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태양꽃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어른을 위한 동화 16
한강 동화,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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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9~50
견딜 수 없었습니다.
억울했습니다.
나도, 빛깔 있는 꽃잎을 갖고 싶었습니다.
저 양달에 핀 장미처럼 붉은 꽃잎을요.
들국화처럼 보랏빛이어도 좋아요.
물망초처럼 푸른빛이어도 좋아요.
아무도 내 꽃잎에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선명한 빛깔이 있다면.
아, 빛깔만 있다면.
언젠가부터 나에게 벌들이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나비도 날아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까닭을 알고 있었습니다.
내 꿀을 배불리 먹고 간 배추흰나비가 오후 내내 배를 앓았다고 저녁바람이 전해주었거든요.
"어쩌지, 네 꿀에 독이 생긴 모양이야."
"잘됐네요."
나는 쌀쌀하게 대꾸했습니다.
"모두한테 그 얘길 전해주세요. 아무도 나에게 찾아오지 않도록요."
쯔쯔, 저녁바람은 혀를 찼습니다.
"내가 굳이 소문내주지 않아도, 더이상 아무도 널 찾지 않을 거야. 네 꽃냄새가 달라진걸. 달큼하던 향기 대신 독하고 습쓸한 냄새가 나는걸."
쯔쯔, 혀를 한 번 더 찬 뒤 저녁바람은 떠났습니다.
떠나면서 다시 할퀴어버린 꽃잎이 쓰라려왔습니다. 나는 이를 악물었습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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