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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믿는다 - 전직 대기업 CFO가 들려주는 이 시대의 진정한 제자도
이민우 지음 / 가이드포스트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보험설계사로 방향을 바꾼 친구가 있었다. 서로 직장에 다닐때는 바쁘다는 이유로 1년에 몇번 만나지 못했었는데 보험설계사가 된 이후에는 꽤나 빈번히 만나곤 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친구와의 대화내용의 끝이 모두 보험과 관련된 내용으로 모아진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살아가는 이야기로 시작되는듯 싶다가도 어느새 결론은 보험으로 향해 있고는 했다. 색안경을 끼고 들으면 마치 나를 세뇌시키기 위해서 그런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그 친구의 말 속에서 보험에 대한 친구의 열정을 엿볼수 있었다. 보험에 대한 열정과 열의가 그 친구의 머릿속을 보험으로 가득 채워넣었기에 그의 관심사는 모두 보험으로 향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다소 불편하기도 했던 그 친구와의 대화가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무언가에 열정을 바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친구의 대화 내용이 바뀌기 시작했다. 보험으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친구에게 새로운 관심사가 생겼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종교였다. 10대 시절부터 만나서 교제하고 결혼에 이르렀던 부부였지만 아내는 어린시절부터 교회에 다녔던데 비해 친구는 한번도 교회에 나가본 적이 없는 전형적인 무종교자였던 그가 어느날부터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더니 대화 내용조차 종교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보험에 대한 열정과 열의가 식은 탓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많은 부분을 종교가 대신한 것은 분명해 보였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그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고 한다. 사랑에 빠진 사실이 이미 얼굴에 나타나기 때문이고 행동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며 모든 관심사가 하나로 모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보험에 대한 열정을 간직했던 친구의 모든 관심사가 보험으로 향해 있었듯이 종교를 알게된 친구는 또 그렇게 모든 관심사가 보험으로 향해 있었던 것이다. 사랑과 마찮가지로 열정 또한 그 무엇으로도 숨길 수 없는 탓이리라.
미국 공인회계사를 거쳐 LG텔레콤 부사장을 엮임했던 이민우 목사도 마찮가지였다. 그는 자신의 저서 '나는 너를 믿는다'에서 자신의 자라온 모습과 살아온 과정을 통해서 담담하게 '은혜'를 말하고 있었다. 늦은 나이에 종교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자신이 받은 은혜가 너무도 감사해서 말하지 않고는 못베기던 내친구처럼 이민우 목사 또한 자신의 지난 날들을 돌아보며 그 모든게 은혜였다는 점에 감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감사 제목들을 가슴에만 담아두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서 세상을 향해 말하고 있었다.
흔히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미화되기 마련이다. 극적인 성공으로 포장하기 위해서다. 그러다보니 일종의 괴리감마저 생기기 일쑤였던데 비해 '나는 너를 믿는다'는 비교적 잘 읽히는 책이었다. 대기업 간부 출신이지만 고등학교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성적에서 평균 42점으로 전교 492명 중에서 492등을 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준다. 물론 그런 사람이 노력해서 서울대에 진학하고 대기업에 입사했다는 점은 여느 성공 스토리와 다르지 않으나 이 책이 그런 사실을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살아온 삶의 일부였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었다.
이 책의 제목 '나는 너를 믿는다'는 저자인 이민우 목사의 아버지가 어려서부터 둘째 아들이었던 이민우 목사에게 하던 말이라고 한다. 꼴찌하고 술과 담배를 피고 심지어 두달씩이나 가출을 했어도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난 너를 믿는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 아버지의 믿음이 그를 항상 긍정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고 사람을 믿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이 책은 억대 연봉을 포기하고 장애인 선교단에 몸을 담게 되었던 그의 인생 역정을 말하고 있지만 정작 나는 사람에 대한 믿음을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가장 소중한 가치였다.
"제가 억대 연봉을 포기하고 장애인과 함께 하려고 선교단장을 맡았다는 소식이 들리자, 방송과 신문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취재해 갔습니다. 대개 저의 믿음이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그런 편한 자리를 마다하고 그 힘든 장애인 사역을 하겠느냐는 것입니다. 또 어떻게 그 많은 월급을 내려놓고 적은 사례를 가지고 살겠느냐는 것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는 부끄럽습니다. 제 믿음의 상태를 제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 믿음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저는 오히려 하나님이 장애인 섬기라고 저를 해고하셨다고 얘기합니다. 주님의 강권함이 없었더라면 저는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삶의 중요한 시점마다 억지로라도 이끌려서 따라왔기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제 삶은 주님 이끄신 궤적입니다."