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다립니다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03
표영민 지음, 잠산 그림 / 길벗어린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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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칼리의 <나는 기다립니다>를 오마주한 작품인 표영민 작가의 <나는 기다립니다>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인들이라면 표지만 봐도 마음이 끌릴 책이다. 작가는 반려견 은비와 영원히 헤어지던 날, 은비에게 기다리라는 말을 너무 많이 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시간이 갈수록 아쉬운 마음이 쌓였고 그 마음이 이 그림책으로 결실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기다립니다>는 은비에 대한 작별 인사이자 영감을 준 다비드 칼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기도 한 작품이다.


그림책의 첫 장을 펼치면 첫 번째 기다림이 등장한다. 펫샵에서 자신의 가족이 되어줄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강아지들.

지금은 반려묘들만 있지만 나도 한때 고양이 집사가 아닌 개집사였었다. 14년을 함께 살다간 이슬이를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유일하게 펫샵에서 데려온 아이가 이슬이었다. 새를 구입하러 간 곳은 조류원과 펫샵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처음 이슬이를 만났다. 작고 하얀 솜뭉치 같았던 아기가 계속 눈에 밟혔다. 새만 구입해서 돌아왔으나 꿈에 나타날 정도로 계속 눈에 아른거려 결국 며칠 후 그곳에서 이슬이를 분양받았고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돌아보면 그때도 지금도 난 그리 착하고 좋은 집사는 못 된다. 늘 집을 비우는 일이 잦고 함께 놀아주는 시간보다는 내 개인적인 바쁜 시간들이 우선이었다. 게다가 돌아보면 나는 개를 단지 좋아했지 제대로 반려할 수 있는 자격이 없었던 거 같다. 매일 산책을 해주어야 하는 것도 몰랐고 시간이 나면 가끔 산책을 하는 나쁘고 무식한 집사였다. 병도 있고 나이가 많은 것도 있었지만 더 오래 살수 있었던 이슬이가 그해 여름을 못 넘기고 떠났던 것은 고양이들이 하나 둘 늘어난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혼자서 사랑을 독차지하던 녀석에게 고양이들의 존재는 불편하고 질투심을 느끼기 충분했을 것이다. 자신을 향한 마음이 다른 누군가에게 쏠리기 시작하면서 외롭고 쓸쓸함에 마음이 무너졌던 거 같다. 작가도 그랬듯 돌아보면 늘 기다리게만 하고 외롭게만 했던 거 같아서 미안하고 아쉽기만 하다.



그림책을 보다 보면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이야기도 생각이 나고... 무조건적으로 충성하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이 존재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울컥하는 순간이 있다. 아마도 반려인들이라면 누구나 책을 읽다 그런 마음이 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슬이를 참 많이 생각했었다. 미안한 마음이 너무도 많아서 후회가 되기도 하지만 행복했던 기억만 간직하기로 마음 고쳐먹는다. 또한 이후에 또다시 후회하고 아파하지 않도록 지금 현재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내가 책임져야 할 생명들을 떠올리며 지금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 사랑스러운 존재들을 위해 더 많이 사랑해 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나는 불량 집사인 채로 아이들을 두고 먼 곳에 떠나와 있다. 보고 싶고 그립고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가족이라는 끈으로 맺어졌으니 함께 행복해졌으면 하고 무지개다리 건널 때까지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 늘 함께하길 소망한다. 이 여행을 빨리 끝내고 서둘러 사랑스러운 존재들을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지금도 하염없이 나를 기다릴 녀석들이 그리운 밤이다.

이 그림책은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반려인들은 물론이고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들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미리 읽어봐야 할 책이다.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가족이 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반려동물 인구 천오백만 시대지만 그만큼 버려지는 유기 동물들도 많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호기심에, 단순한 마음에 개나 고양이를 분양받아서 키우다가 싫증 나고 귀찮아지면 쉽게 버리고 늙고 병들면 버리는 일들이 일어난다. 한 생명을 가족으로 맞이한다는 것은 평생을 책임진다는 의미이고 생명은 단순한 흥미나 재미로 들여서는 결코 안 된다. 이 책은 모든 이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이야기다. 반려인들이라면 자신을 돌아보게도 만들고 나는 좋은 반려인 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반려인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생명을 책임지는 일에 대한 무게를 느끼게 될 것이다. 반려동물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감정이 있고 교감을 하고 소통하는 존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는 다비드 칼리의 <나는 기다립니다>를 읽어보지 못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다비드 칼리의 <나는 기다립니다>가 궁금해졌기에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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