대를 굳이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사람 이름 뒤에 ‘씨’를 붙이는 고민도 고종석도 고민했다는 것이 신기했다. 6년 전에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기자들이 물었을 때 그는 ‘안창호 씨’라고 대답을 했다는데, 원칙적으로 죽은 사람에게는 ‘씨’를 붙이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리 높이고 싶어도 을지문덕 씨, 강감찬 씨, 유관순 씨라고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종석은 일면식도 없는 나의 고민을 적지 않게 해소해주고 있는 것이다.


  글쓰기라는 게 글쓰기 책을 보면 과연 늘까,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본다. 하지만 확실한 건, 글쓰기는 는다. 그 이유가 글쓰기 책을 봐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글쓰기라는 건 하면 할수록 는다는 건 맞다. 이 책에서는 그 점을 생생하게 보여주는데, 제대로 된 글에 대한 교재를 다른 누구도 아닌 고종석 자신이 오래 전에 썼던 책 <자유의 무늬>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책에서 다양한 문장을 시범 케이스로 뽑고 스스로 잘못 쓴 문장이라고 첨삭을 한다. 어떤 문장은 지금의 본인도 전혀 납득하지 못하게 못 쓴 글이라고 자아비판(?)을 한다. 이 얘기는 결국 고종석 스스로도 글쓰기 실력이 늘었다는 것이다. 물론, 부단한 글쓰기와 치열한 고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 책의 단점은 무겁다. 두껍다. 글쓰기에 관해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으신가 보다. ‘한국어 글쓰기 강좌 1’로 되어 있는 거로 봐서 최소한 한 권은 더 나온다는 얘기다. 내용을 나누었는데도 이렇게 무겁다는 건데, 난 이해가 안 간다. 서점을 가보면 크고 무겁고 두꺼운 책들을 적지 않게 본다. 아마도 인문사회 관련 책들이 상당히 그렇다. 난 그런 책들을 볼 때마다 도대체 읽으라는 건지 장식용으로 사용하라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책은 가지고 다니면서 언제라도 읽기 좋게 만들면 참 좋겠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감점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의 출판시장 구조에 대해 전혀 모르지만, 외국처럼 작고 가벼운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는데, 내 맘 같지 않다는 건 잘 안다.


  이 책의 장점은 물론 참 많다. 그 중 한 가지만 뽑아보라면 소소한 글쓰기 테크닉은 기본이지만 한국어에 대한 그동안 알고 있는 생각을 적지 않게 뒤집어주고, 상식을 깨는 내용들을 꽤 알려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명작으로 누구나 알고 있는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이 사실은 그렇지 않음을 통렬하게 알려준다. 궁금하신 분은 책을 보시면 된다.


  통계를 바탕으로 하는 얘기는 아닌데, 요즘 글쓰기 책 시장이 꽤 달아오르는 것 같다. <대통령의 글쓰기>를 선두로 <힘 있는 글쓰기>, <작가란 무엇인가>,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글쓰기가 처음입니다> 등 다양한 유형의 글쓰기 책들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글쓰기를 잘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는 뜻일 게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고 있는 22년차 방송작가로서 말하는데,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고 있는 22년차 방송작가로서 말하는데, 글쓰기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고종석의 말로 대신한다. "글쓰기는 압도적 부분이 재능보다 훈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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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 책을 쓰는 사람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
임승수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 임승수라는 사람에게 빠져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컨텐츠들 중에서 특히 글쓰기와 책 쓰기에 자꾸 관심이 간다. 물론 현재 나의 관심사가 이 두 가지라서 그렇다. 내 이름으로 낸 책이 이제 고작 두 권(<어디 싸고 맛있는 집 없을까>, <일인자 유재석>)이지만 22년차 현직 방송작가이기에 이 분야에 대해서만은 감히 숟가락 얹을 자격은 있다고 본다. 글쓰기를 화두로 촉을 세우다가 '임승수의 좌변기'라는 팟캐스트를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임승수라는 사람이 글쓰기에 관해 재미있게 얘기하는 걸 들었다. <글쓰기 클리닉>이라는 책을 냈다는 것도 알게 되어(그 방송을 들으면 모를 수가 없다. 직접 광고를 포함하고 있다.) 즉시 구매하였고 읽었고 오마이뉴스에 서평도 썼다. 그가 역설하는 대로 책이란 저자가 독자에게 건네는 말 걸기이고 서평이란 그에 대한 독자의 대답이기에 난 충실하게 따른 것이다.

 

 

나의 주옥같은 문장들로 짜인 서평이 인터넷 검색을 매일 아침 하는 그의 눈에 포착되지 않을 리 없다.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언급하는 걸 뒤늦게 들었다. 22년차 방송작가가 자신의 책에 대해 극찬을 했다는 것, 심지어 스티븐 킹의 책(정확하게 <유혹하는 글쓰기>)보다 낫다고 썼음을 얘기한다. 너무 고마워 서평을 쓴 사람에게 메일을 하고 싶었지만 없어 보일까봐 자제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방송을 들으며 난 기분이 묘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었지만 라디오 프로그램에 엽서를 보냈는데 디제이가 자신을 언급하며 엽서의 글귀를 읽어줄 때의 느낌이 이런 건가 싶었다. 이어폰과 아이폰을 통해 뭔가 연결이 되고 있다는 짜릿한 느낌.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의 글쓰기 책이 출간되면 그때 연락을 해서 만나 소주잔 기울일까 한다. 왜? 난 그가 최근에 낸 책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가 나왔다는 걸 알자마자 사버려 그의 생계유지에 기여를 한 사람이니까 연락하면 흔쾌히 만나주지 않을까 한다.


이번 책이 나왔다는 건 며칠 전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신간 목록을 들여다보면서 알게 됐다. 난 사람들의 관심사와 트렌드의 윤곽을 감지하기위해 신간 소식을 수시로 본다. 어찌됐든 출간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는 건 출판사의 검증은 거쳤다는 것이기에 한 권 한 권이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오디션프로그램으로 비유하자면 출간이 된 책들은 출판사에서 자체 실시한 지역 예선은 통과한 것들로서 비록 작은 분량이지만 전국 방송을 타기 시작한 책들인 것이다. 물론 방송 횟수가 거듭되며 탈락하는 책들과 본선을 계속 올라가는 책들로 운명이 나뉘기 시작한다. 임승수 저자의 따끈따끈한 책은 이미 내가 알고 있고 주목하고 있던 뮤지션의 새 책이기에 난 바로 점수 버튼을 누른 것이다.


제목을 잘 지었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처음엔 기억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줄이기도 쉽지 않다. 삶책? 삶어책?) 그의 책을 보거나 팟캐스트를 들은 사람이라면 '당신은 글이 나오는 삶을 살고 있습니까'라는 그의 질문을 알 것이다. 이것에 바탕을 둔 제목 같은데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보다 더 나은 제목이라고 본다. <차베스, 미국과 맞짱 뜨다>에 비해 나는 점수를 더 주고 싶다. 그도 누누이 강조하지만 책은 제목이 참 중요하다. 평대에 누워 있으면 모를까 서가에 꽂히는 신세가 되는 순간 책은 제목만 남는 것이다. 방송에서도 제목에 심혈을 기울인다. 다만 방송은 보다 대중적으로 쉽게 기억되어야 하기에 쉬우면서도 무릎을 치게 만드는 제목을 선호할 뿐이다. '무한도전', '1박2일', '개그콘서트', '아빠! 어디 가' 등 성공하는 프로그램의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제목을 뽑기가 쉽지 않다는 거.


이 책은 책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책을 써오면서 알게 된 것들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한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례들을 일관되게 배치하여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A4 1장도 채우기 버거워하던 글치 공학도가 어떻게 하여 인문사회 분야의 저자로 먹고 살게 되었는지 시시콜콜하게 알려준다. 다만 아쉬운 것은 첫 책을 쓰게 된 과정을 좀 더 디테일하게 설명했으면 어떻게 글치에서 글로 먹고 사는 저자가 될 수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텐데 두리뭉실 넘어간 면이 있다.


이 책의 미덕은 책을 쓰는 사람들에게 이론과 실천의 두 마리 토끼를 보여주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을 쓰기 위해서는 테크닉 이전에 자신이 꼭 책으로 써야만 하는 자신만의 컨텐츠가 있느냐고 묻는다. 나아가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여기서 더 나아가 책을 쓰고 싶어 하는 독자에게 당신은 글이 나오는 삶을 살고 있느냐고 준엄하게 묻는다. 책을 쓴다는 것을 쉽게 보지 말라는 거다.


다행히 글이 나오는 삶을 살고 있고 자기만의 관점이 들어간 컨텐츠가 있다 해도 출판을 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축구와 같을 것이다. 골 결정력이 없는 거다. 저자는 골 결정력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준다. 특히 출판사에 제안하는 법과 출간기획서에 대한 알토란같은 정보를 알려준다. 무엇보다 이 책이 빛나는 건 사이사이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컨텐츠를 배치한 건데 구체적인 내용을 책을 구입해서 보시기 바란다.


글쓰기와 책 쓰기에 관한 책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임승수 저자는 이 책으로 글쓰기와 책 쓰기 분야에서 투톱을 보유한 보기 드문 이력의 소유자가 되었다. 22년차 방송작가인 나도 <글쓰기 클리닉>과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를 통해 많이 배웠다. (두 책을 패키지로 양 출판사가 공동 마케팅하면 어떨까도 싶다. 한일월드컵도 했고, 일본에서는 두 채널이 같은 시간대 동일 컨셉의 드라마 방영도 했다!) 난 오늘도 업무 글을 쓰며 꽤나 힘들어했다. 글쓰기라는 게 도대체 뭐기에 쓸 때마다 힘든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건 마치 '시지프스의 돌'과도 같은 게 아닌가를 매 순간 느낀다. 하지만 가끔 발견하는 이런 책을 보고 나면 돌을 밀며 올라가는 길이 한결 수월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무엇보다 돌을 미는 과정을 즐길 수도 있음을 살포시 느끼게 한다는 데서 저자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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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수 2014-06-24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반갑습니다. 이번 책도 읽으셨군요. 방송에서 김영주 작가님 언급했던 것도 들으셨다니 저도 기분이 묘합니다. 조만간 나올 김영주 작가님의 글쓰기 책에 벌써부터 독자로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듀스 2014-06-24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글쓰기 클리닉 - 목적을 달성하는 결정적 한 방
임승수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글쓰기'에 관한 책을 쓰려고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요즘에는 어떤 책을 읽든 신문을 보든 방송이나 팟캐스트를 보고 듣든 글쓰기라는 화두를 가지고 다가간다. 둘째, 그러다가 발견하게 된 사람, 임승수라는 저자를 알게 된 거다. 

팟캐스트를 뒤지다 발견했다. <임승수의 좌변기>라는 독특한 제목의 팻캐스트에 출연하고 있었다. 들어보니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나오고 이공 관련 회사에서 5년을 다니던 글치 공학도였는데 뒤늦게 글을 쓰게 되었고 그것도 인문사회 서적들을 수권이나 펴내게 되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저서는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언젠가 서점을 갔을 때 표지를 본 기억이 있다. 출판사에서는 제목으로 확 끌어당겨보자는 의도에서 지었겠지만, 당시 나는 그 책을 손에 들어 펼쳐보지도 않은 거로 기억한다. 제목이 내 '필'이 아니었던 거다. 원숭이가 이해하니까 내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내가 원숭이띠였다면 혹시 모르겠다. 만약 그때 내가 그 책을 들었고 몇 장을 읽었고 구매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면 글쓰기에 대한 나의 깨달음은 좀 더 빨라졌을 것이다. 그를 이제야 만났으니 말이다. 

팟캐스트 <임승수의 좌변기>가 나의 관심을 끈 건 이미 꽤 오랫동안 해온 원숭이 자본론 때문이 아니었다. 글쓰기에 대한 방송이 4회 정도 있어서이다. 지난 4월 4일 방송된 '글쓰기의 생명은 디테일' 편을 들었다. 충격이었다. 명색이 22년차 방송작가로서 글쓰기 직업인인 나를 전율하게 했다. 글쓰기에서 디테일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왜 그래야 하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임승수 저자는 매우 쉽게, 한마디로 설명을 하고 있었던 거다. 

처음엔 정봉주씨인가 했다. 음색과 말투가 꽤 닮아있었다. 글쓰기라는 자칫 딱딱하고 쉽지 않은 주제를 가지고 그렇게 재미있게 말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고 부끄러웠다. 글쓰기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겠다는 생각과 결심을 하게 했다. 계속 이어진 '나만 알고 싶은 글쓰기 비법', '글쓰기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관점의 전환/책을 통해 저자가 건넨 말에 답하기'도 들었다. 글쓰기 관련 팟캐스트가 단 4회로 끝난 게 아쉽기도 했고 다행스럽기도 했다. 그러니 방송에서 그가 몇 번이나 얘기했던 광고, 자신이 말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바로 이 책 <글쓰기 클리닉>을 어찌 읽지 않을 수 있으랴. 

재미있었다. 그동안 읽어온 글쓰기 책들과 견주어볼 때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재미'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힌 대로 글쓰기 책에 '재미'와 '실용성'을 담겠다는 장담을 상당부분 이루었다고 본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적지 않게 쓰곤 하는 여러 유형의 글쓰기들, 예를 들어 자기소개서, 업무 이메일, 기획서 및 제안서, 프레젠테이션이라는 업무 관련 글들과 독후감·서평, 칼럼, 인터넷 글쓰기, 책 쓰기와 연애편지라는 생활 글들을 쓰는 법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각각의 글들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를 내리고 있다는 게 강점인데 이를테면 '독후감'이란 '저자가 건넨 말에 대한 독자의 대답'이라는 거다. 지금 이 서평을 쓰고 있는 나도 예전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하면 솔직히 뭘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막막할 때가 많았다. 생각 끝에 기껏 쓴다는 게 내용을 요약하고 나의 느낌을 추가하는 정도였다. 독후감이라는 게 말 그대로 '책을 읽은 후의 감상'이라고만 생각해서인지 딱 그 정도의 생각과 글만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임승수 저자는 독후감이란 저자가 책을 통해 말을 했으니 그 말에 대해 너의 대답을 들려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한 주장에 대해 긍정을 하든 반박을 하든 어쨌든 읽은 사람이 대답을 하라는 거다. 그러니 굳이 저자가 3백 쪽에 걸쳐 한 말들을 들은 사람이 요약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저자는 <글쓰기 클리닉>을 통해 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있는가. 글을 쓴다는 걸 절대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좋은 글은 맞춤법에 맞게 쓴 글도 아니요, 읽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글도 아니라고 한다. 어떤 글이든 그 글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한다. 감동을 목적으로 쓴다면 감동을 줘야 잘 쓴 글이고, 정보 제공이 목적이라면 읽는 사람이 잘 이해하면 좋은 글이다. 자기소개서는 자기를 소개하는 게 목적이 아닌 취업에 성공하는 게 목적인 글이니 그에 걸맞게 써야 한다고 한다. 

나는 22년차 방송작가로서 시청자가 독자가 되는 글을 주로 쓴다. 때로는 기획안이 통과되는 것이 목적인 글을 쓰고 광고주를 만족시켜야 하는 글도 쓰곤 한다. 각각의 글이 목적이 다르다. 같은 방송 글도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감동이냐 정보 제공이냐 웃음이냐 달라진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면 목적을 잃어버릴 때가 많다. 내가 쓰고 있는 글이 도대체 왜 쓰고 있는 건지 정신줄을 놓게 되는 것이다. 불현듯 기막힌 생각이 들어 미친 듯이 폭풍집필을 하다 정신 차려 보면 어느 새 나만의 성 안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걸 발견하곤 한다. 임승수 저자의 말을 듣고 나서는 글을 쓰기 전에, 글을 쓰다가도 내비게이션을 켜고 목적지를 향해 잘 가고 있는지 확인하곤 한다. 

그런데, 글의 목적을 잘 아는 것으로 글을 쓰는 건 끝일까. 문제는 목적지가 어딘지는 알아도 그곳을 향해 갈 수 있는 길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거다. 수십, 수백 아니 무한대일 것이다. 그렇기에 글쓰기라는 게 쉽지 않은 것이다. 물론 임승수 저자도 목적만 말하고 있는 건 아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다양한 조언을 하고 있다. 

글쓰기 책으로 글 쓰는 실력이 느는 것을 기대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끊임없이 글쓰기 책들이 나오는 까닭은 뭘까. 우리가 사람인 이상 생각을 하고 표현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경로는 말과 글밖에 없다. 말을 잘 하는 것도 참 중요하다. 그런데 기본은 역시 글이라고 할 수 있다. 말은 기록이 되어야만 존재가치가 있다는 거창한 이유가 아닌 업무를 볼 때도 이메일을 통해 근거를 남겨두어야 하는 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말을 잘 하면 왠지 '사기꾼' 같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글을 잘 쓰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작가님'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고 글쓰기 책들도 계속 나오고 있고 나 역시 공부를 해서 글쓰기 책들로 차려지는 밥상에 숟가락을 얹을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임승수 저자는 말한다. 글을 쓴다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자신이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글치 공학도였는데 지금 버젓이 글로 밥 먹고 있지 않느냐고.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한껏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글쓰기 책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단언컨대, 스티븐 킹의 글쓰기 책보다 살짝 낫다. 아쉬운 게 있다면, '들어가며'는 있는데 '나가며'는 왜 없는지. 저자의 마무리 솜씨를 보지 못하는 걸 제외하고는, 장차 출간될 '22년차 방송작가가 작정하고 쓴 글쓰기 책'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책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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