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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도르프학교 수학 수업 - 수학적 센스는 어떻게 자라는가 ㅣ 가르친다는 것 1
김진형 지음 / 천개의정원 / 2021년 3월
평점 :

나의 수학에게 안부를 묻다, “다시금 수학에 익숙해지는 시간”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수학을 어려워하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이해하고 싶은 학부모…
아이들과 더 가까워지는 수학수업을 꿈꾸는 선생님…
잊혀져있던 나의 수학세계를 서랍 속에서 꺼내어 재정립하고 싶은 성인…
이 책이 여러분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수학과 마주하는 시간은 익숙지 않은 순간일까요?
하지만 우리 몸에는 이미 무수히 많은 ‘수’가 실재하고 있다는 사실, 혹시 잊고 있었던 것 아닐까요?
23쪽. 수학이 보여주는 세상. 수학은 구체성과 추상성의 경계에서 세상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독특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기에, 한 개인의 의식을 명료하게 만들고 사물의 본질을 알아채도록 안내한다.
28쪽. 우리의 몸에는 무수히 많은 ‘수가’ 들어 있다. 생명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늘 함께하는 심장 박동 소리부터 온몸을 휘돌아다니며 삶을 지속시키는 혈액의 리듬까지 이 모든 것이 ‘수’의 실재이다. 세상의 소리와 패턴, 반복과 질서가 ‘수’라는 언어로 인간에게 말을 걸고 있다.
33쪽. 미리 가르치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 사물의 추상성을 받아들일 만큼 의식의 세계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에게 연산을 가르치는 일은 뿌리가 채 내리지 않은 모종을 끄집어내는 것과 같다.
71쪽. 수학은 ‘측정’이라는 수업을 통해 아이들을 세상과 연결한다. ‘이 세상이 얼마나 길까?’, ‘이 세상의 것들은 얼마나 무거울까?’ 하는 질문을 던지고 나를 중심으로 길이, 들이, 무게의 기준을 찾아간다.
82쪽. 아이들에게 ‘안다’는 것이 삶 전체로 퍼져 수업이 이루어진다면 수학을 배운다는 것은 참으로 가치있는 일이 아닐까?
161쪽. 이러다 보니 증명 하나를 만드는 데 한 시간을 쓰고도 모자란다. 과제로 이를 완전히 익히고 발표까지 하려면 긴장과 피로의 강도가 높은 주제임이 틀림없다. 이처럼 과정도 내용도 어려운데 묘하게도 이 수업이 마무리될 때 학생들의 성취도가 가장 높다. 어려운데 명확한 방법과 길이 있어서 그 단계를 밟았을 때 해결되는 경험이 희열을 느끼게 한다. 그러므로 나는 수포자가 생기는 이유가 수학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과정에서 소외되기 때문이라 여긴다. 자기에게 의미 없는 일을 하는데 흥미를 느낄 이가 몇이나 있겠는가?
173쪽. 이 시기의 아이들은 각자 서 있는 지점에서 자기만의 시선으로 배움을 받아들인다. 이 아이들을 움직이는 동력은 무엇일까? 수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의 놀라움부터 추상적인 사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여정에서 ‘자신에게 들어와 있는 세상’이다. 어려서부터 밟아 왔던 단계, 즉 경험하고 상상한 후 개념으로 만들어 온 습관이 그 힘을 보호하고 키워 준다. 그렇게 되면 개념 속에서도 세상은 살아 있고, 아이들은 그 속에서 마음껏 성장할 수 있다.
216쪽. 부모와 유착 관계가 깊을수록 세상 모든 것이 너무나 구체적이기만 하여 서로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므로 기본적인 추상화 작업이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부모와 만나 아이를 대하는 태도나 가정에서 지내는 생활을 먼저 점검하고 어떤 것을 바꿔 볼지 상담을 한다. 읽어 주는 동화책의 내용을 바꾸기도 하고 생활 습관을 독립적으로 하도록 유도하는 등, 아이가 ‘수’를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물론 교사도 본인이 아이들을 어리고 사랑스럽게만 대하는 건 아닌지 자신의 수업 태도를 점검한다.
218쪽. 소수를 배울 시기에는 체육과 협동하고, 천문학에서 태양계를 알아갈 때 거듭제곱을 배우면 큰 수에 대한 감각이 잡힌다.
230쪽. 나는 수업 중 학생이 “잘 모르겠어요.” 하면 “그것 참 안됐구나.” 하고 대답해 준다. 그런 대답이 어디있냐고 하겠지만, “네가 지금 모른다고 선언을 했으니, 나도 대답을 한 거야.”라고 대꾸한다. ‘모르겠다’라는 말은 질문이 아니다. 어느 단계에서 어느 부분을 이렇게 풀었다고 자신의 생각을 설명한 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야 질문이다. “선언을 하지 말고 질문을 하세요!”라고 줄곧 말하다 보면 만나고 일 년 정도 지난 어느 시점부터는 더 이상 모르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231쪽. ‘아이들은 배우는 것을 배우러 학교에 온다’라는 말이 있다. 그들은 모르는 것을 배우는 게 아니라 모르는 문제에 부딪혔을 때 그걸 해결하는 법을 배우러 온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이유는 이처럼 쉽지 않은 과정을 기꺼이 교사와 함께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교사가 할 일은 이들이 그 힘을 키우는 데 필요한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문제 풀이의 교육적 가치가 아니라 이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이다.
“수학이 보여주는 세상”
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하며,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수학책을 쓰는 것이 꿈이었던 발도르프학교 15년 차 수학 선생님이 내딛는 의미 있는 첫 걸음. 그동안의 노력과 열정이 담겨있는 이 책으로 여러분들을 안내합니다.
우리 다시 한번 더, 수학과 마주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