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편애할 때 가장 자유롭다
남재일 지음 / 시공사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보잘 것 없는 겉표지, 200여 페이지에 지나지 않는 두께. 가격이 좀 과한게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제목만큼은 책값을 지불하고자 하는 미묘함 같은 것이 있었나보다.

 편애의 관습이 떳떳한 자유로움을 발산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당당한 편애이고 균형을 지닌 아름다운 편애이다. 그러나 편애한다고 자유가 발벗고 따라붙는 것은 아닐테니 그만큼 치러야 할 댓가도 있을 것 같고 또한 누구나 편애의 방식을 통해 자유를 누리기란 말처럼 간단한 것이 아닐 것이다. 편애는 편견의 관점으로부터 자신의 열망과 현실성에 대한 극복을 동시 반향해야 할 성립구도를 지닌다. 그것은 자유를 향해 시대를 뛰어넘어야 할 벽 보다 높은 조준점을 향함으로서 자기만족의 시차를 극복하는 것이며 이를테면 재고의 여지없는 신념으로 무장이 된 강인한 관점이라 지목할 수 있다.

 여기, 편애를 통해 자기세계를 구축한 自由人 11인이 있다. 각 분야의 대표이자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인물로서 작가 김훈, 서영은, 장정일, 정치인 강금실, 영화인 이창동, 김기덕, 여성운동가 로리주희, 그외 일본작가 5人(무라카미 하루키, 시마다 마사히코, 무라카미 류, 마루야마 겐지)을 문화부 기자 남재일씨가 직접 찾아가 인터뷰한 내용을 묶어놓은 책이다. 이들은 자기고집을 통한 세상살이의 여러 단면을 열정적인 모습으로 보여준다. 시대와 자기성찰사이의 타협을 통해 얻은 철학과 소신으로 인간을 향한 편애의 방식, 세상을 향한 편견의 구애로서 내부 소통되고 있는 속내를 드러내 보인다. 그 중 인상깊은 인물을 꼽자면 김훈, 강금실, 장정일이다.

 사실 김훈에 대한 관심이 쏠려 있다보니 그에 대한 관심만으로 이 책을 선뜻 집었다고도 볼 수 있는데  그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섬세한 조각같은 이미지들이 문장으로 치환되는 과정에서 소통을 강렬히 호소하면서도 또한 실의에 빠지는 작가내면의 이중적 고뇌가 느껴지곤 했다. 그는 인간과 인간사이의 소통불능을 호소하는 낙심의 궤변을 통해 그의 작품세계와 문장에 대한 이해의 전반을 아우르는 편애주의자의 고독하고 치열한 감성의 초상을 드러낸다.

 예전 법무부장관 재임시절 대중적 새바람과 큰 인기를 한몸에 얻었던 강금실은 정치의 이면에 가려 잘 몰랐던 그녀의 인간적 모습들을 다시보게 만들었다. 정도가 있고 구김없는 개방적 마인드의 소유자로서 신뢰와 기품이 느껴졌다. 자기만의 위치에서 그 능력의 입지를 위해 지켜야 할 소임을 충실히 이끌어내는건 공과사 모두에 순수하게 투영된 강건함과 신조에 의한 바탕이었음을  미루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호인으로서의 호감을 지닌 여성상이다. 문화를 즐기는 한사람으로서 춤을 좋아해 살풀이를 배우게 된 일화도 소개되고 있다. 

 이상하게 책에는 별 관심이 없고 인물에만 관심가는 것이 장정일이다. 아무래도 문단의 이단으로 지목되는 파격적 감수성의 소유자로서 독특하고 개성있는 입지를 만들고 있는 점 때문일 것인데 어짜피 호기심때문에 그의 책을 또 읽어보게 되겠지만 이래저래 그에 대한 편견들은 묘한 긴장과 기이함이 있어 흥미를 유발한다. 이제까지야 그랬다치더라도 이제그만 섹슈얼리티로 사고하는 관점에 집착되지만 않으면 좋겠다. 성적 욕망, 성적 행위, 성적 환상에 대한 美의 예술성은 이미 과거에 다 주조해 놓았는데 신선하게 재해석 해내지 못하면 그만큼 위험한 수위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그의 사고와 상상력은 파격적이지만 그의 성은 문학적 예술성으로 회귀하지 못하니 그 생산적인 힘이 다른 소재로 전달된다면 좋은 작품들을 또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이 책 속에서도 장정일이라는 인물은 참 독특하고 재미난 구석이 있다.

  이 외의 인물들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흥미롭다. 편애의 방식을 선택한 개개인들로서 자유로운 감성과 감각을 발휘하며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자유주의자 11인의 단상은 독자의 참여 가능한 대화의 구심점으로서 신선한 삶의 체험들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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